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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이라는 산문시집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릴케 역시 보들레르 못지않은 유럽(오스트리아)의 대시인으로서 동시에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수필이라기보다는 좀 더 소설에 가깝고 동시에 전형적인 기승전결 서사가 아닌 측면에서는 수필과 유사하다.

화자인 28세의 말테는 사실상 저자와 동일시되는 인물이다. 참고로 이 책은 그가 35세에 저술했다. 35세의 나이에 자신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반추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분량은 300페이지가 안되지만 읽기에 상당히 난해하다. 소설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의식의 흐름 수준으로 에피소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글은 매력적이다. 시인이 가진 섬세함이 문장 하나하나에 녹아있기에 소설이지만 기나긴 시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삶이란 죽어가는 것이라는 서문의 글이 시사하는 것처럼 삶의 결말인 죽음을 관조한다. 특히 저자만이 할 수 있는 디테일한 묘사, 이를테면 아버지의 유품 중 덴마크 왕이었던 크리스티안 4세의 죽음을 메모한 쪽지를 메타포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이 책 속에 저자의 시론이 짤막하게 등장한다. 릴케에 따르면 시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감정이 아닌 경험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그가 시를 쓰기 위한 경험들을 모은 자서전인 셈이다. 이후 그는 <두이노의 비가>를 완성한다.

/인상깊은 구절/
말테, 너는 소원을 비는 것을 잊지 마. 소원을 비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돼. 실현되지 않을 수 있지만, 아주 오래가는 소원들도 있어. 한평생 품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그것이 이루어지는 걸 전혀 고대할 수 없는 소원들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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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를 덧붙이자면, 지금의 나는 지갑 깊숙한 곳에 죽음의 순간에 대한 묘사를 몇 년이나 간직했던 아버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특별히 찾아낸 죽음의 순간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죽음에는 보기 드문 특별한 것이 있다. 가령 펠릭스 아르베르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누군가 필사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그곳은 병원이었다. 그는 편안하고 초연하게 숨을 거두었고, 그래서 수녀는 그가 현실 속 상태보 다 이미 더 멀리 가 있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수녀는 매우 큰 목소리로 이것은 어디 있고, 또 저것은 어디서 찾을 수 있다고 저멀리 어딘가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아주 무식한 수녀였다. '복도'라는 단어, 코리도어 Korridor를 말해야 했는데, 이 단어를 문자로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수녀는 콜리도어 Kollidor라고 말했고, 그런 줄 알았다. 아르베르는 그것 을 듣고 죽음을 미루었다. 죽기 전에 이 말을 먼저 바로잡아야 할 필요를 느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정신이 완전히 맑아져서 수녀에게 '코리도어'라고 발음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고서 그는 죽었다. 그는 시인이었고 대충하는 것을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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