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책의 서문부터 인간성, 도덕, 가치가 유동적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담과 이모 사이의 관계에서 사랑과 연결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모의 모호한 비유들은 과거에는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였지만, 이제는 구와 이모가 담의 사랑을 나누며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치중된 애정은 결국 파괴적인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가난, 욕구, 범죄라는 주제를 통해 밑바닥의 어두움, 인간의 갈망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또한 보편성을 추구하며 타인의 삶에 폭력적으로 개입하는 주변인들의 모습 속에서, 구와 담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더욱 부각합니다.
결말을 알고 과거의 시점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슬픔이 컸습니다. 장례를 식인이라는 행위로 치르는 모습은 충격적이지만, 그 나름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식인이 우리에겐 끔찍해보일 순 있으나, 그 역시 보편적인 관성에 불과하니까요.
넉넉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들과 붕어빵, 아이스크림을 나누며 행복을 찾는 구와 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상황이 어떻든 주저앉기보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구와 담이 크게 피폐해지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은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
'누나'와의 이별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폭풍은 강렬했습니다. 구라는 인물은 많은 빚과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지만, 결국 스스로의 짐을 내려놓으라는 조언을 듣고 감정의 둑이 무너지는 순간이 구를 잘 드러냅니다.
구는 마치 달궈진 쇳덩어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겉보기엔 문제없어보이지만 엄청나게 뜨거운.
아마도 효도, 도리에서 비롯된 압박과 자신의 행복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느꼈을 겁니다.
사채업자의 노예가 된 구의 모습은 현대사회에도 자본에 의한 노예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천민자본주의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계급사회.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노동환경, 노동법을 회피하는것에 전력인 고용주들. 현대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게 합니다.
삶의 가치가 돈이기에, 금이 사람을 지배하기에, 도구가 되어야할 돈이 목적이 되었기에 불행합니다.
탈모약 개발에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제3세계에서는 인간이 파리보다 가볍게 죽어가는 현실. 이러한 시대에서 인간성과 돈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다시금 묻게 됩니다. 여러 이야기 속에서는 고귀함과 도덕이 칭송받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너무나도 큽니다. '내 사람'이라는 선을 긋고 그 외의 인간은 숫자로 치부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다시 떠오릅니다.
담은 구를 먹습니다. 사랑했기에. 함께하고 싶기에. 구는 만만년뒤의 재회를 꿈꿉니다. 이야기에선 수호령이랄까, 그런식으로 사후를 긍정합니다. 인과 연이 측정불가능한 아득한 시간속에서 영원히 이어지리란, 만남도 찰나겠지만 이별도 찰나라는 희망이 싸늘한 이야기에서 조금은 가슴을 덥힙니다.
- dc official App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