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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차페크 소설 읽어보고 싶은데 뭐읽을지 몰라서 걸렀음
독갤에 진짜가끔 평범한 인생 재밌다는 의견이 있어서 원래도 궁금한 작가였다보니 바로 읽으러갔음
줄거리는 노회한 철도 공무원이 죽음을 실감해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함.
주인공은 평범함과 질서를 추구하는 성향을 토대로 자서전이 쓰는데, 건강이 악화되면서 자신의 인생이 정말 평범하기만 했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큰 줄거리
일단 시작의 평범한 인생의 설명은 거장 차페크의 정겨운 고향 묘사 + 소심하고 몽상적인 주인공의 일대기 자체도 꽤 재밌었음
특히 개인이 추구하는 성향으로 필연이 만들어진다는 서술들,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는 데자뷰와 같은 사례까지 드러나며 인생의 많은 것이 자신이 선택해 필연으로 만들었음을 보여줌
차페크는 이름 없는 철도원을 통해 누구의 인생도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나아가 자신을 만드는 정체성의 탐구를 소재로 삼았음
주인공은 자신을 평범한 교통국 공무원으로 지칭하나, 사실 주인공은 단순히 공무원으로만 지내진 않았음
당장 은밀히 체코 독립 운동에 가담한다던지, 집시 소녀와 어울리며 방탕함을 향한 갈망을 느낀다던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부하들을 괴롭힌다던지 주인공은 절대 정직한 공무원이기만 했던 것이 아님
하지만 그러면, 자신의 낯선 면을 인정해버리면 지금 내가 추구하는 평범한 나라는 개념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게 아니면 대체 나는 누구일까? 주인공이 고뇌에 빠지는 원인이 여기에 있음.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쓴다는 행위의 한계, 일전에 '생의 이면' 에서 읽은 주요한 서술이 떠오름. 요컨대, 쓰기라는 행위는 고도의 은닉이라는 거임. 왜 은닉이냐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표현했기 때문.
즉, 주인공은 쓴다는 행위 때문에 자신이 외면한 인생들, 더 성장시키길 포기해버린 정체성들과 마주하게 된 것임.
당장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너무 많은 정체성을 가짐. 지금 하는 직장과 학교에서 요구받는 번듯한 자아 말고도 너무 많은 성향을 가졌다는 것임. 이러한 선택받지 못한 자아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
인간에게 공감 능력과 사고가 존재하는 한 인간이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주인공은 자신이 포기해버린 수 많은 정체성들에게 아쉬움을 느꼈다고 본인은 해석했음
그러면 과연 필연이란 없는걸까? 인간이 삶에서 선택해 결정할 수 있는 것, 혈연과 시대, 장소, 운명을 넘어선 진짜 나만의 것은 없을까? 작가는 사실 이 대목에선 나만의 필연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지만, 다른 필연과 인연들 때문에 삶이 가치있고 아름답다고 말한다고 느꼈음
실제로, 원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며 태어나고 나서는 삶의 많은 요소에서 타협과 선택을 강요받는게 인생임. 현대의 인간은 수 많은 정체성 중 하나만을 기를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ㅇㅇ
작가는 우리 모두가 연관돼 있으며 심지어 죽거나 유산된 이들, 선택받지 못한 정체성마저도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역할을 미친다고 개념을 확대했음.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이 만드는 시대와 공간은 물론, 모든 것이 정답게 어우러진 하나의 거대한 필연일지도 모름.
즉, 단순히 나는 우리 부모님의 유전물질로 구성된 것만 아니라 부모님의 사상과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인물들, 나 자신이 배우길 선택한 책의 저자와 선생들, 사실상 존재했거나 죽은 모든 인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
소설의 백미는 모두가 이렇게 수 많은 자아의 주인이지만, 모두에게 그러한 소우주가 존재하며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생이 아름답다는 결론이었음.
꽤 낙관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인간의 무궁무진한 변화 가능성과 내면의 광활함, 다양성을 드러낸 좋은 작품이었음.
약간 도스토옙스키~ 헤세처럼 내면의 다양함을 드러내는 소설인데, 도황의 경우 니들 내면 얼마나 넓은지 알지? 그니까 설명 안할게ㅇㅇ 같은 스탠스로 비합리적이고 광적인 인간의 정신활동을 그렸다면, 평범한 인생은 조금 더 내면의 넓이를 한정을 통해 측정하고자 했음
전반적으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중 개론적인 면이 있고, 막판에 주제의식이 살짝 어렵더라도 정체성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다면 좋은 책임
다만 와 귀여운 일상물인가보다 하고 가볍기만을 바라는 독자에겐 다소 비추천. 긴장 안했다간 분량도 짧아서 정신못차리는 동안 얘기 다끝남ㅋㅋ
꽤 무게감 있으면서, 감동적이기도 한 중편소설이라 재밌었음. 다음엔 엘저넌에게 꽃을 읽을라고 빌려왔다 딱대라
평범한 인생의 글귀 중 인간 내면의 다면성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음
"우리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운명들이 가능한, 태어나지 않은 형제들의 집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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