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땐 역마라는 소설이 싫었다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인물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인물이 나와서

보수적이고 체념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정도 먹고나니
같은 소설이 다르게 보였다

사람은 한참 방황하다가도
돌고돌아 결국 자신의 길로 돌아온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마에 담겨있는 건 체념의 정서가 아니라
내 갈 길을 알게 되는 즐거움과 평안의 정서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서, 멀리 버드나무 사이에서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고 서 있을 그의 어머니의 주막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 무렵이 되어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