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S씨와 만남.

"당신 작품을 읽어 보았는데요, 나쁘지 않습디다. 긴장이 있고, 상상력이 있더군요. 이게 첫 작품인가요?"

"아뇨 다른 비극도 썼습니다. 이것은 베로나에서 있었던 두 연인의 정사를 그린 것인데요, 이 처녀 이 총각은 - "

"S씨, 이 작품 이야기를 먼저 합시다. 무대를 왜 프랑스로 했는지 궁금하군요. 내 생각에는 덴마크가 좋을 것 같은데...... 손을 많이 댈 필요도 없을 겁니다. 인명과 지명 몇 개만 바꾸고, 샬롱 쉬르 마른 성을, 뭐랄까, 엘시노 성으로 바꾼다든지...... 키르케고르식으로, 말하자면 실존주의적 뉘앙스에 북유럽 프로테스탄트 분위기를 풍기게 하면......"

"당신 말이 옳은지도 모르지요."

"나도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약간의 구성상의 수정이 필요합니다. 대수술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이발사가 거울을 들이밀기 전에 하는 아주 가벼운 가위질 같은 것입니다. 가령 부친의 망령이 그렇습니다. 왜 끝 부분에 나와야 합니까? 나는 이 망령이 처음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망령의 경고가 젊은 왕자의 행동 동기가 되는 것입니다. 젊은 왕자는 이때부터 어머니와 갈등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좋은 생각입니다. 한 막만 재배치하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다음에는 문체의 문젭니다. 왕자가 관객을 바라보면서, 행동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독백하는 대목. 훌륭한 독백입니다만, 왕자의 고민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습니다. <행동하느냐 마느냐, 이것이 골치로다>. 이렇게 되어 있지요? <골치로다>를 <문제로다>로 바꾸는 게 좋겠어요.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지요? 이것은 개인적인 골치거리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존재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지요......"


---에코, 푸코의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