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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 중 유명한 문사가 쓴 물건은 세 편이 있다.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가 인생을 마무리할 때 쓴 또 하나의 유토피아 소설 <섬 - 아일랜드>가 있고,

까뮈가 서문을 쓰면서 지드의 지상의 양식과 쌍벽을 이룬다고 찬양했던 장 그르니에의 수상록 <섬>이 있다.

한국 책으로, 이청준이 전성기 시절 섬을 주제로 쓴 중편과 단편 3편을 모아서 펴낸 작품집 <섬>도 있다.

  

이 중 <섬>이라는 외자 제목을 여러 해 지키며 계속 중판을 거듭하는 책은 장 그르니에의 책이 유일하다.

  

올더스 헉슬리의 <섬>은 고려원에서 초역본이 나올 때는 <금지된 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세월이 흘러 출판사를 바꾸어 재번역 재출간되면서 <아일랜드>라는 영문명을 번역본 표제로 달아 놓았다.

유토피아 소설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대표작 <멋진 신세계>에 비하여 임팩트가 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분량이나 내용의 충실도는 헉슬리가 평생 고민한 내용을 혼신의 힘을 다해 쏟아부었다는 것이 절절하지만

책의 가치에 비하여 인기가 <멋진 신세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작품의 지명도도 꽤 떨어지는 편이다.

  

이청준의 <섬>은 열림원에서 중단편 '섬', '노송', '이어도'를 묶어 처음 출간했을 때 제법 화제를 모았었고,

수록 작품 3편의 완성도는 이청준의 모든 작품 중에서 거의 최고 레벨에 속하고 있어 읽는 맛이 상당하다.

이청준의 '섬'은 주인공의 '홀섬'에 대한 꿈과 집착을 다루는데, '홀섬'은 순우리말이고 한자어로 쓰면 '독도'이다.

'이어도'는 제주도 남단에서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을 때 보게 되는 환상의 섬 이어도를 매력적으로 다루고,

'노송'은 작가의 고향 앞바다에서 보이는 '탱자섬'을 주제로 하고 있다 - 모두 1970년대 1980년대 작품들이다.

2000 년대 들어 재판을 찍으면서 <섬>은 몇 편의 단편을 추가하여 책 표제를 <이어도>로 바꾸어 재출간하였다.

  

장 그르니에의 <섬>은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것이 - 되는 대로 쓴 잡문으로 밖에 안보이는데도,

명확한 장르를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엄청나게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면모가 많은 정체가 애매한 산문집이다.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글이 잘 읽히지 않는 것도 아닌데, 빠져들게 하는 글귀의 뜻을 음미하면서 생각하다보면...

시간이 금새 휙휙 지나가버려서 빨리 읽어내리기 어렵고 오히려 어지간한 장편소설들보다도 읽는 데 오래 걸린다.

20 대 시절 읽을 때에 비하여 30 대에 읽을 때 맛이 다르고, 40대 50대에 읽을 때 또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앞으로 나이 먹어가면서 10년 주기로 한 번씩 집중하여 재독하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