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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우울, 숨막힘, 비린내. 비행운을 읽으며 떠오른 감정들이다. 처음에는 이 감정들을 한데 묶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한 가지 사실로 귀결되었다. 모든 현대인이 순탄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지금의 자리에서 만족할 수 없을까? 물론, 극단적인 환경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인물들도 많았다. 하지만 환경과 관계없이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바랐고, 행복을 추구했다. 어떤 이는 균열 속에 잠식되었고, 또 어떤 이는 치유에 다다랐다.

이 책에는 현대인의 소통과 감정 교류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사람들은 이해받기를 원하면서도, 서운함을 숨기지 못한다. 각자 자신이 옳다고 믿으며,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더 많이 가진다고 해서 그 균열이 아물었을까?

큐티클, 매니큐어샵에서 마주한 섬뜩한 친절

비행운의 여섯 번째 단편, 큐티클을 읽으며 이런 메모를 남겼다.

"주인공이 드디어 월급을 받는 사람이다. 서울에서 살고 있고, 그나마 자기파괴적이지 않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또한 소비에 애착을 가지면서도 조금 더 비싼 것을 소모하려는 마음이 공감된다."

그러나 ‘조금 더’라는 욕망이 기괴함을 증대시킨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카페에서 나올 법한 산뜻한 피아노 멜로디를 틀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음악이 매니큐어샵 직원의 친절한 권유와 맞물리자, 갑자기 섬뜩하게 들렸다. 밝고 산뜻한 환경에서도 서늘함을 느꼈다. 겉으로는 친절과 권유, 속물적인 직원과 내색하지 않는 주인공의 태도가 묘하게 대조되면서, 이 단편은 배금주의를 소름 끼치게 묘사한 우화처럼 다가왔다.

이 단편이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수많은 눈을 위해 살아가는 삶의 섬뜩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깨끗함과 겉치레에 대한 집착, 그리고 그 집착이 만들어낸 허망함. 주인공은 이전 이야기 속 인물들보다도 더 굶주려 보였다.

네 번째 단편 ' 그곳에 밤 여기서 노래'도 마음에 들었다.

건달 생활을 접고 택시기사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 그의 삶에는 늘 믹스커피 냄새가 배어 있다. 그는 술 취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름답지만 어그러진 말들이라고 하거나, 그 말들을 반짝이는 동전 같다고 이야기하며 존중한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이 좋아보였다. 여러 반짝이는것들을 즐길 수 있어서.

특히, 한 손님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인간들은 참 대단해. 이런 걸 만들어내고."

그는 이 말에 감동하고, 이후 자신도 이 문장을 인용하며 감성적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나는 이 모습에서 희망을 느꼈다. 타인의 말에 감동받고, 그 감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또한, 망자의 목소리와 함께하며 삶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한 줄기 온기를 느꼈다. 삭막한 사막에서도 물이 흐르는 것처럼, 황량한 삶 속에서도 위로는 존재했다.

마무리하며,  비행운은 현대인의 욕망과 불안을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인물은 끝없는 굶주림 속에서 허우적대고, 또 어떤 인물은 작은 편린에서조차 희망을 찾는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이 가진다고 해서, 정말 그 균열이 아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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