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광야
- 1980년 성탄에」
대낮에
해 떨어져 캄캄하고
강물 피로 붉고
이 땅에
어디로 아기가 오실까
어디다 아기를 누일까
늑대무리 여우무리
표범무리 날뛰고
눈보라 진눈깨비 진눈깨비
눈보라
진동치고
이 땅에
어디로 아기가 오실까
어디다 아기를 누일까
비둘기 지질려 떨어지고
양떼들 쫓기고 쓰러지고
목자들 도망치고
탈 쓰고
이 땅에
어디로 아기가 오실까
어디다 아기를 누일까
침묵이 엉겨서 돌이 되고
그 안에 끓어서
불이 되고
손 내저어도 내저어도 닿지 않는
별
말라서 오히려 강이 아닌
눈물
어디로 아기가 오실까
어디다 아기를 누일까
천사도 낯을 돌려 오지 않고
새벽 별 잠겨 숨고
외양깐도 구유도
등불도 없는 밤에
이 땅에
어디로 아기가 오실까
어디다 아기를 누일까
- 『하늘까지 닿는 소리』(1984)
책 이야기) 이 시집은 '박두진 전집' 8권에 실려 있음. 우연히 읽게 된 뒤로 개인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이 되었음
다만 시의성이니 뭐니 하는 건 전혀 생각 안 하고 올린 거니까 오해 없기를 바람.. 개인적으로 1980년과 2024년은 정치사적, 문화사적으로 털끝만큼의 관계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
박두진 전집은 현재 홍성사에서 재출간하고 있는데 2018년에 4권이 나온 뒤로는 더 낼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