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약
1. 많은 한국어 번역 판본에서 Right Whale(긴수염고래)을 '참고래'로, Fin-back(참고래)을 '긴수염고래'로 서로 바꿔서 오역했다
2.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착오로 참작의 여지가 있다(번역가를 탓할 순 없다)
3. '모비 딕'을 읽을 때에는 이 점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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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무조건 그 뜻을 찾아본다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뜻도 모르고 읽는다면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지 않겠는가
이는 생물 종에서도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식물이나 동물이 언급된다면 그것들 또한 찾아본다
어떻게 생긴 종자인지 시각적으로 알아야 그에 대한 비유나 묘사를 알아먹을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모비 딕'이라는 책은 고래와 포경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성격도 띄고 있는데, 그것이 제32장 'Cetology(고래학)'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그 일부를 가져와서 살펴보자
"...BOOK I. (Folio), Chapter II. (Right Whale).—In one respect this is the most venerable of the leviathans, being the one first regularly hunted by man. It yields the article commоnly known as whalebone or baleen; and the oil specially known as “whale oil,” an inferior article in commerce..."
"...BOOK I. (Folio), Chapter iii. (Fin-Back).—Under this head I reckon a monster which, by the various names of Fin-Back, Tall-Spout, and Long-John, has been seen almost in every sea and is commоnly the whale whose distant jet is so often descried by passengers crossing the Atlantic, in the New York packet-tracks..."
이 부분에서 Right Whale이라는 고래와 Fin-Back이라는 고래가 언급된다
Right Whale의 학명은 Eubalaena, 속(Genus) 단위이고 한국어로는 긴수염고래속이다
Fin-Back(Fin Whale)의 학명은 Balaenoptera physalus, 이건 하나의 종(Species)으로 한국어로는 참고래이다
여기서 내가 구입한 작가정신의 김석희 번역을 같이 비교해보자
"...제1권(2절판) 제2장(참고래)—이 고래는 어떤 점에서는 모든 고래들 가운데 가장 존경할 만하다. 참고래는 인간이 본격적으로 사냥한 최초의 고래이기 때문이다. 참고래는 흔히 고래뼈나 고래수염으로 알려진 것을 생산한다. 그리고 특별히 ‘고래기름’이라고 불리는 기름은 상업적으로는 가치가 떨어진다..."
"...제1권(2절판) 제3장(긴수염고래)—이 항목에서는 ‘등지느러미’, ‘높은 물보라’, ‘키다리’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알려진 고래를 다루려고 하는데, 이 고래는 세계의 거의 모든 바다에서 목격되며, 뉴욕 항로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선객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고래들이 내뿜는 물보라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Right Whale(긴수염고래)을 '참고래', Fin-back(참고래)을 '긴수염고래'로 용어를 서로 바꿔서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문학동네의 황규원 번역, 현대지성의 이종인 번역에서도 보인다(책을 다 찾아볼 수는 없는 관계로 제일 대중적으로 보이는 3개를 골랐다)
그렇다면 왜 이 잘못된 명칭 번역이 퍼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한국수산과학화지'의 '한반도 근해 고래류의 한국어 일반명에 대한 고찰(손호선, 안두해, 김두남)'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원래 Eubalaena속(Right Whale, 긴수염고래속)에 속한 고래 종들은 학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긴수염고래'라고 지칭되었으나, Park(1995)에서만 Right Whale이라는 영어 이름을 반영하여 참고래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Balaenoptera physalus(Fin-back, 참고래)는 예로부터 가장 많이 잡히는 고래라고 하여 한반도의 포경꾼들에게 '참고래'라고 불렸으나, 일본어 명칭인 長須鯨(장수경)을 의미 그대로 번역한 긴수염고래도 학계에서 종종 사용되었다('흰긴수염고래'도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여러 분야에서 일본어식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음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서 우연히도 두 고래의 명칭이 서로 뒤바뀌어서 사용되어왔던 것이다(나무위키의 '긴수염고래' 문서에 이 내용이 더 자세하게 적혀 있으니 참고하라)
하지만 번역가 탓을 할 수는 없다
아주 근거가 없는 번역은 아니고, 또 보다시피 유래가 깊은 착오이기 때문에 '모비 딕'을 포함한 적지 않은 매체에서 이 잘못을 그대로 싣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나오게 될 '모디 딕' 번역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끝
잘 읽었음 - dc App
닉네임추
이런 거 졸잼임 ㅋㅋ
오우 엄청나다 이런거 출판사에 제보하면 수정해주나?
어쩌라고ㅋㅋㅋ
석희 로각좁 - dc App
와 뇌비우고 읽느라 그런 차이가 있는지도 몰랐네. 대단해.
이해는되지만 번역가탓은 해야죠;;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379433&cid=50328&categoryId=50328
이런
해양사전에서도 계속해서 답습되어왔던 오류인지라 번역가가 해당 용어를 찾아봤다고 하더라고 틀렸을 수 있음 이걸 감안해야 함
무 슨상 관이냐? 참고래 든 긴수염고래 든 실전엔 소용 없어
내용은 좋은데 글이 왜케 틀딱 느낌임
번역가 책임이긴 하지 돈 받고 하는 일인데
학계에서도 곧잘 틀리는 걸 번역가라고 별 수는 없을듯;; - dc App
아 모비딕 보고 고래사냥 갔는데 참고래 공략법 틀려서 파티 전멸했습니다ㅡㅡ 번역자 고소할게요 - dc App
닛픽 헤어스플릿이야 작품이해와는 아무 관련 없음
제법 공부를 했구나 고래박사 수준이야
하지만 고래박사 수준으론 카샬로 블랑슈를 잡을 수 없어 바다가 곧 나의 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