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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고 한동안 생각도 못 했다가 드디어 읽었음.
카와바타 야스나리 소설은 이걸로 처음 읽어보는데 읽자마자 단번에 묘사에 집중하는 타입이구나 싶었음.
사실 서사적인 측면을 보면 크게 두드러지는 점은 없다고 생각함. 이렇다 할 갈등 국면도 크게는 없고, 이야기 전반이 불명확한 측면이 크기 때문임.
다만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묘사 덕분에 특별한 소설이 된 듯.
확실히 이 소설을 상징하는 문장은 현대 일문학 굴지의 명문으로 유명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인 듯함. 작품 전반의 문체에서 이와 같이 탐미주의적인 측면이 돋보인다고 생각함.
근래에 읽은 것들이 율리시스, 특성 없는 남자, 성, 몽유병자들 (읽는 중)이다보니 확실히 대비되는 게 있음. 이 쪽도 하드보일드적인 문체랑은 거리가 멀지만 설국과는 명백히 방법론이 다르다고 생각함.
뭐 한마디로 율리시스는 사실상 문체의 복잡함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했고, 특성 없는 남자는 내면 사유 중심으로 외면에 대해서는 관조적으로만 들여다보고 있으며, 몽유병자들 또한 특성 없는 남자와 결이 비슷하지. 성의 경우는 문체보다는 서사적인 측면이 매우 기이해서 여기선 언급할 게 그다지 없을 것 같고.
최근에 이런 작품들만 읽었던 가운데 설국을 접하게 되니까 새삼 신선했음. 사실 상술한 세 소설들보다는 이 작품 같은 방향성을 추구한 부류가 더 많았을텐데도.
아름답고 감성적인 문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선호할 것 같음. 서사는 분량이 짧기도 해서 그다지 풍부하지는 않지만, 문장의 표현력은 굉장히 풍부함.
뭐 읽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여기에 중점을 두고 볼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인 것 같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