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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리스토텔레스
제목: 아리스토텔레스 선집
번역: 김재홍, 김헌, 유재민, 임성진, 조대호
출판사: 도서출판 길
출간 연도: 2023
페이지: 866
서양고대철학이라는 신전을 지탱하는 가장 굵은 두 기둥을 꼽으라면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스승 플라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적인 세계인 이데아의 세계를 탐구하던 그의 스승과는 다르게, 땅 위의 것들과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들을 탐구하며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만들어내고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그러나 이 두 철학자들의 저작들은 몇년 전 작고하신 故 천병희 선생님의 《플라톤 전집》을 제외하고는 아직 완성된 전집의 형태로 나오지 못하였다. 고대 그리스 저작에 대한 우리나라 출판계의 관심이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플라톤의 경우 정암학당 연구원들을 주축으로 하여 아카넷에서 플라톤 학술 전집 완역을 계획하고 있고, 서광사에서 플라톤 학술번역본을 내고 계시는 박종현 교수님 역시 몇 개의 저작만 완성한다면 플라톤 전집을 완역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는 다르다. 국내에서 전통적으로 주목받아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형이상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그리고 《수사학》과 《시학》이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과학 저술이나 논리학 저술들은 최근까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 발간까지는 앞으로 험난한 길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출간된 도서출판 길의 《아리스토텔레스 선집》 은 국내 아리스토텔레스 연구 및 고대 그리스 철학 저작들에 대한 독자들 및 학계의 새로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왜 그런지 아래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선집》에 수록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아래와 같다.
이 중에서 부분적이지만 선집을 통해 국내에 최초로 번역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논리학 저작인 《분석론 전서》와 《분석론 후서》, 자연철학 저작들인 《자연학》, 《생성소멸론》, 《동물부분론》, 《동물운동론》이 있다. 또한 나머지 저작들의 번역 역시 기존에 출간된 번역과는 다른 거의 새로운 번역들이다.
그런 점에서 2023년에 출간된 이 《선집》은 부분적인 발췌역이긴 하더라도 총 6개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에 대한 최초의 한국어 번역을 담고 있으며, 나머지 주요 저작들에 대한 새로운 번역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구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 선집의 한계점은 하나로 좁혀진다고 할 수 있다. 실려있는 대부분의 저작이 원전 번역이긴 하지만 발췌역이며, 여전히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다른 저작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발췌역이 나쁜 것이냐? 그런 것은 아니다. 먼저, 책의 첫머리에 있는 해제를 보면 발췌의 범위는 Hackett에서 발간한 Aristotle: Selections 의 것을 참고했다고 한다.
원 출판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에서 발췌한 부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논지에 대한 디테일과 함께 중심이 되는 용어들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을 골랐다는 것이다.
Selections와 발췌된 부분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범위가 조금 더 좁다) 발췌된 저작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자연철학, 실천철학과 형이상학 등 아리스토텔레스의 탐구 분야와 사상의 중심점을 관통하는 것들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크게 형이상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실천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였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논리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자연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글쓰기와 말하기 교수인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 《선집》이 국내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와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가, 더 많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을 한국어로 볼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학술적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주석이 다른 책보다는 적다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이전에 살펴본 《동물부분론》을 보면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김재홍 (2024)
《선집》 수록, 《동물부분론》 조대호 (2023)
《선집》에 수록된 저작들에는 이해를 돕는 주석이 현저히 적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 역시도 각 번역자마다의 스타일이 다르고, 주석의 양도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주석의 양이 적은 편이기도 하다. 또한, 작품 해설 역시 조금 부실한 감이 없잖아 있다.
이런 아쉬운 점도 있지만, 또 하나 《선집》에는 지금까지 다른 번역본에서 보이던 "찾아보기" 대신에 "용어해설집"이 있는데,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조금 진지하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철학사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를 처음 접한 뒤 아리스토텔레스를 조금 더 진지하고 자세히 읽어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아리스토텔레스 선집》은 그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이 목표하고자 하는 바는 "아리스토텔레스 사상 전반의 이해"인 점을 생각할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 저작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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