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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 역학의 끔찍한 역사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끔찍함 자체는 유체 역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치를 떨 정도로 유명하다. 유체 역학의 기틀이 되다시피 하는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은 만들어진 이후 거의 이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비행기가 이륙하며 받는 양력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물론,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의 특수해를 근사해 계산하며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덕분에 그 유용성과는 별개로 물리학에서 학문적으로 취급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좋지 않을 만한데, 이 책에서 중간중간 지나가는 끔찍한 일화를 조금씩만 읊어봐도 처참하기 짝이 없다.


1752년, 달랑베르는 뉴턴 역학을 점성 없는 유체에 적용해 베르누이 방정식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달랑베르의 역설을 선보였다. 이는 뉴턴이 말했던 바대로 유체의 점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점성을 넣는 순간 그 뉴턴 유체는 도저히 어떤 계산으로도 걷잡을 수 없는 끔찍한 무언가가 된다. (괜히 유체 역학을 가르칠 때 베르누이 방정식 '이후'의 도식을 좀처럼 다루지 않는 게 아니다) 이를 수학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비로소 성과를 발한 것은 거의 100년이 지난 뒤인데, 그 결과인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을 정작 문제가 되는 난류를 풀기 위해 풀려는 순간 또 다른 끔찍한 오어-좀머펠트 방정식이 나오며 이를 박사 연구로 풀려다가 도저히 하지 못할 것 같아 지도교수까지 바꿔가며 도주한 것이 바로 끔찍한 행렬 양자역학으로 유명한 하이젠베르크다. (그 지도교수였던 좀머펠트조차 말년에는 이 문제가 풀 수 없는 것 같아 보인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나마 손쉽고 우리에게 익숙한 열역학, 통계역학 등의 분야는 받아들여지기까지 늘 엄청난 고난을 겪었다. 줄의 연구는 지금은 잘 알지도 못하는 칼로릭 이론에, 볼츠만의 연구는 실증주의자 마흐에 부딪혀 거의 수용되지 않다가 조금씩 수용되었다. (볼츠만의 경우에는, 인정받지 못해 자살한 이후-통계역학 책 서문에 적혀 있는 통계역학 비운의 역사는 사실 통계역학 수용사인 것이기도 하리라)


사실, 유체 역학에서 다루는 유체 자체가 그 중요성과 역사성에 비해서 너무나 끔찍한 난이도로 인해 오히려 취급이 안 좋았던 것도 크다. 제목 <판타 레이>가 말하듯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전제 하에 불규칙한 난류를 수학적으로 통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데카르트가 기계론적 사고로 근대 과학의 문을 열며 모든 작용이 직접적으로 맞닿으며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모든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매질 에테르와 그 에테르의 소용돌이를 상정한 뒤로, 과학 발전사는 늘 에테트라는 유체의 존재 유무 및 작용 방식과 떼어놓을 수 없었다. 뉴턴이 데카르트의 전제를 무시하듯 원격으로 작용하는 만유인력을 도입하고 유체 내에서 서로 작용하는 점성을 전제하며 이를 무시하려 했지만, 상술했듯 그런 가정 하에서 유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덕분에 난류는 오히려 공학 영역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는데, 실용적으로 유체를 다룰 수 있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수학적으로 이를 예외 없이 모델링하는 것은 몇 백 년 동안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던 탓이다.


<판타 레이>는 그래서 소용돌이치는 유체가 아무렇게나 튀어나가며 사방에 퍼지듯, 유체 역학의 시초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시간 흐름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하는 시대상, 기술, 학문을 보여주는 식으로 저술되었다. 유체와 엮여 있다고만 하면 뭐든지 다룬다고나 할 수 있겠다. 커피하우스가 어떻게 당시 사람들을 묶어놓는 장소로 기능했는지를 쓰면서 이 커피하우스에 모였던 여러 유체 역학 관련 학자들의 일화를 써나가고, 난방과 연료 공급을 위해 연구하던 기술자에서 어떻게 열역학이라는 학문까지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과학과 공학 사이의 중간 영역에서 다루는가 하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항공 기술에 뛰어났던 독일의 학자들이 제1,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어떻게 미국으로 퍼지며 교류가 일어났는지를 각 학자들의 성과와 함께 이야기한다. 그 끝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 투자에는 매우 인색했고 자체적으로는 이 기술에 도달할 저력이 아직 없었던 중화인민공화국의 핵개발로 마무리된다. 사회에 가해진 압력이 어떻게 서로 불규칙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지는 참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몇몇 핵심적인 사건 및 내용으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할더러 사실 별로 의미도 없다. 학술적인 용도라면 이를 말끔하게 정리해준 다른 유명한 학술서가 많고, 시대상의 변화 및 기술 수용사를 다루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범위를 다루는 탓이다. (푸리에 해석으로 유명한 조지프 푸리에가 나폴레옹 시기에 군대에 끌려가 이집트에서 로제타 석을 눈여겨 보고 가져왔으며, 정작 푸리에 해석이 그 스승 라그랑주의 손으로도 증명되지 않아 학술적으로는 거의 찬밥 신세로 있었지만 그를 '행정적'으로 눈여겨본 나폴레옹이 푸리에를 이제르의 지사로 임명한 덕에 그 돈으로 그럭저럭 잘 먹고 살 수 있었다던 이야기라든가, 사이클로이드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변분법을 만들며 유체 역학의 발전에 기여했던 요한 베르누이가 가난 탓에 후원자 귀족 로피탈에게 학문적 성과를 뺏기던 자신과는 달리 자신의 후원을 받으며 의학을 배우면서도 비슷한 재능으로 뛰어난 성취를 보인 자식을 질투해 베르누이 정리를 자식 다니엘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한 이야기라든가...) 하나 중심 줄기를 잡을 수 있다면, 그건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튀어나갈지 모르되 나름대로 무언가 결실을 하나씩 맺었다는 판타 레이 정신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