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나라들은 아노크라시 구간을 안전하게 헤쳐 나가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혼돈과 폭력의 순환에 빠지는 것일까? 이라크의 이야기는 다시 실마리 하나를 던져 준다.

누르에게 조국에서 내전이 폭발하기 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녀는 나를 한동안 빤히 바라보았다. 누르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쉽게 부서지지 않는 사람 특유의 조용한 확신을 발산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사람들이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받아 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바그다드에는 시아파 동네나 수니파 동네 같은 것은 없었다. 종족이나 종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누르는 자신이 소수파이거나 혹은 종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 출신인가? 종교가 무엇인가? 나라면 이렇게 말하겠어요. 〈나는 이라크인이에요.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 누르가 고개를 저었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바버라 F. 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