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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말싸움을 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꼭 봤을 단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국평오’인데 이는 ‘국민 수능 평균은 5등급’의 준말이다. 얼핏 보기엔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이기에 대체 어떤 용도로 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내 그것엔 꺼림칙한 속내가 숨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능을 위한 수험생활을 겪었을 것이다. 이때 만약 자신의 성적표에 5등급이 적혀 있다고 떠올려 보라. 5등급은 백분위 중 40에서 60까지 해당하는 구간이며, 백분위 중 정중앙에 위치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수학적인 관점으로 5등급은 평균, 즉 ‘일반적이다’라는 뜻일 테지만, 실제로 성적표를 보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평범하다’라는 말이 긍정적인 느낌을 내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러한 의미보다 부정적인 느낌이 더욱 가득할 것이라 확신한다. 5등급이라는 성적으로는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에 택도 없는 점수이며, 이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에는 비웃음 또는 안타까움이 잔뜩 서려있다. '국평오‘란 단어에서의 평균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평균을 통해 남을 재단하는 평균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인식을 강렬하게 꿰뚫고 있었다. 비록 남을 무시하고 비난하기 위한 단어이지만, 이러한 단어 하나에 우리 인식 속에 숨어있는 평균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평균이라는 개념을 배워, 10대 때는 끊임없는 평균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시험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보편적인 통념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이 일반적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까지 평균에 목매게 되었을까? 평균적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이고 평범하다는 의미를 띠고 있기에 친근함마저 느껴진다. 나아가 평균은 공정하면서도 절대적인 ‘사실’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평균의 권위에 우리는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단지 자신의 능력이 평균의 경로 안에 서있는지 눈치 보며 그 결과에 안심하거나 괴로워할 뿐이었다. 아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평균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 유능함과 무능함을 가리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그럴 필요 없다.’라고 말하며 정신 차리라고 한다. 마치 우리가 유령에 씐 것처럼 말이다.

  평균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이에 의문을 품어본 적은 없으며, 그 역사를 되짚어 본 적은 더더욱 없다. 그렇기에 우리 삶 속에서 평균주의가 더욱 활개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돌프 케틀레로부터 시작된 통계적 평균주의는, 프랜시스 골턴으로부터 그 의미가 변형되었고, 평균을 이용한 프레드릭 윈즐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은 국경, 사상, 그리고 분야를 넘어 우리 삶 속에 대표적인 형식으로 긴밀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마 대한민국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눈치 문화, 빨리빨리 문화,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 등에서 태어난 것이 아닐까라며 추측도 해보았지만 이토록 평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다방면으로 퍼져있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이러한 평균주의의 역사적 접근은 꽤나 생소하면서도 아주 흥미로웠다.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평균주의가 가지는 모순점과 문제점을 지적한다. 평균은 우상과도 같아서 모두가 그것의 존재를 믿고 숭배하지만, 정작 그 본질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실체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도리어 쓸 때 없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유령이라고 비판한다. 나아가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특히 교육 분야에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며 평균의 종말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 우리의 미래가 밝게 빛날 것이라며 마무리 짓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야 깨달았지만, 내가 얼마나 평균주의에 휘둘려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평균을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이라 생각하여,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얼마나 한심하고 애처롭게 느꼈는지 모른다. 무언가를 하더라도 일반적인 통념과 비교하며 자신의 무능함에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쓸 때 없는 번뇌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 책은 평균주의로 인해 억압받고 간과했던 나의 잠재력에 적잖은 위로가 되어 주었고,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와 그것을 인내할 수 있는 여유를 건네주었다. 비록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내 발목을 옥죄던 유령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자유롭고 속 시원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