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솔직히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서 리뷰를 할까 말까 고민했음.
일단 나는 문학동네 역본으로 읽었음을 밝혀둠. 이유는 문학동네 버전이 그나마 쉽다고 들었기 때문임.
1, 2권 분권판임. 다른 역본도 대부분 그런 걸로 알고 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취향에는 맞았음. 1장만 읽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 소설에는 함축적인 농담이 굉장히 많음. 나도 평소에 함축적인 농담을 구사하는 걸 좋아해서 이 부분이 취향에 맞았음. 물론 나는 조이스만큼 교양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는 선에서는 그렇게 하는 걸 좋아하는 편임.
그런데 취향에 맞는다고 해도 이해하기는 힘듦. 나는 내 이해력이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함. 딱히 덜 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 없음. 그러니까 이 책에는 평범한 수준의 이해력으로는 읽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주장하겠음. 지금까지의 내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일단 아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문장도 간혹 있었음.
예컨데 "이렇게 클롱고스를 다니던 그때 배 모양의 향로를 들었지. 나는 지금 딴사람이면서도 같은 사람이다. 종이기도 하지. 종을 모시는 종."이라는 문장이 그랬음. 아마도 기독교와 관련 있는 문장으로 추정됨. 이 문장이 등장하는 1장에서의 중심 소재가 '종교를 초월하려고 했지만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결말부에서) 여전히 기독교적 관념을 가진 디덜러스'이기도 하고. 그 소재는 멀리건이 디덜러스의 어머니의 임종을 다루면서 언급했음. 게다가 "클롱고스를 다니던 그때"라는 서술도 있음. 이건 명백히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의 학창시절을 뜻하는 거라고 볼 수 있지.
그래서 저 문장은 아마도 "젊은 예술가의 초상" 시점에서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대비시키는 부분으로 추정함. 물론 주석도 전혀 없고 해서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이외에도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여럿 있긴 했음. 다만 그것들은 함축적인 문장이라기보다 인물들의 말이나 생각을 그대로 옮긴 의식의 흐름에 가깝다고 생각함. 물론 워낙 함축적인 표현이 넘쳐나는지라 실은 그것마저 이면이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역자도 못 찾았을 정도라면 내가 이해하지 못 해도 이상할 건 없겠지.
상술한 것처럼 함축적인 표현은 풍부한 걸 넘어서 넘쳐난다고 볼 수 있음. 주석이 미주로 달린 것만 해도 300개가 넘어감. 각주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겠지.
그리스 비극부터 신학, 당대 및 이전 대의 유럽 문학들, 그리고 작품의 모티브가 된 호메로스의 서사시들에다 심지어 라틴어 경구들까지 폭 넓게 인용하고 있음. 적어도 내 수준에서는 이걸 주석 없이 읽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나마 주석 없이도 알아들을만 한 부분은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조이스의 다른 작품 인용 정도인 듯.
그런 의미에서 모티브가 된 오디세이아는 알고나서 읽는 게 더 좋음. 일단 목차 구성부터가 대놓고 오디세이아 패러디임. 각 장들에서도 직접 오디세이아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음. 또한 상황적으로도 비슷한 구도를 가진 경우가 많음.
그러니까 일리아스는 몰라도 오디세이아는 분명히 읽고 보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음.
패러디 된 장면들을 알아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포인트 중 하나니까.
문체에 대한 부분인데, 기본적으로 전반부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후반부가 떠올랐음. 모든 묘사를 굉장히 세심하게, 다양한 어휘를 동원해서 해냄. 덕분에 감각어 같은 것들은 실제로 읽고 떠올려보기 좋음.
그런데 이 문체에 대한 부분도 계속해서 바뀜. 갑자기 엄청난 장광설이 되기도, 질문–응답 같은 형식으로 바뀌기도 함. 그 유명한 고대 영어로 시작해서 미국 흑인 영어로 끝나는 부분은 원서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하여튼 글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보다 더 다양한 방법론을 채택한 작품은 찾기 힘들 정도임. 적어도 난 한 작품 안에서 이 정도로 문체가 계속 뒤바뀌는 꼴은 이전에는 본 적 없었음. 물론 이전에 본 문체가 가장 자주 바뀌는 소설도 역시 조이스 작품이었음.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었지.
작가 본인 말마따나 괴물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함. 동시대인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보고 괴물 같다고 평했다던데 아마 이걸 의식한 설명일 수도 있음. 셰익스피어가 그의 급진성으로 괴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조이스 자신도 그렇게 급진적인 작품을 써냈다는 이야기 같음. 뭐 여담이지만 신조어를 자주 지어내는 경향도 좀 셰익스피어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함.
대관절 내가 작가 본인의 평에 동의하는 이유는 그래서임. 셰익스피어가 그의 시대에 급진성으로 주목 받았던 것처럼, 이 또한 근대에 있어 그런 것이었을 것 같아서.
감상은 여기까지임.
이상한거같다 생각했는데 보니까 또 궁금해지네 한 번 책장은 넘겨봐야겠다
율리시스가 원래 그럼 걍 처음 볼 땐 주석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서사로 쭉 읽는 편이 좋다고 생각함 관심 생기면 이제 그쪽 챕터만 보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