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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39장

9 이 집에는 나보다 큰 이가 없으며 주인이 아무것도 내게 금하지 아니하였어도 금한 것은 당신뿐이니 당신은 그의 아내임이라 그런즉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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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시 요셉으로 돌아와 안정적 흐름이 됩니다. 위작 및 삽입 가능성이 높은 다른 장처럼, 37장에서 바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며 읽어보면 누구나 실감할 자연스러움입니다.


요셉은 이집트로 끌려가 파라오의 호위대장 '보디발'의 종이 됩니다. 거기까지 요셉을 끌고 간 노예상의 민족이 '이스마엘 사람'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점이 눈에 띕니다.


아마도 같은 시기에 벌어지고 있었을 유다의 악행에는 관여하지 않던 여호와는 난관에 빠진 요셉을 돕습니다. 보디발의 신뢰를 얻은 요셉은 '주인이 소유를 다 위탁'받는 지위에 오릅니다. 그런데 '용모가 빼어나고 아름다웠'던 요셉을 보디발의 아내가 유혹하고, 요셉은 주인과의 신의가 여호와 신앙의 윤리 만큼 중요함을 내세우며 거부합니다. 결국 요셉은 주인의 아내를 범하려 했다는 누명을 감수하고, 주인의 선의에 의해서만 유지되던 지위를 박탈 당해 감옥에 가지만 그곳에서도 여호와의 도움은 끊어지지 않아 간수장의 신뢰를 얻어 감옥의 사무를 담당합니다.


앞서 37장을 다룬 글에서 요셉의 삶은 유대인이 갈망하는 성공 신화의 원형이 드러난 이야기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본래 살던 곳에서 떠나와 선주민이 자리 잡은 지 오래인 새로운 땅에서 자신들만의 종교과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다 크게 성공하는 소수자. 


흥미로운 것은 위 원형이 왕정 국가 성립 전 가나안 선주민들 사이를 떠도는 유대인은 물론, 기원 전 700년과 500년 경 각각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했을 때부터 중동 전역과 북아프리카, 동유럽 일대까지 퍼져 디아스포라를 건설하던 유대인, 이어 기원 후 70년 로마 제국에 의한 완벽한 멸망 후 기독교가 유럽 전체의 종교로 굳어진 유럽 각국에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던 유대인이 추구하던 모습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그들이 헤쳐 온 지독하게 길고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은 세속적 진리는 아마도 모든 인간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자본주의적 진리였을 것입니다. 요셉도,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15세기 피렌체를 주름잡던 메디치 가문에 버금가는 금권을 가졌던 유대인 금융가도, 로스 차일드, 모건 가문 등도 당대의 지배층이나 귀족, 부유층과 국가 자산을 위탁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음모론의 클리셰가 될 정도의 업적과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렇듯 한 민족이 최소 3000년의 역사 동안 하나의 윤리관, 정체성, 가치관을 지켜왔으며 그 태도의 기반이 된 국가 공동체가 큰 위기에 처했거나 어예 붕괴되었을 때 그 이념을 더욱 철저히 고수했다는 점은 역사나 종교적 시각이나 선입견, 비판하려는 의도를 초월한 놀라움을 느끼게 합니다. 


요셉의 아버지 야곱은 강한 수컷이었던 에서에게 밀려 '조용한 사람으로 장막에 거주하'던 자였습니다. 어머니 라헬과 형을 속이는 공모를 할 정도로 가까웠으니 당대 가모장의 몫이었을 집안 살림과 경제에 능했을 것입니다. 집에서 도망친 후 인색한 삼촌 라반 아래에서도 에서를 놀라게 할 자산을 모을 정도로 이재에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10남 요셉을 17세가 되도록 색동옷을 입히고 가까이 두며 가르쳤던 자질은 깊은 신앙 뿐만이 아니라, 이집트 고위 관료의 마음에도 흡족할만큼 집안 살림과 재산을 관리하는 능력도 있었을 것입니다. 비슷한 이유의 재교육이 유대인의 위태롭지만 끈질겼던 역사 내내 계속 되었을 것입니다. 


토지와 국가 등 움직이지 않은 재화와 인프라를 소유할 수 없는 천형을 가진 민족의 역사는, 육지가 아닌 바다를 끝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긴 항해에는 닻과 돛 모두가 필요합니다. 배를 묶는 둔중한 닻같은 불변의 정신적 기반. 그리고 변화무쌍한 환경변화를 활용할 돛과 같은 유연한 지혜와 적응력. 유일신 신앙과 엄격한 규범은 그들의 정신적 닻이 되었을 것이고, 높은 문해.력과 자본주의 이전의 시대부터 자본의 관리에 밝았던 감각과 지혜는 돛이 되었을 것입니다.


손해와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변치 않은 요셉의 신앙과 윤리의 닻. 누구도 배제하거나 타자화하지 않고 되려 자신보다 그들을 번영케 하는 것을 종교적 원칙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요셉의 돛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