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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일본 고전 여배우 오카다 마리코. 여주인공인 나오미에게 서양인 느낌이 난다는 묘사가 있어서 이 분 생각하며 읽었음.


다니자키 준이치로 입문. 주인공이 병신 짓에 혀를 차면서도 세밀한 내면 묘사에 감탄하며 봤다.

경제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나오미에겐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기합리화, 단신인데다가 모솔아다라는 점에서 나오는 자기혐오, 나오미의 육체에 대한 갈망..


이 모든 것들이 뒤엉켜서 결국 나오미에게 굴복하게 되는데,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심리를 해부하듯 파헤치고 있어서 주인공의 개병신짓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음.

주인공의 처신이 답답해서 이새끼가 대체 왜 이러지? 싶다가도 과연 나였다면 저런 짓을 안 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됨. 


나도 모솔아다라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만약 짤에 나오는 오카다 마리코같은 여자가 내 재산을 털어먹으려고 나한테 접근한다?

 농락 당하는 걸 알면서도 내 재산을 셀프 도축해서 전부 갖다바칠 듯..

이런 생각을 하니까 더 이상 주인공을 병신 같다고 비웃을 수가 없더라..


결말에서도 주인공은 나오미를 완전히 가지지도 못한체 돈 갖다바치는 생체 ATM이 되는데, 상대를 한 순간도 동등한 관계에서 사랑하지 못하고 예술 작품 대하듯 숭배했기 때문임.

이런 태도가 문체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아서 더 몰입도가 높았음.

나오미의 육체미를 극한까지 묘사한 탐미적인 문체가 단순한 스타일로서만 기능하는게 아니라, 주인공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과하게 느껴지지 않더라.

형식과 내용이 일치한다는게 어떤 건지 조금은 느낄 수 있던 부분이었음.


어제 오늘 편의점 야간 알바하면서 읽었는데 간만에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