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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 묘사된 전략폭격을 보고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읽고 싶었던 차에 제목에 이끌려서 선택했는데

기대와 달리 내용이 철 지난 처칠 위인전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원제는 『The Splendid and the Vile: A Saga of Churchill, Family, and Defiance During the Blitz』,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국내 출판사에서 임의로 붙인 제목임.

주제인 영국 본토 항공전과 처칠 중에, 처칠 쪽에 특히 비중을 둔 책이다. 거의 낚시 당한 기분.



처칠이 위험을 무릅쓰고 솔선수범하는 불굴의 전시 총리이자 인간적인 매력도 가득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그래도 그렇지 최대의 흑역사인 갈리폴리 전투조차도 흠집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처칠을 공격하는 레파토리 정도로 지나가듯이 언급하는 건 너무한 지경.



일단은 제목에서 기대했던 대로 폭격이 일상인 시기의 다양한 삶의 모습은 상세히 보여주는 편이다.

그리고 처칠의 시가 취향, 처칠 딸의 파티와 교외 피난 생활 소일거리, 아들의 난봉꾼 행각 따위에도 또한 큰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물론 왕실과 귀족, 고위 관리들 중에도 모범을 보인 사람이 많았고 폭탄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지만,

직접적인 폭격 목표임에도 생산량 달성을 위해 (때로는 공습경보를 숨기면서까지) 출근할 것이 권장되는 군수공장 노동자들과

파자마 파티를 하는 듯한 분위기로 폭격을 구경하는 호텔 투숙객들이 완전히 같은 수준의 고난을 경험한다고는 말 못 하겠음.

그 와중에 특정 브랜드의 화장지를 조달할 것을 요청하는 왕실은 덤.



제목에 낚여서 기대와 다른 방향이어서 그렇지 책을 통해 알게 된 점도 많아서 유익한 독서였다고는 생각한다.

영국 본토 항공전에 대해 내가 몰랐던 디테일들이라든지,

특히 야간폭격과 등화관제, 대피소 생활이 일상인 시기에 모두가 같은 전쟁의 기억을 가졌던 건 아니라는 점.

아마 작가는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총리와 영국 국민들을 말하고자 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