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말하더라,

책을 쌓는 것이 곧 지혜를 쌓는 일이라며.

책장의 사진을 찍고,

표지 위에 커피잔을 올리며

한 권 두 권 세상에 과시하니

그것이 너희의 진리인가?

너희의 손길은 책을 넘기지 않고,

너희의 눈길은 글자에 닿지 않으며,

너희의 마음은 한 줄의 깨달음조차 품지 못하니

그 책들은 벽돌일 뿐,

너희 삶의 집을 짓지 못하는구나.

읽었노라, 사색했노라, 깨달았노라.

그렇다면 무엇을 깨달았는가?

너희의 리스트에는 숫자만 가득하고,

삶에는 어제의 모습이 오늘을 비추는 거울뿐이니

그대는 독자의 탈을 쓴 허무의 상인이라.

책이 묻는다,

“나는 네 영혼에 흔적을 남겼는가?”

너희는 대답하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듯 인생을 넘기니,

너희의 책장은 너희의 무덤이리라.

진정한 독서는 기록으로 남지 않고,

행동으로 피어나며,

어제의 나를 태우고

내일의 나를 새롭게 빚는 불씨이거늘.

너희는 어찌하여

불을 꺼버린 채 재만 모으려 하는가?

그러니 그대여,

인증의 욕망에서 벗어나

책의 말에 귀 기울이라.

책장이 아닌 삶에 흔적을 남기라.

그렇게 너희의 오늘과 내일을 빚을지니,

그때야 비로소

책은 너의 것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