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목표
본 연구는 에드문트 후설의 Erste Philosophie 1,2 의 완역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는 이 저서의 번역을 통해 후설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를 도모하고, 후설 철학과 여타 철학의 생산적인 대화를 촉진함과 더불어 현 시대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
첫째, 본 저서의 번역은 후설에 대한 입체적이고 심화된 이해를 가능케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념들』 1권으로 대변되는 후설 중기의 사상과 『성찰』, 『위기』로 대변되는 후설 후기 사상을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후설의 생전에 출간된 책들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많은 주제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 본 저서는 『위기』에 등장하는 역사성에 대한 관심이 갑작스러운 전환이 아님을 알려준다. 오히려 현상학의 본질에 대한 고찰은 필연적으로 역사적 고찰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2) 본 저서는 『위기』에 등장하는 현상학의 세계사적 의의의 맥락을 알려준다. 여타 저서에서 후설은 현상학을 대체로 당대의 학문적 맥락 안에서 제시하기에, 이러한 세계사적 맥락의 강조는 갑작스럽게 여겨진다. 그러나 본 저서는 후설이 이전부터 현상학을 고대부터 시작되는 인류의 지적 여정의 연속성 내에서 이해했음을 밝혀 준다. 3) 본 저서는 후설의 생전에 출간된 책들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철학사에 대한 후설의 입장을 드러내 준다. 이를 통해 후설의 현상학은 대화를 거부하고 자신에게만 파고드는 유아론적 철학이 아니라, 타 철학과 관계하며 그러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대화의 철학임이 밝혀진다. 4) 본 저서는 『이념들』 1권에서 제시되었던 데카르트적 길의 중요성과 한계, 그리고 이로 인한 심리학적 길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후설이 왜 『위기』에서 비데카르트적 길들을 모색했는지, 동시에 왜 말년까지 데카르트적 길도 고수하고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5) 본 저서는 감정과 의지를 가진 구체적 인간의 입장에서 환원의 과정을 기술한다. 구체적 주체는 순수하게 인식만 하지 않고, 느끼고 의지하고 행동하는 주체다. 환원도 주체의 행위인 한에서, 감정 및 의지와의 연관 속에서 환원이 서술될 때에야 우리는 환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후설 생전에 출간된 저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러한 구체성이 본 저서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둘째, 본 저서는 후설과 여타 현대 철학의 더욱 풍부한 대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현대의 많은 철학자들이 후설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확보하려 했다. 그들에 따르면 후설의 철학은 비역사적이고, 타 철학과 소통하지 않으며, 구체적 인간을 다루지 않고, 인식자로서의 순수 주체만을 다루기 때문에 인간 주체의 전모를 드러내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밝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그들의 철학의 목표이다. 후설에 대한 이러한 일면적 이해와 비판은 이들의 저서를 통해 한국 철학계에 전달되었다. 이에 반해 본 저서는 후설이 도외시했다고 말해지는 문제들을 후설이 이미 다루고 있었음을 알려 준다. 이는 후설에 대한 이해를 바로 잡을 뿐 아니라, 후설의 철학과 타 철학 간의 더욱 생산적인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 준다. 이제 후설과 그의 비판자들은, 같은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려 시도한 동료이기 때문이다. 후설과 이들의 대화는 현대철학의 난제들로부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셋째, 본 저서는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철학적으로 심화된 고찰을 가능케 할 것이다. 지금까지 번역된 후설의 저서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으나 이 책에서는 다루어지는 주제에는 역사의 의미, 감정, 특히 사랑이 행위에 끼치는 영향, 의지적 결단이 삶에서 행하는 역할 등이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철학뿐 아니라 역사학, 심리학, 사회학과 정치학에서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주제들은 비학문적 삶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본 저서의 번역은 이러한 개념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새로운 접근법을 알림으로써 여타 학문과 삶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기대효과
본 저서의 번역은 한국의 학문적, 문화적, 사회적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첫째, 본 저서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상대주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할 것이다. 서로 다른 국가, 문화, 계층 간의 마주침이 늘어나면서 상대주의와 관용은 사회적 덕목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상대주의가 보편적인 원리라는 증거는 없다. 절대적 진리, 본질적으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의 가능성은 열려 있으며,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학문의 소임임에도, 상대주의는 이러한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고 만다.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후설의 자세와 그 추구의 구체적 과정은 이러한 경향에 맞서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학자적 태도의 모범을 제시한다.
둘째, 본 저서는 현재 추구되고 있는 학문 간의 소통과 통합의 시도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20세기에 학문은 사상 유례 없는 전문화와 파편화를 겪었다. 이러한 경향은 각 학문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태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불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깨달은 연구자들은 학문 간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절대 진리에 대한 이념과 초월론적 주관의 구성 작용을 바탕으로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하나의 철학을 추구하는 후설의 시도는 그러한 학문 각 소통과 통합의 하나의 범형을 제공한다.
셋째, 본 저서는 인간 주체에 고유한 존엄성을 확보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현대는 어느 시대보다 인권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동시에 어느 시대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 시대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인간은 그가 하는 기능을 통해, 대체가능한 자원으로 계산되고 있다. 과학적으로 인간은 일종의 동물로, 심지어 기계로 간주된다. 인간의 활동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복제될 수 있으며, 심지어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복제될 수도 있다. 이에 반하여 본 저서는 모든 인식의 근원이자 세계의 의미의 원천이 다름 아닌 초월론적 의식이라는 점, 그리고 그런 점에서 주체는 복제, 대체, 환원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님을 보여준다.
연구요약
본 연구의 번역대상인 『제일철학』은 두 권으로 나뉘어 후설 사후 18년만인 1956년에 후설전접 7권, 3년 후 1959년에 8권으로 출간되었다. 각 권은 주 텍스트와 보충 텍스트로 나뉜다. 주 텍스트가 되는 것은 후설이 1923/24년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행했던 강의의 원고이다. 보충 텍스트는 다시 논문과 부록으로 나뉜다. 논문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쓰였으면서 주제 상 관련된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1903년에서 1926년에 이르는, 주제 상 관련된 연구원고들이 부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일철학”이란 초월론적 현상학의 정신에 대한 후기 후설의 이해를 집약하고 있는 용어다. 중기까지 후설은 현상학과 철학을 엄밀히는 구별하는 인상을 준다. 『이념들』에서 “순수 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을 구별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후에 후설은 철학을 모든 학문을 포괄하는 보편학으로 이해하며, 이 철학 전체의 기초가 되는 토대학으로서 현상학을 규정한다. 이 학문은 정초의 순서 상 모든 학문에 선행하므로 제일철학이다. 이 학문은 필연적으로 초월론적 주관에 대한 연구라는 형태를 가진다.
후설은 두 가지 작업을 통하여 현상학을 제일철학으로서 수립하려 한다. 하나는 절대적 인식의 체계로서의 철학의 이념 및 그러한 철학으로서 주관성에 대한 학문의 이념이 철학의 성립 초기부터 존속하면서 철학의 전개를 이끌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사적 분석은 본 저서의 제 1권 『비판적 이념사』에서 행해진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이념에 따라 절대적 인식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초월론적 주관의 발견 및 그에 대한 학문으로서 초월론적 현상학으로 이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제 2권 『현상학적 환원의 이론』을 이룬다.
제 1권 『비판적 이념사』에서 후설은 플라톤에서 흄에 이르는 철학사를 철학의 이념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것은 절대적 인식의 이념과 회의주의, 또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대결의 역사다. 절대적 인식이라는 이념은 플라톤에 의해 수립되었다. 여기에는 소피스트들의 회의주의가 대립한다. 그러나 이제 후설은 회의주의를 단순히 물리쳐야 할 적으로 보지 않는다. 회의주의는 인식하는 주관을 주목하게 하는 역사적 계기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은 데카르트의 성찰에서 절대적 인식으로서 에고 코기토의 발견으로, 따라서 최초의 초월론적 철학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이어서 후설은 영국경험론을 분석한다. 로크에서 시작하는 경험주의철학, 특히 흄의 회의주의는 이성주의의 교조론적 객관주의를 무너뜨림으로써 초월론적 주관의 학문을 예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 1권의 보충원고에서는 강의 원고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철학자들에 대한 후설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칸트에 대한 두 논문은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 초월론적 철학의 의미에 대한 후설의 상세한 논의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료다.
제 2권 『현상학적 환원의 이론』에서 후설은 이러한 절대적 인식으로서의 철학이라는 이념이 어떻게 초월론적 주관에 이르는지, 즉 현상학적 환원에 이르는지를 보여준다. 후설은 아직 소박성에 빠져 있지만 절대적 인식을 추구하는 학자의 성찰 과정을 제시한다. 그에게 세계는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것으로서 주어진다. 그러나 세계는 필증적 비판이라는 근본적인 검토를 견디지 못한다. 이를 통해 세계의 존재는 불확실한 것으로서 해소되지만,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 즉 인간적 주체와 대비되는 초월론적 주체가 발견된다. 이어서 후설은 『이념들』 1권에서 제시했던 데카르트적 길과는 다른 길을 개척한다. 데카르트적 길에서 발견된 코기토는 확실하지만 공허하므로, 바로 보편적 환원을 행하기보다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의식 작용들에 개별적으로 환원을 행한 후에 마지막으로 보편적 환원을 행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본 저서에서 후설이 새로이 제시하는 환원의 두 번째 길, “심리학적 길”이다.
역자는 박지영, 역서로는 현상학의 이념, 후설의 현상학 등이 있음
학술명저 시리즈로, 위 글은 한국연구재단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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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번역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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