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

이효원 지음

현대지성 / 2024년





들어가며 - 인생이 허무할 땐 헌법을 읽는 것이 좋다



나의 관심사는 ‘나’입니다. 나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은 ‘지금, 여기’라는 구체적 현실에 실존하는 고유한 나 자신을 알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나를 구성하고, 나는 대한민국을 구성합니다. 사랑이라는 집이 믿음이라는 대지 위에 소망이라는 설계에 따라 지어지듯, 나는 대한민국에서 헌법을 기준으로 살고 있습니다. 국가도 헌법도 ‘또 다른 나(Alter ego)’입니다. 나는 헌법을 잣대로 나와 대한민국을 성찰합니다. 참고로 헌법이란 국가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핵심가치를 요약한 근본규범입니다. 한 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에 대한 공부는 추상적으로 이론화된 지식인 ‘소피아(Sophia)’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지혜인 ‘프로네시스(Phronesis)’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나는 헌법을 읽으며 나와 대한민국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헌법을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과정을 거치며 나 자신과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훌륭한 헌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고, 꽤 괜찮은 국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사랑에 기초해 자유, 정의, 평화를 비추는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사람에 대해서는 이유 없이 또는 이유를 모르고 사랑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있지만,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가에 대해서는 다릅니다. 우리는 국가 그 자체를 사랑해서는 안 되고, ‘국가를 사랑하는 이유’를 사랑해야 합니다. 국가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모두를 파멸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헌법적 가치 때문입니다. 헌법적 가치는 내가 마주하는 ‘너’를 인격적 존재로 인정하고, 제삼자인 ‘그’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나아가 ‘너’와 ‘그’가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할 때, 그래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이 그리는 바람직한 미래상이기도 합니다.



헌법 전문(前文) - 1948년 헌법의 탄생 그리고 1987년 9차 개헌



우리는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1948년에야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1948년 5월 처음으로 보통선거를 통해 선출된 제헌국회가 7월 12일에 헌법을 제정하고 7월 17일에 공포했습니다. 이후 9차례 개정되어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1987년 10월 29일)’

우리가 헌법을 제정한 이유

헌법은 ‘전문(前文)’으로 시작합니다. 헌법의 전문은 매우 길지만 살펴보면 하나의 문장입니다. 주어는 첫 구절의 ‘대한국민은’, 목적어는 마지막 구절의 ‘헌법을’, 술어는 ‘개정한다’입니다. 즉, 국민이 헌법을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헌법은 국가를 조직하는 최고법입니다. 헌법이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권한을 부여하므로 모든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헌법에 기반합니다.

한편 전문은 헌법의 일부로서 대한민국의 뿌리와 미래상을 보여줍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며,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비전으로 제시합니다. 또 헌법은 1987년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9번째로 개정되어 10월 29일 공포되었으며,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에서 명시한 것과 같이 우리는 과연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고 있을까요? 이는 객관적 사실일까요, 아니면 그저 자기기만일까요? 우리 한국인은 대한민국을 비교적 훌륭한 국가로 만들어왔습니다. 유적 존재(類的 存在)로서 한국인은 역사적 현실에서 충분히 빛나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믿습니다. 대한국민은 자신과 자손들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고자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세계에서 안전·자유·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수는 없지만 다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1장 총강 - 헌법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내일



헌법 본문은 10장, 총 130개 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장 총강은 말 그대로 모든 헌법 조문을 벼리는,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총강은 제1조부터 제9조까지이며 헌법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를 규정합니다. 즉, 총강은 헌법 전체를 지배하는 기본 원리입니다. 총강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이며 어떤 미래를 추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1조부터 제9조까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조]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2조] 1.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2.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 [제5조] 1.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2.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제6조] 1.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2.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 [제7조] 1.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2.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8조] 1.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2.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3.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4.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 자유, 평등, 정의



헌법 제2장부터 제10장까지는 국가의 헌법적 가치를 고유한 규범적 기준에 따라 범주로 나누어 규정합니다. 제2장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다룹니다.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직접 규정함으로써 헌법적 권리와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이지요. 이후에 나올 제3장부터 제10장까지는 제2장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제2장은 제10조부터 제39조까지 30개 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36조까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기본 권리를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 참정권, 청구권, 사회권 순으로 나열합니다. 그리고 제37조는 기본권에 적용되는 제한의 기준을, 제38조와 제39조는 국민의 기본 의무를 규정합니다. 몇몇 조항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권이 아니라 행복추구권인 이유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은 누구나 자유의지를 가진 목적적 존재이며, 개성과 자율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격체라는 사실에 기초합니다. 모든 국민의 인간적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헌법적 이념이지요. 다만 우리는 스스로 존엄하고 가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간의 본성에는 악마성과 부조리가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헌법은 주권자가 스스로 존엄하고 가치 있게 살며 타인을 인격체로 존중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행복은 고통의 부재에서 느끼는 감정이며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누구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의 개념은 고통의 개념만큼이나 다의적이고 주관적이며 상대적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헌법에 ‘행복할 권리’가 아니라 ‘행복을 추구할 권리’라고 표현한 것은 행복이 불가능함을 전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헌법은 국가에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국가는 우선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국가가 행복의 내용을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보장해서는 안 됩니다. 행복은 각자 자신의 몫으로 추구하는 것이기에 이것이 오히려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평등, 서로 다른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

‘[제11조] 1.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2.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3.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현실세계에서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며 같을 수 없지만, 평등은 특정 관점에서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당위명제입니다. 이는 모든 인간이 동일하게 존엄과 가치를 지닌 자유로운 존재라는 점에 기초합니다. 내가 존엄하고 가치 있는 인간으로 대우받고 싶다면 타인을 자율적 인격체로 대우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신분제나 이에 따른 어떤 특권도 허용하지 않으며 설령 국회에서 법률로 이를 허용하더라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합니다. 법이란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방식이 공존하기 위한 기술이므로 법에 있어서 누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법은 국가권력을 효율적으로 행사하는 수단인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보호합니다. 참고로 법치(法治)는 단순히 법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하게 다스리는 것을 뜻합니다. 국가가 불평등한 법을 만들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면 오히려 불평등을 정당화할 뿐이며 올바른 법치로 볼 수 없습니다.

한편 헌법은 국민들이 모든 영역에서 평등하다고 규정하지만, 현실에서는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적용됩니다. 선거에서는 1인 1표라는 형식적 평등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납세에서는 누진세를 통해 실질적 평등이 지켜집니다. 동등한 기회나 조건하에서도 선천적 능력에 따라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고, 보조나 지원 등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비로소 평등해지기도 합니다. 이때 단순히 차별 대우 금지에 집착하면 특정 가치에 따라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거나 오히려 불법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평등은 맥락에 따라 정의나 공정과 혼용됩니다. 정의(正義)는 모든 사물을 올바른 자리에 배정하는 힘이며, 그 핵심은 각자의 몫을 정당하게 배분하는 것입니다. 사적 영역에서는 ‘자유’로, 공적 영역에서는 ‘평등’으로 나타나지요. 다만 각자의 몫에는 재화와 용역 같은 이익뿐만 아니라 비용이나 책임 등 불이익도 포함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공정(公正)은 절차적 평등을 통해 구현됩니다. 다만 과정이 투명하고 공평하다고 기회의 평등까지 이루어지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진정한 자유부터 안락사까지

‘[제12조] 1.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2.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3.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4.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5.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 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6.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7.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일부 조항 후략)’

헌법은 자유권 중 ‘신체의 자유’를 가장 먼저 규정합니다. 인간의 신체는 정신을 담는 실존적 형태이자 인격적 가치로 존중해야 합니다. 참고로 헌법 제12조는 가장 긴 조문으로 신체의 자유와 형사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합니다. 과거 국가가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했던 역사적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헌법에 형사절차를 규정해둔 것입니다. 개인은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신체의 안전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형사절차에서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할까요? 국가가 개인에게 강제처분이나 처벌을 할 때는 반드시 법률에 의거해야 합니다. 특히 체포·구속·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처분을 할 경우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합니다. 누구든 체포나 구속을 당한다면 법원에 적부(適否)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더라도 고문과 협박 등 자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자유란 스스로 말미암아 변화시키는 힘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외부의 간섭을 배제한 상태뿐만 아니라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합니다. 자유는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을 지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실현됩니다. 타인으로부터 허용된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닙니다. 자유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작동하며, 어쩔 수 없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에는 자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는 자유가 없는 ‘부자유’가 아니라 자유의 영역이 아닌 ‘비자유’로 볼 수 있겠지요.

한편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생명을 전제로 하고, 생명은 헌법적 가치로 존중됩니다. 인간에게는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법률은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만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 개인의 죽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지요. 태어나는 상황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 제3장 국회 - 규칙에 합의하기 위한 토론과 설득의 힘



헌법 제3장은 국회의 구성, 기관, 운영, 권한에 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구체적 내용은 국회법과 같은 법률에 위임합니다. 헌법 제3장은 제40조부터 제65조까지 26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국회는 의회주의의 중심축입니다. 의회주의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어 의사를 결정하는 정치원리를 말합니다. 주로 의회의 다수당이 내각을 형성하는 의원내각제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대통령제나 이원정부제로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국회는 과연 국민을 대표하는가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헌법 제40조는 130개의 조문 중 가장 짧지만 매우 많은 내용을 함축합니다. 입법권이 국회에 속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권력분립을 실현하는 기초가 됩니다. 국가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운영됩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국가기관의 권한과 국민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제정할 권한과 책무를 가집니다. 또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국민 전체의 의사로 간주되어 정당하게 국가기관과 국민을 구속합니다.

법률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국가의사로 도출되므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합의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국회가 입법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와 정당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회는 헌법에 근거해 입법형성권을 가지므로 헌법이 위임하는 범위에서만 입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따라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한편 국회가 국민의 대표라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고 권한을 위임했다는 사회계약론에 기초합니다. 국민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되므로 국회가 국민의 대표로 인정받는 것이지요. 하지만 국회가 정말로 국민을 대표하는지는 깊이 고민할 문제입니다. 국민은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으며 설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하더라도 해지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국민의 대표라는 것은 국회가 권력을 효율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작동시킨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리바이어던』을 쓴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국민이 계약을 체결해 국가에 주권을 ‘양도’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철학자 존 로크는 이를 계승하면서 ‘위임’했다고 변형했습니다. 반면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직접 국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근대국가는 로크의 위임계약에 기초하지만, 나는 주권이 신이나 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속한다는 것을 가장 먼저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홉스의 혁명적인 사상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헌법 제4장 정부 - 통솔력과 소통력이 중요한 이유



제4장은 정부에 대해 다룹니다. 제66조부터 제100조까지 35개 조문에 대통령과 행정부의 구성과 운영, 권한에 대해 명시합니다. ‘정부’라는 단어는 맥락에 따라 여러 의미로 사용되지만 헌법에서는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와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에 대응해 행정권을 행사하는 ‘집행부’를 의미합니다.제4장은 헌법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그 내용과 범위가 방대하기에 각 조항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규정합니다. 먼저 제1절 대통령과 제2절 행정부로 나누고, 제2절 행정부는 제1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제2관 국무회의, 제3관 행정각부, 제4관 감사원으로 나누어 관련 사항을 규정합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제66조] 1.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2.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3.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4.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헌법은 대통령제를 원칙으로 채택해 국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합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권의 실질적인 수반입니다. 즉, 대외적으로는 국가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정부의 수반이 됩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외국에 국가를 대표하므로 대통령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행위로 간주됩니다. 아울러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집니다.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행정부를 조직하고 거느리고 다스리는 행정권의 최고책임자이며, 행정에 관한 최종결정권자입니다. 행정이란 법률이 지향하는 공익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국가작용을 말합니다. 행정권은 정부에 속하는데, 이때 정부는 대통령과 행정부를 포함합니다. 대통령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함으로써 행정권을 행사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행정권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고, 국회와 법원도 그 권한의 범위에서는 행정작용을 수행합니다.

한편 대통령제는 민주적 정당성이 하나의 축인 의원내각제와 달리 두 개의 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가 집행부를 구성하지만, 대통령제에서는 국민이 국회와 별도로 대통령을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이원적으로 부여합니다. 대통령은 독임기관으로서 합의기관인 국회로부터 독립해 강력한 행정권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서는 직접 책임을 지고, 국회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한 국회는 대통령을 불신임할 수 없고, 대통령도 국회를 해산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입니다. 얼굴은 타인에게 나를 처음 드러내는 통로입니다. 사람들은 잘생긴 얼굴보다 좋은 인상을 선호합니다. 생김새는 조상에게 물려받지만 인상은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얼굴보다 노력으로 가꿀 수 있는 인상에 집중합니다. 인상은 표정이 축적되어 생기므로 혼자 있을 때에도 표정을 밝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인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잘생겼다는 뜻이 아닌 걸 알면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의 말과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헌법 제5장 법원 -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제5장은 법원에 대해 다룹니다. 제101조부터 제110조까지 10개 조문에 법원의 구성과 운영, 권한에 대한 사항을 규정합니다. 국회나 정부에 비해 법원에 관한 조문수가 적은데, 이는 사법권이 소극적인 국가작용임을 반영한 것입니다. 국회와 정부가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며 적극적으로 국민의 삶에 관여하는 것과 달리, 법원은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만 개입합니다. 법원의 조직과 권한은 개인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재판청구권과 권력분립에 기반한 사법권의 독립과 연관지어 해석해야 합니다.

법원의 역할과 책무

‘[제101조] 1.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2.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 3.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사법권이란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독립기관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권한입니다. 헌법은 사법권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부여합니다. 이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법률전문가인 직업법관이 법적 이성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입니다. 헌법은 법원이 법적 이성을 판단하기 위해 법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륜을 갖춘 직업법관만이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률로 그 자격을 규정하게 합니다.

한편 법원은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됩니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 민사·형사·행정재판과 같은 쟁송에서 최종심을 내리고 법원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기관입니다. 대한민국은 법원에 차등을 두어 상위 법원에 상소를 청구할 수 있는 심급제(審級制)를 허용하고, 3심제를 원칙으로 채택합니다. 선거소송, 기관소송, 특허소송의 경우 예외적으로 단심제나 2심제를 인정하지만 그 최종심은 반드시 대법원에서 내려야 합니다.

한편 사법권은 입법권이나 행정권과 달리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해 당사자가 재판을 청구한 경우에만 발동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권한입니다. 입법권과 행정권이 미래지향적으로 국가의 목표를 형성하고 실행하는 반면, 사법권은 국가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사법권은 다수결에 기초한 민주주의보다 법치를 기반으로 소수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과거의 분쟁을 현재의 관점에서 해결하므로 법원 역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속성을 지닙니다.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정부를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합니다. 권력분립을 통해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다만 입법권이나 행정권과 달리 사법권은 창의적인 생산 활동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사법권의 핵심 역할과 책무는 공정한 재판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학생들이 로스쿨에 몰리는 현상을 보면 권한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권력분립이라는 가치가 약화될까 봐 우려스럽습니다. 이는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입니다.



헌법 제6장 헌법재판소 - 어떤 법도 최고법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헌법 제6장은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운영, 권한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며 제111조부터 제113조까지의 조문으로 구성됩니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제9차 개헌 때 도입되었으며, 법원과 사법권을 나누어 갖고 헌법재판을 관할합니다. 헌법재판은 사법작용에 속하므로 제5장 법원과 비교하며 읽는 것이 좋습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조화롭게 행사하며 사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책무

‘[제111조] 1. 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 ①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② 탄핵의 심판 ③ 정당의 해산 심판 ④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⑤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2.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3. 제2항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4.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이란 헌법분쟁이 발생한 경우 독립기관에서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해 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재판입니다. 법률, 명령, 규칙 등 하위법이나 국가작용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심판하고 적용하는 것이지요.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합니다. 참고로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지만, 헌법재판에 속하는 심판은 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관할합니다. 헌법재판 역시 사법작용이므로 사법권의 독립이 필요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됩니다. 그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 임명합니다. 헌법재판소장은 대법원장과 달리 재판관의 임명제청권이 없으므로 대법관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과 같은 헌법기관의 구성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장은 연임이 불가능하지만 헌법재판소장은 연임이 가능합니다. 헌법재판은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헌법재판도 사법작용에 해당하지만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질서를 직접 규율하므로 일반재판과 위계가 다르며, 심판절차도 다릅니다. 헌법재판은 주로 정치적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정치현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지만 이는 헌법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니 헌법재판이 정치를 대신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헌법재판은 180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헌법률심판으로 처음 시작되었고, 1951년 독일이 대법원과 별도의 연방헌법재판소를 설치하며 세계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헌법으로 헌법위원회와 탄핵심판소를 규정했고, 1960년 헌법에서 헌법재판소를 규정하였으나 실제로 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1987년 개헌을 통해 비로소 헌법재판소를 설치해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헌법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례로 지난 2014년에는 정당해산을 결정하고, 2017년에는 탄핵심판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기도 했습니다.



헌법 제7장 선거관리 - 올바른 대표자를 현명하게 선출하는 방법



제7장 선거관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 운영, 권한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며 제114조부터 제116조까지의 조문으로 구성되고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투표의 관리와 정당사무를 처리하며 이는 본질적으로 행정작용에 속합니다. 그러나 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규정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조직하게 합니다. 선거제도가 헌법에 따로 분류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의미겠지요. 제7장은 제2장에서 규정하는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은 물론, 대통령과 국회의원선거에 관한 원칙, 국민투표와 연관해 해석해야 합니다.

‘[제114조] 1.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 2.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3. 위원의 임기는 6년으로 한다. 4. 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

5. 위원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 6.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선거관리·국민투표관리 또는 정당 사무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으며,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7.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제115조] 1.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인명부의 작성 등 선거사무와 국민투표사무에 관하여 관계 행정기관에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다. 2. 제1항의 지시를 받은 당해 행정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제116조] 1.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2.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



헌법 제8장 지방자치 -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초석을 다지다



제8장은 지방자치의 조직과 사무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며 제117조와 제118조, 2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방자치란 지역을 단위로 하는 단체나 주민이 스스로 선출한 기관을 통해 지역 행정사무를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민과 주민을 구분해 해당 지역 주민이 지방정부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습니다. 제8장은 지방자치가 국가의 행정권을 기능적으로 배분하는 동시에 중앙정부를 통제하는 역할까지 한다는 점에 주목해 해석해야 합니다.

‘[제117조] 1.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2.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제118조] 1.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2.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9장 경제 - 헌법에 경제질서를 규정해둔 이유



제9장은 대한민국 경제질서의 기본원리와 정책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며 제119조부터 제127조까지 9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경제질서란 모든 국가작용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에 해당하며, 특정한 헌법기관의 구성과 조직에 관한 사항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 헌법에 국가의 기본원리 중 ‘경제’에 대해 하나의 장으로 규정해둔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경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제9장은 제2장에서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재산권과 사회권은 물론, 국가작용에 해당하는 재정과 사회복지와 연관해 해석해야 합니다.

무엇이 사회적 정의인가

‘[제119조] 1.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2.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에 기초한 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채택하고, 개인과 기업이 자유와 창의를 통해 형성한 재산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며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합니다. 즉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합니다. 자본주의에 기초한 시장경제질서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자율적으로 행동해 최대한의 효율을 얻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이러한 전제가 늘 충족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일부 집단이 시장을 지배하거나 경제력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또 경제주체 사이의 조화를 유도하고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시장경제질서를 규제하고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질서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것입니다. 제119조 2항은 1항에서 규정하는 시장경제질서를 제대로 작동시켜 자유와 사회적 정의를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경제의 민주화는 사적 경제활동에 국가가 개입해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절차적으로는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해 경제질서를 확립해야 합니다. 한편 내용적으로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사회적 정의는 관점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고, 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한편 헌법에 경제의 민주화를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공적 정치영역에만 적용되며, 사적 경제영역에는 개입할 수 없다고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정치와 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고, 사적 영역에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헌법에 경제의 민주화를 중요한 원칙으로 규정해둔 것입니다.



헌법 제10장 헌법개정 - 헌법은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제10장은 헌법개정에 대해 다루며 제128조부터 제130조까지 3개 조문으로 구성됩니다. 헌법개정이란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그 동일성을 유지하며 헌법의 일부를 고치는 과정을 말합니다. 헌법에 헌법개정에 대해 규정해둔 이유는 바로 역사적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헌법을 수정해야 할 상황이 오면 기존 헌법을 파괴하지 않고 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과 방법을 헌법 안에 마련해둔 것이지요. 참고로 제128조부터 제130조까지 3개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28조] 1. 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2.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제129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제130조] 1.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2.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3. 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헌법 부칙 - 법이 바뀌어도 세상은 계속되기에



부칙은 새로운 헌법을 시행할 때 발생하는 입법적 공백을 보완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과규정입니다. 참고로 경과규정이란 법령을 제정, 개정 또는 폐지할 때 옛 법에서 새로운 법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말합니다. 1987년 제9차 개헌으로 현행헌법을 개정하며 작성된 부칙은 총 6개 조문(제1조에서부터 제6조까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88년 2월 25일부터 이 헌법을 시행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