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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를 혹평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썼지만
분명, 테하누에 실망한 사람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왜냐하면, 이건 이제 그냥, 판타지가 아니다
마법은 이야기 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고 클라이막스가 되어서야 불쑥 튀어나오는데
그것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용이 처리해준다
이야기는 대부분, 과부 테나가 고아 테루를 거두고 살림을 꾸려나가는 내용이다
정말로, 살림을 꾸리는 내용밖에 없다. 농장을 운영하고, 장례를 치르고, 빈 집을 치우고, 나무에 물을 주고, 양을 치고 치즈를 만들고 상처 입은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나는 2권 아투안의 무덤을 다시 읽으며, 이것이 사랑이 아닐 수 없다고 느꼈다. 사랑해본 적은 없지만, 사랑을 읽은 적은 많기 때문에, 아주 쉽게 바로 알았다. 테나는 첫눈에 반해 게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살려둔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던 것 중 하나다
그런데 3권에서 테나는 게드와 이어지지 않았고, 게드 또한 테나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테나는 곤트에 처박혀 등장조차 하지 않았고, 게드의 온 신경은 세계와 마법과 생명의 종말에 집중되어있었다. 그래서 나도, 약간은 신경쓰였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이번에 읽을 때도.
결국 나는 이번에 읽은 3권에 실망했었다. 1권의 재탕이라고 깠다.
하지만 3권은 4권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야기였다. 4권이 3권을 완성시켰다. 르 귄은 어스시 초기 삼부작을 각각 68, 71, 72년에 쓰고 4권 테하누는 90년에 썼다. 르 귄도 4권이 필요할 줄, 처음에는 몰랐던 것이다.
테하누를 읽으며 용 인간이라는 새로운 설정이나 그 용 인간으로 보이는 테루에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는 없다. 르 귄이 서술하는 대로 테나를 따라가면 된다. 테루는 테나의 아이라는 사실과, 아무 잘못 없이 불에 담궈졌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지, 테루가 칼레신을 불렀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그걸 충분히 알텐데
그렇다, 이 이야기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테마를 변주하여, 어스시의 부족했던 나머지 조각으로 조형해 끼워맞춘 것이다
에레삭베의 부서졌던 고리가 깨끗하게 하나로 합쳐졌듯이, 사랑할 수 없는 몸이었던 게드와 사랑을 깨닫지 못했던 테나가 드디어 다시 만나 하나로 합쳐졌듯이, 그렇게 3권과 4권이 하나로 합쳐졌다
마법사=남자는 힘 그 자체다. 그것이 모두 빠져나갔을 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러나 마녀=여자는 알고 있다. 힘은 내가 아니라 나라는 항아리 안을 채우는 무언가다. 나는 다시 차오를 수 없더라도, 여전히 여기 있다, 있을 수 있다. 나는 힘이 아니다. 이렇게 봐도, 역시 테루의 능력은 주제와 큰 연관이 없다. 테루가 용 인간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테루가 게드와 테나의 아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피가 이어져있지 않아도=힘이 차올라있지 않아도, 가족은 이어진다.
다시 읽은 르 귄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았다. 이제, 2001년에 다시 쓴 어스시는 어떤 내용일까? 참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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