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안개와 담배 연기 가득한 뒷골목을 오가는,
거칠지만 의외로 순수한 내면과 나름의 정의를 가진 사내들이
폭력과 피, 욕망의 미로를 고통스럽게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느와르이듯,
쥐와 인간이 뒤엉켜 피를 토하는 오랑 시의 뒷골목을 오가는,
굳이 공보의의 길을 택한 과묵하고 정의로운 리외와
신부와 기자, 말단 관청 직원과 밀수 전문 범죄자 등의 갖가지 입장의 사내들이
죽음과 광신, 체념이 팽배한 현실을 각자의 사상과 신념으로 헤쳐 나가는 이야기니까.
카뮈는 원래 알레고리 희곡 전문 작가였고,
페스트도 나치 점령 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이야길 알레고리화한 이야기니까
당연히 관념화된 인물, 연극 무대 같은 배경과 대사 등
순문학과는 좀 다른 결의 소설임.
이걸 감안하고 읽어야 더 잘 즐길 수 있음.
카뮈 소설 주인공들 태도가 챈들러처럼 하드보일드 탐정느와르지 세속에 얽메여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금욕적 신비에 빠져있지도 않고 딱 그 세계의 룰을 무건조하게 이해하고 거리를 두면서 살아감
어차피 도끼도, 미시마 유키오도 따지고 보면 장르 소설처럼 작가가 천착하는 주제, 캐릭터, 사상에 치우친 밸런스 깨진 문학인 건 똑같은 데 유독 페스트가 많이 평가절하 당하는 게 좀 억울함. 잠깐 더 생각해보니까 느와르 소설 속 화자 = 20세기 중후반 유럽 먹물들의 좃도 모르면서 다 통달한 척 하는 나르시시즘적 태도가 후대 독자들에겐 꼴 사납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듯?
그래서인가 데니스 루헤인 같은 소설작가들 책 추천사에 카뮈 인용 보였던 거 같기도 함
뭐 카뮈와 콘래드를 합친 것 같다! 이런 거
혹시나 싶어 관련 연구 찾아봤는데 없긴 하네 ㅋㅋ 느와르의 시작은 1920년대 미국이었음 카뮈가 저걸 읽었을 것 같진 않네
느와르 인정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