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화이트헤드와 라투르의 주장을 열렬히 지지한 다음에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자신의 장서와 워드프로세서로 돌아간다. 우리는 자신의 용어 선택을 윤색하고 더 많은 미주를 삽입한다. 우리는 팅커벨의 요정 먼지의 학술적 판본인 '엄밀성'을 적용하는데, 적절한 양은 죽음을 용케 모면하면서 관심을 억제한다. 너무나 오랫동안 철학에서 '급진적'임은 끊임없이글을 쓰고 말하는 것을 의미했다. 결과적으로 매우 거대한 관념들을 이론화함으로써 이들 관념은 결코 구체화될 수 없고 단지 위협적인 정관사로 나타내어질 수 있을 따름이다('정치적인것' the political, '타자'the other, '이웃'the neighbor, '동물'the animal), 너무나 오랫동안 철학자들은 물레처럼 실을 잣기보다는 오히려 금붕어의 괄약근처럼 쓰레기를 만들어내었다. 진짜 급진적인 철학자들이 불가해한 대작을 저술하는 것에 덧붙여 행진하는지 혹은 항의하는지 혹은 공직에 출마하는지 여부는 어쩌면 우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있는 물음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진짜 급진주의자들은 사물을 만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에일리언 현상학 中

매체철학자 겸 게임개발자 겸 컴공과교수가 쓴 책인데 신유물론/OOO 계열답게 구체적인 사물-실천(게임, 프로그래밍, 회화, 사진, SNS, 디스플레이 기술, TV쇼, 요리법 등) 속을 파고들며 전개함

물론 철학사적 논의를 버리는건 아니고, 화이트헤드부터 데란다까지의 신유물론/OOO 계보는 물론이거니와 데리다, 네이글, 후설, 레비나스, 바디우 등을 가로지르긴 하다만, 화이트헤드나 라투르를 제외하면 대체로 윤활제처럼 쓴다는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