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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85’ 출신 부모를 둔 딸의 이야기임. 아버지의 임종을 준비하며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고, 한때 혁명에 투신했었던 아버지를 이해하려 하고 대충 그런 소설. 이미상의 <이중 작가 초롱>을 비롯한 몇 편의 연작단편과 역시 최근에 하이프받았던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류의 소설을 떠올리면 되겠음.


이미상이나 정지아가 확연히 더 낫긴 한데... 누가 더 글발이 좀 낫느냐를 빼고 보면 근본 정신에 있어서는 다 비스무리함. (이미상은 글쓰는게 좀 흥미롭긴 하더라.)


최근에 문단과 출판계에서 이런 소설들을 밀어주는걸 볼 때마다, 나로서는 그냥 86세대와 딸내미들의 자기들끼리 눈물겨운 부녀 로맨스 아닌가 싶은 떨떠름한 기분만 든다.


언제나 그렇듯이 “환경 운동이니 페ㅁ1 운동이니 그런 배지들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요즘 여자들”은 언제나처럼 아무 의구심 없이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음.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아버지 모습이 좋았다는데 페ㅁ1니즘 환경운동 무슨무슨 운동, 저항 이런 것들은 그치들 세계관에서는 너무 당연한 거라서 의심의 대상일 필요가 없는 듯.


결국엔 그냥 “인셀은 사랑하지 못해도 그런 태수 씨 정도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 또 사회에 잘 적응하는건 아니면서도 왠지 모르게 스스로를 쿨하게 여기는 듯한 화자와 젊을때 혁명을 꿈꿨던 아버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임. 혁명은 개뿔ㅎ


이미 제사 자체가 구습이 되어가고 있고 장례 또한 요즘엔 성역할이 딱히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마당에... 여자가 상주 역할을 하고~ 아빠가 아끼던 진돗개 장례식장에 데려오고~ 이게 혁명??? 균열???


문단, 인문학계, 미디어 꽉잡고 있는 얼치기 가짜 좌1파들만 아직도 이런게 혁명이고 균열이고 전복적인줄 안다니까...ㅋㅋ


작중에서 아버지인 ‘태수 씨’가 딸인 화자에게 가볍게 건네는 물음(결혼은 같이 하는 건데, 남자가 무조건 집을 해 와야 한다는 게 정말 요즘 여자들의 생각이니?)이야말로 정작 동시대 한국문학이 응답해야 하는 물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작가나 심사하는 양반들이나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대충 치워버림. 


동시대 문제에 단순하게 접근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건 나도 알아. 요컨대 성별에 따른 결혼 비용 부담의 불평등한 압력 같은 것도 사실 경력단절부터 해서 복잡한 문제임. 그런데 왜 기껏 말을 꺼내놓고 대꾸해 보려고도 않느냐는거지.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대충 치워버린다는게 괘씸한거.


심사평을 보니 “지금 이 시대의 질문에 응하는, 가히 혁명적인 포용의 서사”란다. “풍자와 사랑”이니 “포용적이면서 혁명적”이라니 떠들어대는데… 이 정도 소설을 두고 혁명을 논하기는 심사자들 본인도 멋쩍지 않으신지??


지금 한국 문단에서는 다뒤진 역사인식 끌어안고 자1위하는 86세대와 아빠들은 위선적이었고 나야말로 정답이긴 한데 세상이 하도 좆같아서 정답대로 안돌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엉엉! 씨발! 하는 딸내미들의 일상과 관계를 조명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만 혁명이고 포용이고 순문학나부랭이임.


김소진이 등장한게 90년대인데 25년에도 아직 이 수준인게 말이 되나???


결론은 한국문학이 또 한국문학 했다. 한국 문단, 인문학계에서 혁명이 일어난다면 퀴어나 페ㅁ1가 아니라 인셀이 주체일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사실만 여지없이 재확인시켜준 소설이었음. 어서 빨리 코리안 우엘벡이 나와야 하는데 나온다 한들 등단이나 시켜줄런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