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 이 리뷰는, 허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그래도 솔직하게 재밌다고 리뷰해봄...
<적과 나, 이 둘 사이의 관계>
- 『에너미 마인』(베리 B. 롱이어)를 읽고
에너미 마인. Enemy Mine. 적과 나.
적(Enemy)과 나(Mine)를 병기한 제목에는 많은 함의가 들어갈 수 있다. 적과 내가 마주 본 다음, 싸우는 관계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소설은 전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인류와 대적하는 외계인 드랙 종(種)을 적으로 만났다. 제목의 ‘적과 나’는 드랙과 인간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인간 데이비지와 드랙 쉬간은 한 외계 행성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외계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이 외계 행성은 개척이 전혀 되지 않는 무인(無人) 혹은 무드랙(無-Drac) 행성이고, 데이비지도 쉬간도 본부로부터 연락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인간과 드랙은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나날을 보내던 중, 쉬간이 아기를 낳다가 죽게 되었고, (드랙은 자웅동체다! 야한 생각 멈춰!), 데이비지가 외계인 아기를 맡아 키우게 된다.
“좋아. 그냥 드랙이라고만 부르겠다. 두꺼비 낯짝, 드랙 놈.
나의 적. 내 고통을 무디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이름으로든 부를 테다.” - (pg.86)
전술한 줄거리는 책 뒷부분에 언급된 내용이다. 솔직히 말해서, 낯선 존재에 대해 경계 후 이해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익숙하다. 장르 소설 특성상 1979년도에 출판된 책에게 ‘전형적’이라는 평가하는 것은 가혹할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내게는 익숙한 형식이었지만, 그럼에도 읽는 내내 너무나 즐거웠다. 왜 이 책을 통해 작가가 ‘1979 네뷸라상 중단편 부분’, ‘1980 휴고상 중단편 부분’, ‘1980 로커스상 중단편 부분’, ‘1980 존 W.켐벨 신인상’을 수상한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무척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잠시 딴 이야기를 해보자. 아마 오래된 국내 SF 팬들은 기억하겠지만, “서울창작” 출판사에서 출판된 ‘세계XX미스터리 시리즈’가 있었다. 각각의 주제에 맞춰 SF와 장르문학 단편을 수록했는데, 그중 『세계공포미스테리 토털호러』가 지금까지 가끔 회자될 정도로 구성이 알찼다고 한다. 잡설은 이만 줄이고, 허블 출판사의 『에너미 마인』(베리 B. 롱이어)은 사실, 「적과 나」라는 제목으로 『세계환상미스테리 환상특급』의 3번째 단편에 수록되었다. 물론 이번에 리뷰하는 책은 당시 단편에 작가가 살을 덧붙인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로 이 단편집 구성이 잘 짜져있다. 이 단편집의 첫 번째 단편은 톰 고드윈의 「차가운 방정식」이다. 인터넷 번역본 혹은 『SF 명예의 전당 1권』에서 읽을 수 있는 이 단편은, 모든 것이 물질로 취급되는 냉혹한 사회상을 제시한다. 그에 반해 「적과 나」는 같은 대립 상태임에도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원이 한정된 무인 행성에, 적대하고 있는 종임에도, 그들은 서로 협력하며 생존을 도모했다. 이 협력의 기반에는 인간과 드랙 모두 공유하는 보편적인 가치가 있었다.
“한 우주 말이야. 데이비지. 저 밖의 우주는 하나야. 생명과 대상과 사건이 있는 우주지. 차이는 있지만 모두 같은 우주 안에 있어.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보편적이고 똑같은 우주 법칙을 따라야 하는 거야.” - (pg. 96)
이 소설만의 특이한 점이라면, 작중에 등장하는 외계인 드랙이 우리와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마치 불교처럼(물론 불교와 달리 내세를 추구하는 면은 없지만), ‘탈만’이라는 길을 통해서 진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드랙이 가진 철학이었다.
“그런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타누스, 윌리엄 제임스, 프로이트, 토머스 사스, 노르트마이어, 독립선언문에도 똑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 (pg. 176)
우주 전역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가치, 드랙의 성경인 탈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탈만은 드랙의 철학자의 말을 집대성한 책이지만, 이 책 내용을 읽어보면 놀랍게도 인간인 데이비지가 ‘전에 한번씩은 들은 적이 있는 내용’이라고 평한다. 이러한 점은 우주 전체의 보편적 진리를 따른다는 드랙의 철학의 특징을 재확인한다.
그런데 정말로 드랙의 철학이 가능할까? 만약 외계인을 조우하게 된다면, 그들도 우리 인간처럼 공통된 사상을 공유할 수 있을까?
사실 과학이라는 학문은,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따름에 과학으로부터 파생된 과학소설(SF) 역시, 무한한 가능성에 기초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과거 많은 SF 소설들은 작가들이 그들의 소설을 통해 새로운 개념과 세계를 제시했다. 가령 류츠신의 『삼체』에서는 거짓말을 못 하는 외계인이 등장하고,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 시리즈에서는 포식(捕食) 경험이 부재한 외계인을 묘사한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에서는 아예 생명인지도 의견이 분분한 행성 ‘솔라리스’를 그린다.
그렇다면 『에너미 마인』은 ‘과학’ 소설로서 그릇된 것일까? 전술한 일종의 (하드) SF 소설과 궤를 달리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잠시 외계인을 찾는 SETI 프로젝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몇몇 과학자들은 SETI 프로젝트를 반대했다. 우리가 보낸 신호로부터, 외계인들이 인류의 존재를 알게 되어 쳐들어올 것이라고. 하지만 칼 세이건은 그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지구까지 도달할 과학 기술을 가진 생명체라면, 분명 모두가 다같이 도우며 공생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평화를 추구하지 않는 생명체라면, 여기까지 오기 전에 이미 자멸할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에게도 평화를 대할 것이라고.
“자미스, 넌 드랙이야. 드랙은 한 손에 손가락이 세 개야.”
나는 내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들을 흔들었다.
“난 인간이고 손가락이 다섯 개지.”
이 우주는 보편적인 가치 아래에 설립되어 있다는, 낙관적이면서 아름다운 상상 아래에, 드랙과 인간의 이상적인 관계를 그린다. 비록 ‘적과 나’의 관계로 시작했어도, 비록 그네들은 손가락이 세 개고 나는 손가락이 다섯 개이어도.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데이비지가 드랙 쉬간과, 그의 아들 드랙 자미스를 대하는 과정에서 보인 드랙의 철학을 엿볼 수 있을 터이다.
『에너미 마인』은 과학적 상상력 측면에서 보면, 뻔한 소설로 취급될지도 모른다. 마치 『우주 전쟁』에서 보인 친구/적의 분할이 아닌, 평화를 외치는 진부한 소설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에 담긴 그랙의 철학으로부터 보인 타자를 향한 태도와 메시지는 충분히 진부하다는 미명하에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아닌 과학과 함께한 소설로서 아름다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출간된 시기는 1979년도였다. 그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체재라는 이유 하나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상에 맞춰서 그랙과 인간의 다툼 또한 미국‧소련에 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아서 C. 클라크가 불교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처럼, 동양의 신비로부터 ‘탈만’이라는 개념을 가져온 다음, 현재 사회에게 한마디 말을 해준다. 지구라는 하나의 우주 안에, 우리는 공통된 보편적 가치가 있음을. 이 한마디를 작가의 소박한 마음을 담아 전달한 것이 이 책이 아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여하튼 이 책은 올해 읽은 SF 책 중 굉장히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그렉 이건의 『대여금고』와 더불어 2024년에 출간된 최고의 SF 소설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전자는 하드 SF 쪽이고, 후자는 소프트 SF 쪽이라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
기말고사 내일인데 허블 출판사에서 서평단 당첨이 되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기 전에 헐레벌떡 쓴 서평임
셀털하기 싫은데, 이새끼 허블 쁘락치네 ㅋㅋ 라고 의심받기 싫어서
걍 서평단으로 쓴 거라고 밝힘 뭐...
솔직히 ㅈ같은 건 ㅈ같다고 말함...
이건 진짜 괜찮음
근데 인스타 글은 좀 압축하고 형식도 바꿔야 해서 아마 이 글이랑 좀 다를듯?
찾지 마셈 뭐... 미소녀 셀카 사진 같은 거 없음...
아 그리고 익명성이 보장된 곳이라 말하는 건데
작가가 은근 좀 야한 상황 잘 만든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처럼 SF 작가 고수들은 좀 외계인 페티쉬가 ㄹㅇ로 있을수도..
“드랙은 어디서 오나요?”
하느님 맙소사! 지구로 따지면 아직 기어 다니지도 못할 어린애한테 양성체의 생식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하나?
"삼촌, 그거 뭐예요?"
나는 내 아랫도리를 내려다보았다.
(중략)
"이건 몸에서 쓰고 남은 물을 빼내기 위한 거야. 다른 용도도 있지만. 자, 어서 들어와서 씼어라."
(중략)
"삼촌?"
"응?''
"다른 용도란 어떤 건가요?"
야한 생각 ㄴㄴㄴㄴㄴㄴ
암튼 진짜 재밌었음 나중에 시간되면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찾아볼 것 같음 ㅋㅋ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