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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망망대해처럼 부풀어나가는 이 책을 읽노라면 단번에 나의 가슴엔 뜻모를 물결이 몰려와 밤잠을 설친 적이 몇 번인지, 



자신들이 노렸던 고래를 발견하여 기쁘게 작살을 던지는 작살잡이들처럼 나는 원했던 글을 발견할 때마다 잽싸게 마커를 꽂았다. 신성한 양식을 건져올리며 신에게 감사하는 그들 야만인처럼, 영혼을 살찌우는 맛 좋은 글을 풀어낸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시간이라는 것이 시작에서 끝으로 흘러가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파도적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들 앞에 선 파도는 어디서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자신에서 자신으로 흘러보내며 흘러들어가는 완전성과 고결함이라는 태곳적 시간이 아닌가. 


그 속에 모비딕이 도사리고 있다. 파도의 무시간성, 시간의 자폐성 속에서 도요하는 모비딕을 그들은 무모히 헤집어간다. 



인간이 힘이 들 때, 

목적과 향방없이 제 길을 가보라는 무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가 향하는 곳은 어김없이 바다였다. 



긴 연휴, 막간의 시간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바다로 향하는 이유는 아마 어미의 뱃 속에 있을 적 양수의 철썩임을 그리워해서이지 않을까



그곳에선, 시간은 정지해있다. 나 또한 정지해있다. 완전한 나만의 요새. 안락한 물소리. 그곳을 그리워한다. 그리운 자폐공간. 자기폐쇄에의 향수가 바다에서 감각되는 것이다. 



인간이여 바다를 조심하라. 그것은 너를 중독시킨다. 



한낯의 유희로만, 명절에 거쳐가는 고향집으로서만, 깊은 물이 아닌 뭍과 가까운 얕은 물로서만, 그곳을 향유해야 하나니.



에이헤브 선장은 그렇기에 바다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미숙한 인간이다. 양수에서 지상으로 나오며 자폐성을 버리고 적응해가는 성숙한 인간들과는 반대로 그는 온전한 자기에 휩싸인다. 


그가 잡고 싶어하는 모비딕의 뱃 속에는 잃어버린 자신의 일부가 있다. 한 쪽의 다리를 잃어버린 인간, 그는 대지 위에서 더이상 곧게 설 수 없는 인간이 되었다.


대지 위에서, 자아의 절름발이가 되어버린 그는 현기증을 느끼며 잃어버린 자신의 일부를 찾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 그에게 오직 격렬하게 통각되는 것은 자기상실감. 뜯겨나간 자신을 찾아 다시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될 때까지 그는 오로지 자신만을 그리워하고 자신만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여 바다를 조심하라, 그것이, 너를 베어먹을 것이다. 


바닷비린내가 코에서 가시기 전에 그곳을 떠나와야한다. 


너는 문명으로 보내어진 사절이니까, 


그치만 내 귀는 자꾸만 소라가 되어, 파도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