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늘 이른 아침,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서 역구내를 빠져나올 때 내가 본 한 미친 여자가 그 어두운 기억들을 홱 잡아 끌어당겨서 내 앞에 던져 주었다.


◎버스는 무진 읍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기와지붕들도, 양철지붕들도, 초가지붕들도 6월하순의 강렬한 햇빛을 받고 모두 은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철공소에서 들리는 쇠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잠깐 버스로 달려들었다가 물러났다. 어디선지 분뇨냄새가 새어들어왔고 병원앞을 지날때는 크레졸 냄새가 났고, 어느 상점의 스피커에서는 느려빠진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있었고 사람들은 처마 밑의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빨가벗고 기우뚱거리며 그늘 속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읍의 포장된 광장도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햇볕만이 눈부시게 그 광장 위에서 끓고 있었고 그 눈부신 햇볕 속에서, 정적 속에서 개 두마리가 혀를 빼물고 교미를 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식전에 나는 우산을 받쳐들고 읍 근처의 산에 있는 어머니의 산소로 갔다. 나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비를 맞으며, 묘를 향하여 엎드려 절했다. 비가 나를 굉장히 효자로 만들어 주었다. 나는 한 손으로 묘위의 긴 풀을 뜯었다. 풀을 뜯으면서 나는 나를 전무님으로 만들기 위하여 전무선출에 관계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 호걸 웃음을 웃고있을 장인영감을 상상했다. 그러자 나는 묘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