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일문학과 근처에도 안 가본 자가 방구석에서 취미로 일본어 원서를 한두 권씩 읽다가 대충 얻은 것을 가지고, 금각사 원서와 번역본(역자 허호)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을 적은 잡설이다.
자잘한 번역까지 뭐라 하는 건 조금 ‘짜치는’ 일이지만, 탐미주의 문학이기에 지엽적인 것도 적어 보았다. 고치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들뿐이다. 누락된 번역이나 오자 위주로 재미로 봐라.
번역은 전체적으로 직역에 가깝다. 유려한 번역은 아니지만 원작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은 정확하고 담백한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원서는 신초샤 문고본 2021년 5월 5쇄
번역서는 웅진 2017년 초판 2쇄.
(참고) ※ 번역본은 원서의 방점을 무시하고 있다.
※ 너무 지엽적인 것은 대부분 그냥 넘어갔다. 하나만 예로 들면
(페이지) p.12
(번역문) 히가시마이즈루 중학교는 넓은 운동장을 앞에 두고 길게 늘어선 산들에 둘러싸인
(원문) 東舞鶴中学校は, ひろいグラウンドを控え, のびやかな山々にかこまれた
(수정이 필요한 부분) * 길게 늘어선 → 완만한
(이유) 원문 노비야카나(のびやかな)는 평온한 모양을 뜻한다. 분위기를 강조하면 평온한 또는 한적한, 산의 모양을 강조하면 완만한 정도가 적당한 듯하지만, 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1장>
p.17
시기심이 강한 여자들은 우이코가 아마도 아직 처녀일 텐데도, 저런 인상이야말로 석녀상(石女像)이라는 등의 소문을 퍼뜨렸다.
嫉み深い女は, 有為子がおそらくまだ処女であるのに, ああいう人相こそ石女の相だなどと噂した.
* 석녀상(石女像) → 아이를 못 낳는 관상
번역의 석녀상(石女像)에서 상(像)이 들어간 이유를 모르겠다. 돌로 된 여자 조각상? 초상? 원문은 석녀의 인상(石女の相)으로, 석녀는 아이를 낳을 능력이 없는 여자를 뜻한다(원서 주해). 그냥 석녀로 번역하거나, 아이를 못 낳는 관상, 석녀상(石女相) 정도.
※ 문고본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학평론가가 작성한 주해가 180개 정도 달려있다. 번역서에는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원서의 주해 내용보다 빈약한 번역자 주가 있다.
------------------------------
p.25
가하라 → 가와라(鹿原, かわら)
* 오자
------------------------------
p.30
아침 햇살이 단풍나무의 밑까지 깊숙이 비추고 있었다. / (누락) / 나는 일어나 몸을 부르르 떨고는 몸의 이곳저곳을 비볐다.
* 번역 누락
두 문장 사이에 다음 문장의 번역이 누락되어 있다.
白骨の建築は, 床下から日をうけて, よみがえったように見えた. 静かに, 誇らしげに, 紅葉の谷間へ, その空御堂をせり出していた.
(→ 백골과도 같은 건물은, 마루 밑에서부터 햇빛을 받아, 되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조용히, 자랑스러운 듯, 단풍이 물든 골짜기에, 예의 빈 불당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 누락 부분에 대한 한국어 문장은 재미로 봐라. 원문 복사해서 AI번역 등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쉼표는 그대로 옮겼다. 미시마의 문장은 위 문장처럼 짧은 경우에도 쉼표의 향연이다.
------------------------------
p.31
대부분의 미술 서적들은
通り一ぺんの美術書は
* 대부분의 → 피상적인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
원문 토오리잇펜(通り一ぺん)은 겉치레뿐으로 성의가 없는 모습을 뜻한다. 이후 미술 서적에 적힌 금각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금각에 정통하다고 자부하는 주인공에게는 그 내용이 피상적으로 보인다는 의미인 듯.
------------------------------
p.38
연못 물에 반사된 석양이 각층의 추녀 밑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 (누락) / 원근법을 과장한 그림처럼 고압적인 금각은 몸을 약간 뒤로 젖힌 듯한 느낌을 주었다.
* 번역 누락
まわりの明るさに比して, この庇の裏側の反射があまり眩ゆく鮮明なので,
(→ 주변의 밝기에 비해서, 처마의 안쪽에 반사된 석양빛이 너무도 눈부시고 선명하여,)
------------------------------
p.40
그 목상은 요시미쓰가 삭발하고 난 후의 이름, 로쿠온인도노(鹿苑院殿) 요시미쓰의 상이라고 불렀다.
その木像は義満の剃髪ののちの名, 鹿苑院殿道義の像と呼ばれている.
* 로쿠온인도노(鹿苑院殿) 요시미쓰 → 로쿠온인도노도기(鹿苑院殿道義)
원문인 ‘鹿苑院殿道義’는 ‘로쿠온인도노도기’라고 읽는 것이 아닐까. 검색하면 정확하게 안 나오긴 하는데 그나마 근거는 鹿苑院殿厳島詣記에서 鹿苑院殿를 로쿠온인도노라고 읽는 것과 아시카가 요시미쓰의 법명 鹿苑院天山道義에서 道義를 도기라고 읽는 것에서다. 아니면 전부 음독하여 로쿠온인덴도기?
(지적하는 김에 지엽적인 것)
** 삭발 → 귀의
체발(剃髪)은 삭발이 맞지만, 출가 시에 삭발하는 것을 뜻하기에 출가 또는 귀의라고 하는 것이 더 명확한 의미 전달이 아닐까. 더 간단히는 법명, 계명.
(→ 그 목상은 요시미쓰의 법명인 로쿠온인도노 도기의 상이라고 불렀다.)
------------------------------
p.40
가리노 마사노부(무로마치 시대의 화가–옮긴이)가 그렸다는 천인주악(天人奏樂)의 천장화를 보고
狩野正信の筆と云われる天人奏楽の天井画を見ても,
* 가리노 마사노부 → 가노(かのう) 마사노부
오자
(지적하는 김에 지엽적인 것)
** 천인주악 → 주악천인
天人奏楽(천인주악)은 한국 불교 미술에선 ‘주악천인’이라고 하는 것 같다.
ex) (일) 고금동서(古今東西) → (한) 동서고금
------------------------------
p.40
그것은 청명하고 석양을 가득 받아
それは澄明で, 寂光に満たされ,
* 석양 → 적광(寂光)
원문은 적광(寂光)이다. 불교 용어인 적광은 붓다의 진리인 적정(寂静)과 지혜(智慧)의 빛을 뜻한다고 한다. 적광을 석양으로 번역하는 것은, 경호지(鏡湖池)에 비친 석양을 보고 적광을 떠올려 쓴 원작을 다운그레이드 시킨 번역으로 생각한다. 순금의 닻처럼 가라앉아 조용히 열반의 경지에 이른 듯한 금각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므로, 원문 그대로인 적광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장>
p.59
곤충 표본 만들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곧잘 그러하듯이, 쓰루카와는 인간의 감정을 자기 방의 잘 정돈된 서랍에 가지런히 분류해놓고는 때때로 그것을 꺼내어 그 자리에서 살펴보는 따위의 취미가 있는 듯했다.
鶴川は, 人間の感情を, 昆虫の標本を作ることの好きな少年がよくそうするように, 自分の部屋の小綺麗な小抽斗にきちんと分類しておいて, 時々それをとりだして実地にためしてみると謂った趣味があるらしかった.
* 그 자리에서 살펴보는 → 실제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 보이는
원문은 ‘실제로 시험해 보다(実地にためしてみる)’다. 감정 변화가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기뻐할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과 대비하여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쓰루카와를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다. 따라서 쓰루카와가 인간의 감정을 ‘살펴보는 것’을 취미로 가진 것이 아니라(이건 주인공도 아주 잘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실제 자신의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어 시험해 보려고 하는 취미가 있어 보인다는, 즉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난다는 의미 같다.
------------------------------
p.62
하지만 소집이나 징병으로,
しかし応召や徴用で,
* 소집이나 징병으로 → 징집이나 징용으로
소집의 원문은 응소(応召) : 군적에 있는 자가 소집에 응하여 지정한 곳에 참가하기 위해 모이는 것(원서 주해)
징병의 원문은 징용(徴用) : 전시에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국민을 강제적으로 동원하여 일정의 작업에 종사시키는 것(원서 주해)
따라서 ‘소집이나 징병으로’는 동어 반복과 비슷한 느낌이다.
※ 재밌는 점은 원서 주해는 헌병, 징용 등 군대 관련 단어에 대해서도 설명을 달아 놓았다. 우리는 대부분 주석 없이도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p.67
“갸갸. 갸키 갸키. 운눈. 시후라 시후라. 하라시후라 하라시후라.”
佉佉(ぎゃーぎゃー) 佉呬佉呬(ぎゃーきーぎゃーきー) 吽吽(うんぬん) 入嚩囉(しふらー) 入嚩囉(しふらー) ?囉入嚩囉(はらしふらー) ?囉入嚩囉(はらしふらー)
* “갸갸. 갸키 갸키. 운눈. 시후라 시후라. 하라시후라 하라시후라.”
→ “카카 카혜카혜 훔훔 아바라 아바라 바라아바라 바라아바라”
검색해보니 산스크리트어로 śāntika-śrīya-dhāraṇī라는 불교의 진언(주문) 중 일부인 듯. 한자문화권에서는 여러 명칭이 있으나 보통 ‘(불설)소재길상다라니’((佛說)消災吉祥陀羅尼)라고 하는 것 같다. 재앙을 없애고 상서롭고 길한 기운을 부르는 주문.
대충 그 뜻은 “허공이여. 허공이여. (재앙을 모조리) 집어 삼켜라(또는 파괴하라 또는 감탄사(갸키=카혜)라는 해석도 있음). 집어 삼켜라. 훔훔(감탄사). 빛나라. 빛나라. 크게 빛나라. 크게 빛나라.”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주문을 다음과 같이 외운다고 한다.
“카카 카혜카혜 훔훔 아바라 아바라 바라아바라 바라아바라”
‘불설소재길상다라니’로 검색하면 우리나라 스님들의 암송을 들을 수 있다.
------------------------------
p.68
산모퉁이에는 아버지가 침경(枕經)을 외는 동안 내가 눈가에 느꼈던 것과 같은 여름 구름이 위엄 있게 솟아 있었다.
山の端には, 父の枕経のあいだに, 私が目のはじに感じたような, いかめしい夏雲が聳えている.
* 아버지가 침경(枕經)을 외는 동안 →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침경이 읊어졌을 때
침경이란 임종의 직후 또는 납관 전에 죽은 자의 머리맡에서 독경하는 것을 뜻한다(원서 주해). 그러므로 죽은 아버지가 침경을 욀 수는 없다. 물론 아버지가 생전에 직업 상 타인의 장례식에서 침경을 외웠던 것을 주인공이 회상하는 장면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 앞부분에서 주인공 아버지 장례식 때의 여름 구름 묘사가 있었고 그 묘사가 이 장면의 구름 묘사와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여기서 침경은 주인공 아버지의 장례식 때의 침경이므로,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침경이 읊어졌을 때’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
p.72
5월의 맑게 갠 날이었다. / (누락) / 인클라인은 대부분 잡초에 뒤덮여 있었다.
* 번역 누락
インクラインはもう使われていず, 船を引き上げる斜面のレールは錆さびて,
(→ 인클라인은 더이상 쓰이고 있지 않고, 배를 끌어올리는 경사면의 레일은 녹이 슬어,)
------------------------------
p.74
미노노우라 → 미노우라(箕ノ裏)
* 오자
------------------------------
p.75
남선사는 같은 임제종(臨濟宗)이라도 상국사 파(派)의 총본산이다.
南禅寺は同じ臨済宗でも, 相国寺派の金閣寺とちがって, 南禅寺派の大本山である.
* 상국사 파(派)의 총본산이다. → 상국사 파(派)인 금각사와는 다르게, 남선사 파(派)의 총본산이다.
남선사는 ‘상국사 파’가 아니라 ‘남선사 파’의 총본산이다. 오역인 듯.
------------------------------
p.75
가리노탄유 모리노부 → 가노(かのう)탄유 모리노부
* 오자
------------------------------
p.76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단정하게 앉아 있었기에 그 하얀 옆얼굴이 돋보여 정말로 살아 있는 여자인지 의심스러웠다. / (누락) / “저건, 도대체 살아 있는 건가?”
* 번역 누락
私は極度に吃って言った.
(→ 나는 매우 심하게 더듬으며 말했다.)
------------------------------
금각사 번역(허호 역)에 대한 잡설 (2)
https://gall.dcinside.com/reading/701780
금각사 번역(허호 역)에 대한 잡설 (3)
https://gall.dcinside.com/reading/701918
금각사 번역(허호 역)에 대한 잡설 (4)
https://gall.dcinside.com/reading/702812
금각사 번역(허호 역)에 대한 잡설 (5) <終>
https://gall.dcinside.com/reading/703755
오역은 지식의 문제니까 그럴 수 있다지만 누락 문제 때문에라도 초벌 번역은 AI 돌리는 게 좋을지도..
와 님은 독갤의 보배이십니다 감사함다
잘읽었음
누락은 대체 왜 되는 거냐…오늘 샀는데 마음이 안좋네
일어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유익하네용 잘 읽었습니다 bb
직역가능한 능력자 부럽네... 금각사 다시 빌려 읽어야겠다
이것만 봐도 번역하기 좆같았을것같긴하누
이야 이건 귀한 자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