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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30페이지 정도만 가도 등장인물들이 쏟아져 나와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게 혼잡해서 어려웠는데, 그 이후로는 추가적인 등장인물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더 큰 어려움 없이 스무스하게 읽었음.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해리엇의 꿈(보다는 욕망 내지는 선입견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긴 하지만)이, 단란하던 대가족이 한 이질적인 존재, 일종의 재난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고 산산조각 나는 게 개같이 찝찝해서 두 번은 안 읽을 것 같음... 갠적으로는 다섯째 임신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제일 그로테스크하고 괴로웠음.


해리엇의 심정과 행동이 이해가 되다가도 답답한 것도 있고 한 거 보면 나는 데이비드의 시선에 좀 더 공감이 됐던 듯함. 윤리적인 문제는 있을지언정, 벤을 그냥 버린들 누가 이걸 이해해주지 못하랴,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음 - 심지어는 치매 걸린 배우자를 살해하고 살.자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동정받는 시대인데. 26-27년 전 책이라 그 당시 시대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내 가치관에 차이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잘못된 아기를 낳았다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과 책임감 등에 대해서 연민의 감정을 못 느낄 정도로 내가 파렴치는 아니다만, 여튼 좀 그랬음 ㅇㅇ


총평 : 호러 소설의 문법의 차용, 그리고 행복한(물론 위태해 보였지만서도) 가정이 차츰 무너져가는 과정이 개같이 찝찝한 책. 그래도 그거 감내할 만하면, 혹은 좋아하기까지 하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