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면서 머리가 파괴되는 느낌? 특히 '바벨의 도서관'에서 당신이 보고 있는 글이 정말 그대로 이해한 게 맞느냐는 말에서 머리를 한대 퉁 맞는 기분이 들었어


보통 책을 읽을 때 내가 읽은 언어의 의미-기의-랑 언어로 나온 글자-기표-가 일치하다고 생각하잖아. 글에서 A는 행복했다 하면, 의심의 여지없이 작가는 A가 행복하다고(물론, 서술적 관점에서 그것이 참이거나 거짓이거나 모순인 거랑은 별개로) 쓴 것이라 여길텐데, 사실 다를 수도 있잖아.

일단 번역의 한계로 여러가지 의미가 변형되거나 달라졌을 수도 있고, 설사 같은 언어를 썼다고 해도 그것의 상징된, 표상된 의미까지 독자와 작가가 동일하게 일치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플라톤의 이데아 같은 건 절대적인 것을 간주하고 완벽한 사과 밑에서 같은 사과를 본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함이나 절대주의, 완벽한 이해(?) 같은 건 절대적 진리가 칸트에 의하여 박살나버렸고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 것과, 보여지고 읽어지는 것과,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 또는 실재의 것으로 명명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다를 수도 있다, 혹은 애초에 알 수 없으니 같은지조차 알 수 없다 이런 걸 느낀 느낌?


점점 가상이랑 현실이 모호해져서, 책 속의 책 혹은 책 바깥에서 책 읽고 있는 사람의 책, 아니면 도서관에 들어갔는데 거기 책 하나하나에 또 도서관이 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 그러니까 결국 호르헤는 설정상 중간 번역자 같은 거고 또 책 내부에서는 다른 책을 역어(번역?)한 거거나 인용한 거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파에 누워서 책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자꾸 옆의 손가락이 글자를 가리는 거야. 그래서 짜증나서 계속 손을 치웠더니 알고보니 내가 '책을 들고 있는 손'조차 이미 책에 붙어있던, 들어가있던 내용이란 느낌이었어. 컬트 쇼크다.


픽션들 추천해준 사람 아주 칭찬해


덕분에 재밌는 거 본 거 같아. 이해는 잘 안가긴 하는데 그래도 재밌는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