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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발뤼는 이번 세기의 역사가 어쩌면 주름진 천과도 같아서, 만약 우리가 스텐실처럼 주름의 밑바닥에 위치한다면 다른 곳의 씨실이나 날실, 또는 무늬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의 주름 속에 존재한다는 바로 그 특성으로 인해 다른 주름들의 존재가 가정되는데, 이 주름들은 구불구불한 순환들로 분절되어 있으며, 각각의 순환은 결국 직물 자체보다 더 큰 중요성을 띠게 되어 모든 연속성을 파괴해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30년대의 우스꽝스러운 자동차들, 20년대의 기이한 유행들, 그리고 조부모 세대의 독특한 도덕적 관습들에 매료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소재로 뮤지컬 코미디를 만들어내고 관람하면서, 그것들의 실제 모습에 대한 거짓 기억, 허위적인 향수에 속아넘어가고 만다. 그 결과 우리는 연속적인 전통에 대한 어떠한 감각도 잃어버리게 된다. 아마도 우리가 물결의 정점에 살았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적어도 볼 수는 있었을 테니까.

— 『V.』 中



중무 3부를 힘겹게 헤매는 중인데, 3부의 무대인 ZONE은 V에서 선보인 태피스트리적 역사관을 서사적/공간적/문체적으로 구체화한 시도란 생각

문체적?

별 다른건 아니고, 핀천답게 시점, 어조, 장광설, 편집자적 논평, 노래, 시, 망상, 묘사, 과학적 담론, 민담 등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뒤엉키는데, V.는 물론 중무 1,2부랑 비교해도 밀도가 상당함

들뢰즈는 고다르의 영화더러 "영화는 서사적이길 그쳤지만, 고다르와 함께 가장 소설적인 것이 되었다"고 논했는데, 역설적으로 GR에게서 그 고다르의 영화들을 볼 때의 느낌을 받음 소설적 영화와 맞닿는 소설이라

서사를 파편화하고 분열시킴으로서 (거창하게도) 언어적 잠재성의 해방을 꾀한 시도거나, 아니면 언어가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속인다는 기만적 연쇄에 대한 패러디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