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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야생종려나무는 포크너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 표현할 수 있다. 포크너의 작품 하면 떠오르는 남부와 가족, 몰락과 폭력 등의 상징은 일절 등장하지 않고 또한 중기작 중 유일하게 요크나파토파에서 진행되지 않는, 어찌보면 하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포크너의 꼬아쓰는 만연체와 비선형적 이야기 구조는 어김없이 드러난다.
이야기의 구조는 Wild Palms와 Old Man, 두 개의 중편이 서로 엮어지면서 진행된다. 포크너는 하나는 일상적, 하나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삶에서의 희생과 사랑, 기억과 슬픔을 그려낸다.
야생종려나무에서의 문체는 <압살롬, 압살롬!>보다는 오히려 <성역>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고 예술적인 문장들을 구사한다. 특히 홍수에 떠내려가는 죄수의 상황을 묘사하는 장과 후반부 윌본의 내적독백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장은 서로 투영되면서 죄수가 맞닥뜨린 홍수 속 강렬한 급류는 후에 혼란스러운 윌본의 감정으로 나타나게 된다.
Wild Palms에서 오에가 말하는 “비탄”, 그리고 이 비극적인 이야기 속 “슬픔”이란 무엇인가? 들뢰즈에 따르면 “한 관념이 다른 관념과 만날때,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해체하여 결합을 파괴하는 것이다.” 슬픔은 바로 이 해체와 파괴 안에 있다.
하지만 과연 존재하는 육체 속 기억이, 육체가 무無로 변해, 즉 비존재가 된다고 할지언정 그저 관념뿐인 기억 역시 사라질까? 포크너는 이 대답에 긍정한다. 인생의 불확실성과 복잡성, 그리고 극단적 상황 속 윌본과 샬롯은 분열되지만 윌본은 자살하지 않고 이 비통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이 작품을 관통하는 문장이 나오는데 바로 "슬픔과 무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슬픔을 택하리라" 이다.
종려나무의 잎사귀는 바람에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고 흔들린다. 반면에 홍수는 거칠고 폭발적으로 밀려오면서 모든 존재를 휩쓸어간다. 작품을 읽다보면 흔들리는 종려와 휘몰아치는 홍수가 번갈아가면서 삶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피어나는 사랑 속 은밀히 싹트는 슬픔… 우리는 작품 속 인물들처럼 모든 고난을 견디고 살아야한다. 우리가 죽는 순간 기억 역시 함께 죽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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