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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불가코프는 『거장과 마르가리타』로 접하게 되는 것이 보통일 텐데, 어쩌다 보니 중단편집부터 읽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왠지 맥이 풀리는 책이다. 알라딘에 등록된 어느 유저의 서평—이 책의 구매 링크에 등록된 유일한 서평이다—이 이러한 감상을 매우 정확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보통 불가코프를 읽게 되는 독자들은 대표작에 감탄하고, 두 번째 작품까지는 작자의 명성에 기대어 필요 이상의 과찬을 하며, 세 번째로 읽게 되면 이것 참 기대 이하구나, 싶어서 김이 새더라는 것이다(나는 첫 번째 과정을 건너뛴 탓에 아직 감탄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런데 불가코프의 인생 면면을 살펴보면 그가 참 작가로서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시대를 헤쳐 왔음에 안타까워지고, 그래서 결국에는 “한 작품 말고는 뛰어나지 않은 작품만 쓴 작가라고 여기는 것보다,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판이 깔리지 않은 불행한 작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다 사람 사는 팔자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불가코프는 적백내전 당시 타국으로 망명할 기회가 있었으나 마침 티푸스에 걸려 앓아 눕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으며, 소비에트 체제하에서의 활동에 일평생 심각한 제약을 받았지만 스탈린은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좋아했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참, 역사에 이름을 새긴다는 건 정말 누군가의 재능이나 뜻대로만 되는 일은 아닌 게다. 물론 그럼에도 불가코프는 작품 하나를 문학사에 새겼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후에는 행복한 작가일 것이다. 그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작품이 몇 편 있긴 하다. 「찬송가」와 「채권 06조 0660243번—실제 사건」은 그런 대로 인상적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왕왕 그렇지만 특히나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인 「소맷동에 쓴 수기」도 서글픈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