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철학에 관심 많았었고
어릴때부터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맨날 머릿속이 시끄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살아왔음

그리고 종교에도 너무 관심이 많았었던터라
성경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일반 기독교 말고
사이비 종교에 다니게 됨
얘네는 성경을 분석하거든.
내 평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였긴 함ㅋㅋㅋㅋㅋㅋㅋ

그 종교에서 맨날 성경이나 강의같은거 듣고
분석, 요약하고, 어려운 내용은 쉬운 비유거리도 찾고
또래 애들이랑 이렇게 공부하는게 너무 행복했었음

아무튼 그 종교에 빠져서 몇 년 허비하다가
겨우 빠져나왔는데

거기서 나오니까 내가 집중할 곳이 없는 느낌이래야되나
뭔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주던 것들이 있었는데
한번에 다 비워버리니까
인생에 대한 회의감도 너무 많이 들고,
죽고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서
몇 년 동안 죽을 날짜만 계산하면서 살았음.

그러다가 내 친구 중에 한명이
맨날 책만 읽길래 '책이 왜 재밌지?' 생각 들어서
그날 도서관 가서 살인마 나오는 소설책 하나 집어서 읽었음.

그때 느낀 감정이
영화나 만화는 작가가 하고싶은 말을
지들이 화면으로 다 만들어서 보여주니까
그걸 보는 나는 아무생각없이 화면만 봐도 내용 이해가 되는거임.

근데 책은 내가 그 글자 하나하나를 뇌로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직접 상상해내고, 인물에게 완전히 이입되니까
무슨 내가 직접 보고 겪은 것처럼 느껴지더라고.

영화랑 만화보다 책이 더 자극적이고,
어떻게 보면 더 강하고 폭력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땡기는 소설책부터 하나씩 읽어보고 있음.

근데 책 읽으니까 내가 살아오면서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천천히 되짚어가면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니까

'내 인생 개망함'이라고 한 문장으로 뭉쳐있던게
구체적으로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고,
내가 고쳐야 할 점이라던가, 부모님과 친구들의 관점 등등
잔뜩 엉켜있던게 하나씩 풀리는 느낌이 들더라.

그렇게 느낀 날 진짜 하루종일 펑펑 울고나니까
무너졌던 부분들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기고,
더 다양한 책들 읽어보면서 더 많은 감정들도 느껴보고싶고,
세상엔 내가 모르는게 아직 많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너무 좋다

디씨 진짜 너무 무서운 곳인 줄 알았는데
책 존나 읽는 형들 보니까 자극도 너무 많이 됨.
암튼 좀 살맛나는 것 같아서 똥글싸고감
자기 전에 또 책읽을거임
형들도 책읽고 잘 자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