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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붕이들은 일본소설 정욕을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재밌는데
하도 이상한 걸 읽고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살다보니까, 뭔가 일반적인, 너무나 일반적인 - 이건 어쩌면 복 받은 것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가 '속이 이상해졌다' 하는 매쓰꺼움을 호소하는 평들을 너무 많이 봐서, 좀 의아해졌지만, 뭐 어쩌겠는가.
현실의 사람들은 현실을 살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또한 책 속의 세계를 살 건데, 이와중에 책을 읽으며 커뮤를 하는, 그러면서도 중독된 책의 세계에다 바쳐댈 돈은 필요하기에 이처럼 사회성을 적절히 흉내낼 줄 알거나, 최소한 그러지 못하더라도 - 애는 착해 - 라는 말로 부끄럽게 무마되는, 하여간에 [독붕이], 그런 사람들만 이 소설의 깊은 부분을 스쳐 지나갈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하여간에 책은 무슨 내용인가 하면, 뭐, 이 책의 중심 내용을 스포일러 해버리는 것에 대해서 무어라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걸 싫어하면 난 지금 뒤로 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소설에서 쓰는 요소 - 뭐, 물에 흥분한다, 특히 뭐 물의 뿌려지는 모양새와 젖은 정도등에 - 에 의해 특별히 무엇이 더 크게 자극되는 건 없다.
이참에 소설을 그 미장센, 이미지적인 면에서 한 번 살펴보건데, 물에 관련된 무엇을 했다는 것, 물은 다소 축축하고 냉소적이며, 젖어서 피곤하게 쳐지는 이미지, 그리고 무언가 맑은, 티없는, 그런 느낌을 주는데.
아사이 료 작가님이 이런 이미지를 의도하고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난 아무튼, 이런 것을 의도했겠거니, 하고 생각하련다. 좋지 않은가, 표지의 천둥오리가 물에 '텀벙' 하고 맹렬하게 튀며 묵직한 물을 이리저리 튀겨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니까 책이 정확히 뭐에 대한 내용인가 하면... 그리 신박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 아, 어디까지나 커뮤니티에 절여진 사람의 시선에서 보자면 말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커뮤니티가 아니라 사회에 절여졌다고 해야겠다. 어디서 누구누구가 목을 칼에 그어서 경동맥이 맥동하며 멀건 피를 아스팔트에 흩뿌려놨네... 보면 뜨아하지, 그리 신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 하지만 그럴수는 없는데, 하는 [일상성의 파괴] 와 [일상속의 안정]이 괴상하게 진동하고 있는 우리 삶을 한 번 떠올려보라. 우리는 언제든 그렇게 살인당할 수 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그런 일을 겪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 겪을 수야 있다. 하지만 그 일을 겪어냄조차 따분함의, 예상의 영역에, 그래서 우리는 그런 뉴스들을 보며 학습된 것 같은 대로의 '측은함' 이나 '안타까움' 이나 하는 우리를 피로하게 하지 않고, 서로가 따뜻하고 정상성을 가진 더없는 [인간임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얼마나 평범하고 좋은가, 다만 지겨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말하는거다, 지금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등을 맹렬히 연쇄적, 동시적 엄지손가락의 놀림으로, 자기가 스스로 정리하며 추구해야 할 정보를 좇기보단 - 씹어져, 견해가 있어서, 누군가가 말해줘서, 보증해줘서,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보는 일반적인 사람들 말이다.
여기서 일종의 선민의식을 드러내고 싶은 것은 없지만, 이건 미묘하게 선민의식을 품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도 참 그렇겠다. 나는 여기서 변명하건데, 솔직히 나는 삶이 참 지겹다는 것, 그래서 이런 이상한 소설을 집었다는 것, 그러해서 소설의 첫 [[선언문]] 비슷한 것을 보고 - 일반 독자로 설정될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며 어떤 기분을 가질지야 예측은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지만, '뭐 그렇군' 하는 것들 (어지간한 노문학 많이 읽어댄 사람들도 슴슴하게 받아 넘겨내지 않을까 싶다) 을 어렵사리 추측할 수 있었다.
이게 대략 이런식이다.
우리가 얼마나 이상한 욕구를 가져 - 당신들은 일상속에서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유쾌하게 공유하는, 당신들은 방 구석에서 서로가 은밀하게 즐겨내고 있으며, 이따금 의도했지만 의도하지 않았다는 양 '음담'으로 '패설'로 새어나오고 말았다는 그런 (요컨데 섹드립같은 것으로) 유희조차 즐기지 못하고, [포착]되지 못하고, [예상조차도] 되지 못하고 숨어 살아가는 우리를 당신이 알고 있습니까.
당신은 아마 모를 겁니다.
물에 대한 욕구, 특히 물의 분출이니 뭐니...
미안하다, 내가 말하면서도 '그게 도대체 뭔데...?' 싶은 생각이 들게 한심하다. 그리고 이 얼핏 솟아오르는 한심함이 아마 작가의 아주 명료한, 투명한 의도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다. 뭐가 그리 [내가 성적이라고 느끼는 그 내밀한 감각]과 같다는 것이냐, 그리고 지금 내가 느낄 이 감정과 감각, [[이질감]], 아, 이런것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인데 말이야, 하는 그런 생각들이 분명
[이 소설속의 가상 설정된 자들이 나에게서 느낄 감정]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중으로 상상해서 그 상황을 한 번 곱씹어보기 바란다.
당신은 당신이 이해될 수 없는 존재임을, 그것은 무슨 마조히즘이니, 새디즘이니. 결박이니. 삼킴이니 용이니 무생물이니 -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다.
도대체가 불가해한 것이다 - 마치 대수기하 전공 서적의 절반 지점을 펼쳤을 때 드러나는 당혹감과 비슷한 것.
도대체 이게 뭔데, 너는 뭔데?
마주한 사람의 머릿속에 이런 것도 있었다는 말인가, 아니, 그보다 너는 대체 누구인가?
그렇게 인간의 근원적인 성격, 내가 사람이 사람임을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생각하고 살아왔는가,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것.
내가 저 마주한 사람을 다 알기는 한단 말인가?
그보다 내가 다 알아야 하는가 - 나는, 내가 저 사람을 다 알아야만 할 것이 있는가?
내가 너를 모두 알게되면, 나의 머릿속에 있던 너는 과연 계속 너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그 생각의 생각에 연쇄를 겹쳐나가는 불안감.
항상 친절하게 인사하던 직장동료, 가끔 밥을 같이 먹고는 했으며 웃을때 살짝 드러나보이던 신경치료된 송곳니가 얼핏 반짝거리며, 일 한다고 관리가 안 돼서 항시 번들거리는 피부에 나름 그래도 그 주관대로의 관리를 한다며 스킨 냄새는 진하게 내던 한 직장동료인 A씨가 있다고 하자.
이 A씨가 다음날 미성년 아동물 불법촬영 공유자로 긴급 체포됐다.
그러자 밀려오는 배신감과 후회, 아아 저런 놈이었다니,
그런데 [저런놈] 조차도 미디어에서 여러번 반복해 보여주던 대로 예상된, 어떻게 어린아이에게 그럴 수가 있어, 넌 말야... 하는 그 반응들에 의한, 우리의 깊숙한 내면에서는 여전히 '아하, 이런 사건이라면 이렇게 반응하기로 했었다는 말이지.' 하는 어떤 안심감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런데 A씨의 구속된 뒤 변론이 이러이러하자고 해보자.
"어린아이가 캐첩을 손으로 짜낼 때 그 케첩의 기름층과 토마토 페이스트, 그것이 불규칙적으로 어우러져서, 그러다가 막 나오고는 하는 그 난류적인, 꾸덕한 흐름을 자꾸 촬영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어요... 아니, 사실 짜는 주체는 누구든지 좋았어요. 하지만 어린아이 여야만 했어. 그 누구도 아닌, 순수하게, 케첩을 그 어떤 불순한 의도도 없이 힘껏, 아주 세차고 즐거운 마음으로 짜내서 보여줄 상대여야만 했다고..."
뭐라고?
뭐라고 하는거야 이자식은.
아니, 케첩이, 잠깐.
케첩의 나오는, 케첩이 뭐 어쨌다고?
그 당혹감. 그 당혹감을 넘어, 우리는 이 사람을 여전히 '가능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 우리 마음속에 그려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넘어 공감의 경지에도 올라볼 수 있을까?
독붕이는 못할 것 같다... 극단적 문학적 실험에 놀아난 기분은 유쾌하다. 이정도로 비일상성을 띄어야 [냄새나는 바다사자]처럼 불쾌한, 그 유리격벽이 분명 관람객과 동물 둘 사이에 있는데도 맹렬히 느껴지는 그 배설물, 그리고 악취, 냄새, 열기로 '나는 존재한다, 너는 나를 인지했고.' 라며 자꾸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 [문학]인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소설을 높게 친다.
인용구 나올 때 본문이랑 위화감이 없네 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올해 최고의 책같음
진짜 이상해서 좋음
ㅋㅋ <누구>도 재밋더라. 말로 나타내기 미묘한 감정 잘 써내는 듯
아 내년에 사야지 내년에
이젠 영화를 볼 차례입니다
아 언제보지
영화는 뭔가 감정이 과한 느낌이었음
막 그 좀.. '일본영화' 스러움 그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