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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재밌었다
이 책은 소네치카,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 스페이드의 여왕 이라는 이야기 3개로 이루어져있는데
모두 아주 좋았다
내 비루한 표현력으로 느낀 바를 거칠게 표현하자면
여자 도스토예프스키적인 마인드로, 톨스토이적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이나 스탈린을 믿지 않고
삶이 이전과 같이 앞으로도 무자비하리라는 사실만을 믿는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주인공들은 모두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내가 읽은 세 이야기는 그렇다)
그들은 잔혹하고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역사의 조류와 개인의 욕망들 사이에 끼어 심상치 않은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받지 않는다
고통받지 않는 그들은, 고통받는 다른 모든 지나가는 이들을 묵묵히 지켜본다. 뭐랄까, 이불이 되어준다. 따뜻하고 푹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그런 얇고 팍팍한 이불.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은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이불이 되어준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이런 주인공들을 만들어내는 주의 깊은 서술 덕분에 이 이야기들은 모두 손쉽게 신파조를 벗어난다
신파가 줄 수 없는
진정한 슬픔, 고독, 끔찍한 삶의 이치, 끝과 맞닿아있는 시작의 처연한 일상성
아무도 보답할 수 없을 나의 어머니의 젊은 생명...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홀로 소름돋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을 읽기 위해 푸쉬킨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다시 읽었다
그럴 가치가 있었다. 다시 읽은 푸쉬킨의 이야기도 물론 좋았지만 (사실 나는 중딩때 사서 읽고 치워놓은 이 책을 근 20년만에 다시 읽었는데, 이제야 오롯이 평가할 수 있겠다. 그 전에는 이 이야기의 가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오마주하여 다시 쓴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훌륭했고, 또 생생한 기억으로 두 명작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를 독갤의 모두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오 처음 보는 작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