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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책 좀 구경하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면 꼭 가는 코너가 있는데 바로 '일본서적'코너. 이 곳에서 서서 책을 탐색하면서 좋아보이는 책을 사는게 내 교보문고 루틴이다. 그때 발견한게 바로 그 여름이 포화한다.(あの夏が飽和する。)라는 책. 이 제목을 보고 바로 플래시백으로 떠오른게 칸자키이오리의 노래. 칸자키이오리는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이다. 물론 그렇기에 이 노래도 즐겨들었다.
노래의 내용은 대충 따돌림당하는 14살 여주인공이 괴롭히는 아이를 계단에서 찔러 떨어트려 죽이고 낙담하여 더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으니 죽고 온다고 남주인공한테 말하는데 남주인공도 여주인공을 따라 '같이 죽자'라며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도중에 도둑질도 하고 타인의 집에 불법칩입도 하면서 경찰한테서 도망치다가 결국엔 따라잡히고 남주인공을 인질로 하지만 남주인공한테 '너만큼은 살아남아'라며 말하고 자신은 목을 그어 죽는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그 노래의 스핀오프이다. 이 일이 있고 13년 후의 남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남주인공의 이름은 치히로(千尋), 노래의 여주인공의 이름은 루카(流花)이다. 치히로는 출판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으로 동료 여자에게 고백을 받고 하룻밤을 보내는데 섹스도중 루카와의 옛정이 생각나서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고 그 여동료를 버리고 나온다. 그리고 만남사이트에서 적당히 원나잇상대를 찾으려는데 핸드네임 이루카(いるか)라는 여자를 발견해서 연락한다.
이루카가 곧 이 소설의 여주인공이 되는데 본명은 루카(瑠花). 발음이 치히로의 어렸을 적 여자친구와 같다. 이것을 보고 치히로는 강한 호감을 느껴 그 동안 자신을 가꾸지 않았지만 달라지기로 결심하고 루카한테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이 루카와의 만남 이후 루카와 자신의 주위에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중간의 줄거리는 길어지기에 서술을 생략하겠지만, 등장인물들은 서로 마음의 상처를 가지면서도 그 내면의 상처를 타인에게 고백하는 것을 꺼려했다. '미움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치히로와 루카,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이 서로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루카는 용기를 내어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상처를 서서히 밖으로 끄집어내서 후회없는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바뀌는 것을 선택한다. 치히로도 처음에는 루카(瑠花)를 루카(流花)에 투영해서 마음의 빈 곳을 채울려고 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루카(瑠花)는 루카(流花)와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그녀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
아무리 후회할만한, 나쁜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미래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루카는 결국에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후회스러운 과거를 떨쳐내고 자신의 주위의 악순환을 끊어냈다. 치히로는 13년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각오로 최악의 결과를 피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고 우리는 모두 슬픔과 좌절로 얼룩진 과거를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긍정감을 얻게 되었다.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노래의 소재가 훨씬 재밌어보이는데
자신을 가꾸지 않아도 고백받는 부분이 정말 좆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