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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8월부터 '제대로' 독서를 시작했다.

제대로 시작한 건 이번 8월이지만, 이 전에도 드문드문 책을 읽긴 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책을 읽기보단 책을 사둔 것에 가까웠을 거다.

그 시절에 내가 사둔 책의 라인업은 처참하기만 하다.


(참고로 징비록/한중록 더스토리 판이다)


그래도 '이왕 책장에 있는 거, 읽기는 읽어야지' 라는 마음에 짬통처리 하나씩 읽어갔고, 그 결과 이 책을 만나버리고 만 것이다.



재밌게 읽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사과한다. 이 책은 쓰레기다.

웬만하면 이런 소리는 안 하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쓰레기다.

난 사피엔스는 6일 동안 읽었는데 이 책은 9일 동안 읽었다.

중간에 하차하고 싶다는 생각이 수 십번 들었다만,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이 이상 읽을 자신이 없어서 끝까지 읽었다. 


불편한 편의점, 편한 플롯

이 책의 서사는 간편하다. 이 간편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에피소드가 

삶이 힘든 등장인물 A의 사연 - 편의점에서 독고와 상호작용 - 마음의 위안 - 일이 술술 풀림

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가 예상이 되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뻔한 스토리에 지치기까지 한다.

심지어 인물도 너무나 평면적이다. 몇 백년전 박씨부인전이 이 책보다 입체적인 인물을 그리는 것 같다. 

스트레오타입으로 떡칠된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뭔가 어설픈 묘사

이건 취향의 영역일수도 있는데 묘사가 어설프다. 

작가가 겉햝기로 아는 분야를 끌어다가 사용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원 플러스 원' 에피소드에서 게임에 빗댄 문장과, 진상 20대 여자 손님이 뱉는 "할매, 구미호야? 목숨이 몇 개라도 돼?" 라는 대사는 읽기 힘들 정도였다.




'아니 힐링용 라이트한 소설에 바라는 게 뭐 이리 많아?' 말할 수도 있다.

힐링용 라이트 소설을 기준으로 해도 나에겐 이 책의 장점이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고전을 진짜 좋아해서 읽는 건지, 권위에 굴종해서 재미 있다고 착각하는 건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그건 말끔하게 해소시켜 주었다. 

아마 내가 이 책에서 얻은 유일한 성찰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