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론(혹은 하루키 퀘스트) 중에서 가장 심플하고 소박한 종류의 글은 ‘나는 이 문체가 좋아, 이 세계관이 좋아’라며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써 내려간 것입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참신한 문체’란 어색한 표현이나 문법적으로 이상한 문장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분석을 하다보면 “‘나는 흑흑흑 했다’라는 문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다”(쓰치야 미치오, 『치시키(CHISHIKI)』, 1990년 1월호)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문단 아이돌론 69p)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느낌 어쩐지 크리스털』 이후 만담 콤비는 헤어지고 맙니다. 능청 떠는 화자 ‘이다’는 소설에서만 등장하게 되고, 지적하는 화자 ‘입니다’는 비평적 수필을 담당하게 됩니다. 소설과 수필을 비교해봅시다.
힐턴은 오키드핑크 분위기였다. 붓꽃 같은 연보랏빛. 여성스럽다. 그리고 적당히 일본풍이다. 커튼 대신 장지문. 차분하다./‘힐턴 아니면 센추리 하얏트가 좋아’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첫 경험은 둘 중 한 곳. 그렇게 정한 터였다. (…) 방 안은 어두웠다.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시트의 하얀빛만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시트를 쥔 손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로즈핑크색 매니큐어가 반짝였다. _다나카 야스오, 「내리막길 드라이브」, 『깡충깡충 사랑 같아』, 1986
뱌쿠야 쇼보에서 나오는 잡지는 물론, 최근에는 SM 잡지나 블랙 비디오에서도 힐턴의 옅은 핑크색 소파와 장지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아마도 힐턴의 홍보 담당자가 그런 데 무관심한 탓이겠지요./아니면 반대로 혼자 방 안에서 누드 사진을 즐기는 젊은 남자들이 ‘오, 힐턴 객실 좋은데? 애인 생기면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로 가려고 했는데 힐턴으로 가야겠다’ 하고 생각하길 바랐던 것일까요? _다나카 야스오, 「누드 사진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모 시티 호텔 — 고급 이미지에 무관심하다니 수상한걸?」, 『패디시 고현학』, 1986
두 인용 모두 힐턴 도쿄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열일곱 살 여자아이의 첫 경험을 그린 조금 감상적인 ‘소설’. 후자는 그 힐턴이 사실은 누드 촬영에 자주 사용되는 장소라는 것을 짓궂게 들춰낸 비평적 ‘수필’. 매니큐어까지 칠하고 잔뜩 기대에 부푼 ‘나’의 모습이 우스워집니다. 남자 친구는 ‘응? 힐턴?’ 하며 속으로 누드 사진을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두 글이 한 권의 책에 실렸다면 독자들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쓰인 두 편의 글은 전혀 다른 매체에 발표되었고 현재도 다른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느낌 어쩐지 크리스털』을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입니다’ 체가 ‘주석’으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단편을 비롯한 1980년대 다나카 야스오의 작품(소설)은 모두 ‘이다’ 체로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여자아이의 일인칭 시점입니다. 이제 아시겠는지요?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주석의 도움 없이 고유명사를 해독할 수 있는 (예를 들어 힐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교양’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다나카 야스오의 소설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평가 아저씨들(데리다 측에 속하는?)에게는 너무 난해한 탓에 읽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드라이브했다, 데이트했다, 섹스했다, 이런 일상을 여자아이 시점에서 일인칭으로 말하고 있을 뿐, 고유명사의 의미를 모르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문단 아이돌론 240p)
밀리에 서비스 종료 예정 떠있길래 봤는데
2월은 문단 아이돌론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재밌게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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