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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글이 더 궁금해서 읽어본 책이었다.
근데 소설의 전개나 결말이 내가 느끼기엔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인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냥 어영부영 사라지거나 이어지거나.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레 변화하게 될 뿐
뚜렷한 문제해결이나 성장을 보여주진 않는다.
중간에 원피스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같은 만화들 끼워넣어서 사람 기대하게 만들어 놓곤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성장보단 생존을 한 게 맞지 않나 싶다.
내가 보낸 청소년기의 문제는 그저 다른 형태로 대체되었을 뿐이며,
10대 시절만의 문제가 사라졌기에 성장했다고 여긴 것이 아닐까.
이런 점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겪는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럿을 괴롭히는 보편적인 문제였다.
1. 사랑을 부끄럽게 여기고, 서로 이어지지 못하는 관계들
2. 부모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 불안정한 마음을 느끼는 것
3. 인생에서 문제를 덮어두고 곯게 만드는 성향
4. 가난에서 벗어나고 사회(또는 입시)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이런 문제를 어린 주인공이 그저 더 노골적으로 폭력이 드러나고, 폐쇄되어 있는 학교에서 겪게 된다.
읽는데 해결은 안해주고 자꾸 심화시키는 서사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윤도와의 풋사랑 이야기마저도 마지막에 산산조각 내버린다.
최악의 방법으로. 앞서 말한 1번을 극대화 시켜서.
이 부분은 보는데 미칠 것 같았다. 겨우 만난 운명적 사랑으로 사회에서 벗어나는 걸 꿈꾸게 해놓곤 현실로 이렇게 몰아넣는게 어디있나.
물론 10대부터 시작된 삶의 아픈 부분을 온전히 직시해볼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날 괴롭히는 문제들을 해결해보려면, 첫 시작을 알아가봐야 하는 것이기에.
그래서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상담가가 되고, 자신의 괴로움을 (반쪽 만큼만) 고하는 책으로 유명해지는 설정이 인상깊다.
어쩌면 이 소설 자체가 작가 자신의 문제를 10대부터 직시해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보였던 인물과 상황이 여럿 겹치는 걸 보면
진짜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문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내 입장에선 그의 직시 과정을 보는 것 보단 극적인 해소를 더 원했지만,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생각의 기폭제가 되었다.
또한 박상영의 글솜씨는 여전히 맘에 들었다.
이 가벼운데 가볍지만은 않은 문체가 취향이다.
누가봐도 대구인 D시에서 수성못을 배경으로 키스했다가 물에 빠뜨려버리곤 하고,
캔모아에서 생크림 퍼담는 건 향수가 차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참으로 달고 맛있는 고구마같다.
목이 오지게 막히고 우유는 찔끔찔끔 뿌리다가 사라져버리는데, 배는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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