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으로 이런저런 공부 능력 떨어져서 책도 못 읽는 내가 한심하다 그치만 아직도 책이 좋아서 독갤 기웃거리는 분명 있을 갤럼들에게... 제 경험담을 얘기해봄

1. 님들은 환자임. 자기객관화가 필요함. 완독에 집착하지 말고 단편으로 시작해서 하루에 딱 10쪽만 읽으셈. 10쪽 읽고 피곤하면 그만 읽고 컨디션 괜찮으면 2쪽씩 더 읽으셈. 그렇게 해서 3일에서 4일 정도면 단편 하나는 읽을 수 있을거임. 하루 정도는 쉬어도 좋음.

2. 인풋을 했으면 꼭 감상을 꺼내는 게 중요함. 4일에 걸쳐서 단편 하나를 읽었잖음? 그러면 남은 3일동안은 줄거리 요약을 직접 해보거나, 읽으면서 적어둔 좋은 표현들이 왜 좋았는지, 책에 대한 감상 이런 거를 다 적으셈. 꼭 펜으로 노트에 안적어도 됨. 휴대폰 메모로 적어도 무방함. 브레인스토밍 등 아이디어를 꺼낼 때는 손글씨가 좋다지만 우리는 감상만 적으면 되고 손글씨로는 의욕이 중간에 떨어지면 그걸 수습 할 능력이 안됨.

3. 제일 중요한 건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며칠 쉬어서 루틴을 만들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는거임. 다시 말하지만 님들은 환자임.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재활훈련으로 걷기 할 수 있음? 못함. 다른 일상의 유지를 최우선으로 두는걸 잊지 말아야함.

4. 글쓰기 루트로 가는 법
2에서 적은 감상을 토대로 이 책을 읽고 떠오른 "나라면 비슷한 소재지만 이런 글을 쓸거같다" 시리즈를 메모하셈. 이런 메모는 진짜 중요함. 이건 개수를 정하는게 좋음. 책 한권당 3개 정도는 소재를 뽑겠다 이런 식으로. 좀 더 구체적 예시를 들겠음. (나라면 같은 상황에 화자를 믿을 수 없는 화자로 바꾸겠다 등등)

5. 글쓰기도 체력이 필요함. 많이 많이 필요함. 남들은 글을 하루라도 안쓰면 막 근육에 녹이 스느니 하는데 그건 글을 써서 당장 먹고 살아야하는 프로 기준이라고 난 생각함.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야함. 마감 코앞일 때 자기가 포기하는지 아님 더 불타서 쓰는지, 꾸준히 쓰는게 맘이 편한지 아닌지

6. 마음가짐
좀 뜬금없다고 느낄거임. 마음가짐은 너무 두루뭉술하고 구체적으로 어케 행동해야할지의 예시가 아니잖아요 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 부담감 속에서 목표 권수를 채워야하니까 읽고서 낸 독해랑 시간을 들여 좋아하는 책을 읽고낸 독해는 숙련자가 아닌 이상 질이 다름. 우리는 숙련자가 되어서 내놓는 독해의 평균을 차차 상향평준화 시키는게 목표임. 그러니 멀리 보셔야함. 저도 올해 목표 원래는 책 30권 읽기였는데 20권으로 하향조정했음.

7. 자기가 읽은 독해에 자신이 없을 때
타인과 감상을 나누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음. 근데 저희가 갑자기 독서모임에 나가는건 허들이 너무 높잖아요. 그러니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하는게 좋다고 생각함. 독갤은 감상글에 개추 후한 편이라 자존감 많이 높아졌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동안 아무 텍스트도 못 읽고 3년 정도 이유식 떠먹듯이 책을 읽어보면서 느낀 것들을 부족하나마 정리해봤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 추가
8. 책 펼치면 잘 읽는데 책 펼 의욕이 없고 힘들다
- 시간표를 짜서 책 읽는 시간을 정해두는 대신 정각에 시작하기로 맞추지 말고 40~50분쯤에 화장실 다녀오고 물 한반 떠와서 읽기처럼 행동을 하나 곁들이셈
- 오디오북으로 틀어놓고 멍때리다가 내용이 궁금해지면 텍스트로 읽기
- 독서모임등 약속을 만들어서 읽기

9. 책을 읽었는데 이해가 잘 안 될 때
- 여러번 반복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재독하셈. 한번에 이해하려고 이것저것 자료찾는 것보다 오히려 빠름
- 학생용 단편소설 모음집 중에 전문이 다 실려있는걸 사셈. 그런 책에는 해설이랑 줄거리 요약이 실려있는데 정 안되면 줄거리를 리 훑어보고 읽으셈. 소설도 기본적으로 유행하는 서사구조가 있어서 그 구조를 핵심적으로 파악할 수 있음. 대신 해석이 정말 내 생각이랑 일치하는지 의심해보고 감상 메모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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