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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멍거를 아세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에 대해서는 모두 들어본 적이 있을 테지만, 상대적으로 찰리 멍거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찰리 멍거는 오랜 기간 워렌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었던 동업자로,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찰리 멍거의 강연문 모음집이다.
찰리 멍거의 성향 탓에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매체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의 번역은 큰 행운이다. 아이작 뉴턴이 말했듯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더 너른 광경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거인의 어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지 책 한권으로 거장의 시각을 배워 세계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는 큰 행운이다.
물론 찰리 멍거가 이 책의 원형인 강연에서 사람들에게 주식 종목을 선정하는 방법을 알려줬겠거니 엑기스만 빨아먹자는 심정으로 이 책을 집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부분은 단지 몇 장에 지나지 않으니 통탄을 금할 길이 없는 노릇이다.
(인터넷엔 그들이 자신처럼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데에 대해 그들의 졸렬함을 지적하는 재미있는 글이 많다. 비추 1개는 워렌 버핏일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호랑이를 호랑이답게 하는 건 사냥된 먹이를 비굴하게 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직접 고기를 잡는 그 용맹한 모습이다. 찰리 멍거는 인간에게 날이 서있는 모습을 알려주는 것이지 사냥되어 썩어가는 고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인간에게 근본적인 사고 체계의 정립의 필요성을 깨우쳐준다.
멍거의 강연에는 일평생 그의 삶에서 유지되었던 배움의 자세와 더불어 결정에 관한 접근법이 녹아들어있다. 그건 바로 “더 제대로 사고하는 방법에 관한 방법”과 “더 잘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다.
멍거에게 시장 자체가 그에게는 기나긴 인생에서 벌이는 하나의 게임이자 유희가 아니였을까? 단지 세계를 이해하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삶의 관점을 갈고 닦은 일련의 과정이 삶의 목적인 것이고, 그 부산물로 부가 따라온 것이 아닐까? 그런 얘기 있지 않은가, 천재는 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주식투자를 한다는...
어쨌든 그래도 우리가 멍거에게 바라는 건 그의 투자방법론이다. 그도 청중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종목 고르는 법에 대한 강연도 했다. 투자방법이 궁금한 사람을 위해 멍거의 아이디어 중 하나인 ‘할머니 법칙’을 사용해보도록 하겠다. 할머니 법칙이란 할머니가 손주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먹이기 전에 손주가 싫어하는, 맛없지만 영양가는 좋은 당근을 먹이고 즉각적인 인센티브인 디저트를 준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 할머니 법칙을 따라 멍거의 주요 생각을 요약한 후에 할머니법칙에 따라 이 글을 눌러본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찰리 멍거의 “자신만의 주식 선정 방법”을 요약해보도록 하겠다.
그의 “더 잘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는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모든 것을 아는 재능 같은 건 인간에게 없다.
2. 다만,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우리는 투자든, 사업이든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에서 중대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3. 결국 그 베팅을 위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많은 것을 배워야만 한다.
4.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전제로 되어야 하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사고모형을 늘려야만 한다(사고모형이란 어떤 현상을 통찰할 수 있는 각 분야별 사고틀 이라고 볼 수 있다).
5. 이 사고모형은 한 분야의 학문에서 추출된 것으로는 모자라다. 수학, 물리학, 생물학을 비롯한 각종 과학, 미시경제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하여 상황에 ‘적확’한 모형을, 필요하다면 여러 개의 모형을 적용하여 찾아야 한다.
6. 다만, 각 학문 분야의 세세한 것까지 아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 분야에 수십년간 매달려온 학자처럼 알 필요는 없다. 주요한 통찰은 각 학문의 가장 핵심적인 사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고, 그것으로 대개 충분하다.
7. 여러 학문분야에서 추출한 사고모형을 통해 다학문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갖춰라. 문제의 상황을 자신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적확한 사고모형에 따라 분석하고 이해하라.
8. 정확한 이해를 위해 문제를 다각도에서 생각해보고, 문제를 뒤집어 보라.
9. 그리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기 자신을 끝없이 의심하고 회의하라.
10. 이런 지혜의 연마는 곧 인간으로서 도덕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요약해보자면 멍거는 세계와 세계의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 다양한 학문의 통찰을 바탕으로 하는 “다학문적 사고”와 “다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를 중요시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일면만 볼 수밖에 없기에 다양한 학문에서 비롯된 사고모형들과, 여러 각도의 다양한 통찰을 통해 진실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의 분야에만 정통해서는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으며, 망치를 든 사람처럼 모든 문제를 못박음으로써 해결하려는 오류에 빠지지 말 것을 강조했다.
다양한 사고모형들을 개발하여 문제를 통찰할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땅히 인간은 “그렇게 존재해야만 한다”는 의무론적 주장까지 그야말로 “앎”에 대한 욕구로 그득한 그의 인생이 눈 앞에 그려진다.
당근을 줬으니 디저트를 줄 시간이 다가왔다. 멍거가 말한 주식 선택의 비법에 대해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비약적으로 성장할 소형주를 발굴하라.
2. 대단한 기업에 투자하라. 특히 대단한 경영자가 있는(그래도 경영자보단 기업이다).
3. 위대한 기업에 오래 눌러붙어 앉아 복리와 잦은 거래로 인한 비용을 줄여라.
4. 투자운용회사에 의지하지 말라.
거참 말은 쉽네. 생각보다 맛없는 디저트지만 사실 그의 사고의 결과들이 엑기스로 축약되어 있다.
찰리 멍거의 투자법은 굉장히 명료하다. 자기가 잘 아는 모형에 따라 자신의 가설이 상황이 부합했을 때, 그 기회가 찾아왔을 때 크게 베팅하는 것이다. 곧, 잘 알지 못하는 것은 투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버핏과 멍거는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최신기술 분야의 테크 회사들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고, 비트코인과 수많은 테크회사들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쳐 사람들로부터 그들도 늙은 게 아니냐는 조롱과 비아냥을 받기도 한다(무섭게도 이 조롱이 판칠 때쯤이 늘 고점이다).
(상승장에서 워렌버핏은 조롱을 당하지만 이런 글들이 많아지면 고점신호로 곧 하락이 온다. 하락이 오면 워렌버핏은 다시 신으로 추앙받는다.)
우린 장래 과학기술 발전이 엄청날 것이고 그 기술을 개발할 회사들이 아주 유망하리라는 전망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과거 20년 동안 비약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했듯이 장래 20년은 더 큰 과학적 변화가 찾아올 것이고, 심지어 ‘특이점’이라 불리는 지점에 도달해 과거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야만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잘 아는 것만 고른다는 건 투자에 오히려 불리한 것이 아닌가? 싶은 회의감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를 뒤바꿀 기술을 내가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 멍거의 원칙에 따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투자를 거둠으로써 기술주의 성장을 바라만 봐야 하는 맹점이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엄청난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가?
멍거는 분명 보수적인 투자자다. 그러나 멍거의 관점을 달리 바라보자면(물론 멍거는 회의적인 듯 하지만) 그 기술이 인간의 삶을 지배할 기업에 대한 예측은 여전히 멍거의 사고로 비춰봐도 유효한 게 아닐까? 여전히 여러 가지 ‘사고모형’들로 그 사업의 영향력을 평가해볼 수는 있으니 말이다. 그 예측에 성공한 사람들은 과거 5년간 유망한 기술회사인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런 점에서 멍거의 보수성은 “앎”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지폐개수기의 기술원리를 몰라도 압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리란 것을 예측하듯, 또 다른 기술품이 세계를 지배하리라는 예측과 전망은 ‘사고모형’인 다양한 통찰 수단에 따라 적정하게 판단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그의 철학은 다시 미래에도 유용할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멍거의 사고방식은 단순히 주식이란 하나의 분야에 국한되진 않는다. 그의 사고방법과 실천방법은 여전히 삶 자체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머리를 번뜩이고 스쳐지나가는 찰리 멍거적 인물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투타겸업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1조원의 사나이. 빡빡머리 소년이던 그가 어떻게 세계를 호령하는 최고의 야구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오타니는 "명확한 목표설정"을 하고, "다각적인 기술발전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삶의 태도, 도덕적 미덕까지 체득하기 위해 "다양한 통찰 수단을 동원"했다. 그리고 그 통찰들을 삶에 실현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실천했고 그는 최고의 선수의 반열에 오른다. 물론 그건 재능빨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야구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임에 틀림 없다.
삶에 있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유용한 모든 걸 다각도로 분석하고 연습하는 노력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찰리 멍거의 삶에 대한 자세는 마음 속 어딘가에 잠겨있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통찰을 안겨다 주는 또 하나의 ‘사고모형’이다. 더불어 멍거가 일평생 견지해온 "앎"을 향한 열정과 노력은 주식투자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을 관통한다. 다각적인 앎과 적용, 그리고 끝없이 알기 위해 노력하는 진지한 태도는 멍거의 100년 인생이 녹아들어 있는 위대한 정수임에 틀림 없다. 멍거의 인생은 그가 주주총회에서 늘 마지막으로 말하던 말대로다.
"더 보탤 것은 없다."
막줄 센스있네요 "I have nothing to add." 그립읍니다 멍거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