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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좋은 책인데
책이라기 보다는 연설문이고, 졸업연설인데, 이게 짧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시집같기도 하고 그렇다.
올해를 시작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펼쳐보면 몇 문장 적혀있지도 않다. 그런데 강렬하다.
예를 들면 뭐 이런게 있지 - 운동 열심히 해라, 하는것.
그냥 들으면 뭐 그렇지, 하는데 그러고는 넘어간다.
그런데 그 말을 온갖 의학적 사실, 운동을 하면 어떻게 삶이 조져지고 파괴되며, 향후의 인생은 어떻고 뭐하고...
낱낱이 징그럽게 다 보여주고 복속시키고 납작하게 만들어서 '그러니까 너는 운동해야해.' 하는 대중의학 서적스러운 것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뭐, 참 징그럽다.
'그래, 운동 좀 해야겠군.' 그러고는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다. 담담하게 말한다. 예시로 이야기 하나를 드는데, 유명한 것 같다. (유명하다고 생각한다 - 나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거든. 근데 여기서 나온걸지도 모르겠고, 이러저러 원 출전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는 하다) 무슨 얘긴가 하면.
무신론자와 유신론자가 논쟁을 하는데.
무신론자가 이런 얘기를 하며 자기 논지를 강화한다. "내가 예전에 신에게 도움을 청했지. 그런데 들어주지 않았어. 다행히 마주오던 누군가가 있어서 목숨을 건졌어. 신은 없어." 이 이야기에 대해 유신론자는 이렇게 답한다. "그 도움을 준 이가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인데. 네 도움에 신이 응한거야."
이 이야기를 가지고 내는 결론은 이렇다.
사실 사건은 그냥 있는건데 네가 보고싶은 대로 볼 뿐이지. 어떻게든 자기가 마음 편해지는 대로 생각할 뿐이지.
마음 편해지면 의심해라. 그게 인문학의 목적이다.
이것은 물이다. 안녕, 물이 어때 - 그런데 물이 도대체 뭐야? 너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이마셔서 생각하고 의심도 하지 않는 그것. 그런데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것만큼 이상한 것도 없다. 이게 도대체 뭐냐?
내 머릿속에 뭐가 자꾸 아무렇지도 않게 들락날락 하는 거냔 말이다. 이런 대표적인 감정이나 분위기로 예를 들면, 요즈음의 사회는 극단으로 치닫고, 우울하고, 염세적이며 닫혀있는데. '아하, 그렇군.' 하고 느끼기보다도,
이것들 자체가 어떤 [물 - 만연하고 당연한] 인데, 의심해보면.
i) 이 사람들이 이렇게들 단체로 우울하다고 나도 우울할 일인가?
ii) 별안간에 도대체 나는 왜 우울하단 말인가?
iii) 유쾌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iv) 그보다도, 도대체 왜 거저 유쾌한 기분이 아니지?
유쾌한 기분은 어떻게 누리는가 - 유쾌해지는 일을 하면 된다. 우울해있는 남들이 이러저러 불안에 찬 소리들을 하는 것을 보지않고, 그냥 책이나 보고, 할 것이 없으면 자기. 아니면 그저 노래나 듣기. 글이나 쓰기.
(남들이 이러저러 불안에 차 천방지축으로 튀어대는 말들이, 정말 그렇게도 다 감안해야 할 말들일까?)
'아니, 그걸 어떻게 해.'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하기 시작하니 거꾸로 '아니, 이걸 어떻게 안 해.' 라는 괴이한 방향으로 틀어져버렸다.
(책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디폴트 세팅'이 바뀐 셈)
이러하게 자꾸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또렷한 의식과 함께, 이런 생각 자체가 사실 제정신이라고 하기는 좀 뭣하다. 그래도 [현실 - 물이라는 것 - 에 제대로 박힌] 다른 이들과 (이를테면 만두를 튀겨, 반으로 가른 작은 종이컵에 늬어놓는 식품 매장코너 아줌마와 짧은 대화하기) 마주할 때는, 제정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뭐 하여간에, 이렇게 자꾸 [도대체가 여기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 자체는, 계속해서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위의 것들에 예민해져야 하며, 동시에 둔감해야 한다. 신경을 쏟지 않으면 휩쓸리지만(정확히는, 휩쓸려있다 - 모르니까 그냥 그대로), 웃기게도 너무나 신경을 써도 휩쓸린다(이것도 정확히는, 내가 휩쓸리기를 자처한다 - 너무나 신경을 써서 피곤해져서, 그대로 기대어 버린다). 신경을 쓰면서도 쓰지 않는 것.
(정밀하게 말해보자면, 내가 아무 방향에서 들어오는 파도가 치는 바다에 있는데, 그런 상황에 어딘가로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 파도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신경을 자꾸 써야 할 것이며.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파도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같으면 타기도 해야할 것이며.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그리고 이런건 정말 피곤해 죽겠다.])
//
이것은 물이다. 아니, 뭐라고? 이게 물이라고? 이게 뭐야, 자꾸 집어내고 하려고 하면 할수록, 뭔가 집어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하고, 뭔가 집은 듯도 할 건데 자꾸만 미끄러진다. 아니, 미끄러진다기 보다는, 이것 안에서 [이것]을 잡으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행위를 하면서, '까딱 미끄러지면 완전히 이상한 걸 하겠군'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거고.
그러면 이제 절대로 편하게 살 수가 없고, 그것이 바로 의식이 깨어남이며, 이 찜찜하게만 느껴지는 불안감이 보통의 사람들이 '아, 저러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싶은걸' 하는 것의 정체이고, 결국 끊임없이 '저게 무엇인가' 파악하기 위한 공부나, 찾아보기를 해야한다는 것.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다는 것. 그리고 이게 어른의 삶이며.
그래서 작가는 여러가지 중독과 몰두, 정신나간 1200쪽 넘는 소설같은거 쓰다 요절했는데.
남은 사람들은 뭐 어떻게 살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고.
더 정확하고 간결한 요약 (내 생각) - [물]이라는 것은 [[정보]]들이다. [[정보]]가 도대체 뭔지 좀 생각해보라. 이게 도대체 어디서 온 뭐고, 이건 건강한건지, 이게 내 몸의 어디로 가서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내가 이걸 어떻게 대해야 할 거고, 이러저러 따지다보면 나에게 좋은게 있을게 아닌가, 그런 건 어떻게 알고, 그런 것만 또 마냥 모으는 것은 좋은 일일까? 모든것들이 이러한 [[정보]]다. 어느 색감과 지형을 가진 환경과 인테리어를 가진 방에 있음 같은 것 조차도. 그 외에도 글,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 무슨 영상에 달려나오는 실시간 반응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떠드는 이런저런 소리들. 이것들 도대체 뭘까? 계속 의심해라, 아니,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젠 멈출 수가 없게된다. (적당히 해야)
몰루...
이거 하고 연설하고 얼마뒤에 돌아가신거 보면 참 알아도 실천하기 어려운거 같기도하고
그냥 이런걸 자꾸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함 그냥 살지 않는거지 (물론 그렇다고, 너무 [어쩔땐 그냥 살지 않으려고 하는] 상태가 되는 것도 곤란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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