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음사는 세문전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라! 라는 글을 쓰려 했다.

디씨 똥글이지만 나름 구상도 짜 놓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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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민사장님 나이스 샷~

세문전 밀리에 넣기로 마음먹은 거 같아서 필요 없는 글이 되었지만 그래도 일단 써 보겠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니 개소리라 생각되면 개소리인 게 맞음.



2.

본인은 독서 끈은 짧지만 세문전을 좋아해서 즐겨 보는 편이다.

민음사에 없는 특정 작가의 책을 보고 싶은 거 아니면 웬만하면 민음사 세문전으로 본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단순하게 무난한 믿음이 있어서다. (처음에는 독갤이나 구글에 번역 어떠냐고 검색했지만 지금은 귀찮아서 안 한다)


근데 난 민음사 세문전은 좋아하지만 구입해서 보지는 않는다.

거지새끼라고 생각한다면 나 거지새끼 맞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민음사 세문전은 너무 유명해서 어느 도서관을 가도 다 있기 때문이다. 굳이 새 책을 사지 않아도 쉽게 빌려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민음사 세문전은 소장을 위한 책이 아니라 생각해서다.

민음사 세문전은 책장에 꽂기 좋은 책이 아니다. 하드커버가 아니고 종이도 빨리 누레진다.

이건 민음사가 세문전을 처음 낼 때 목표로 소장보다는 편의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다양한 문학을 잘 번역해서 사람들이 쉽게 읽도록 한다. 이런 뜻으로 만들었을 거다.

세로가 길고 가로가 좁은 특유의 디자인도 이런 목표에 상통하는데, 핸드백에 넣기 편하고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3.

근데 요것이 말이죠. 요즘 누가 책을 들고 다닙네까?

아무리 들고 다니기 편해도 핸드폰만큼 편하겠습네까?

물론 나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읽는 게 더 좋아서 보통 도서관에 가 빌려 본다.

근데 도서관도 참 귀찮을 때가 많아 밀리에 있으면 그냥 구독해둔 밀리로 보게 된다.

내 독서 과정은 이렇다.


  1. 읽고 싶은 책이 생김
  2. 안 귀찮거나 밀리에 없으면 도서관 가서 대출 or 귀찮거나 도서관 대출 중이면 밀리
  3. 밀리에 없고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없으면 구매를 고민


세문전은 보통 도서관에 넉넉히 구비되어 있으니 가면 있긴 하다.

하지만 귀찮을 때, 밀리에 같은 작품의 민음사 판은 없고 을유나 열린 판이 있다면 그냥 그걸로 읽게 된다.

결국 민음사 세문전은 번역이 좋고 편집을 잘해도 독자에게 불편하다.

소장하기는 아깝고, 장점인 편의성은 전자책에 밀린다.

(전집을 사서 모으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년 열 몇 권씩 나오는데 이거 다 모으려면 책장이 아니라 집을 알아봐야 할 듯)



4.

그래서 내가 바랬던 것은 민음사 세문전만 따로 구독 서비스였다.

세문전만 한 달에 만 원하면 밀리 끊고 이거 구독할 텐데. 안 읽을 책 18만 권보다 읽고 싶은 책 400권이 훨씬 낫다.

민음사 입장에서의 장점도 내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구독 서비스를 하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크다.

나처럼 세문전을 도서관에서 읽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을 때, 어떤 책이 가장 많이 대출되는지 전국 도서관을 확인해 알기는 힘들 것이다. 빌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읽는 사람도 있을 테고.

서비스를 해 이런 데이터를 얻게 되면 단점이었던 소장본을 따로 재출판하기 편해진다.

세문전을 구독할 정도면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 것이다.

나름의 커뮤니티를 잘 활성화시키면 어느 작품이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수요 예측해서 소장판을 내면 된다.

요즘 책은 읽기 위해 산다보단 꽂아 놓기 위해 사는 느낌이 더 강하니 괜찮은 모델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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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면 개발을 해야 하고, 그러면 인력을 새로 뽑아야 하고, 인터페이스 구리면 욕먹으니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며, 저작권 같은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아마 효율이 개 구려서 안 하는 것일 거다. 세문전 시리즈가 민음사 매출의 40% 정도라고 하니 이것 때문에 못하는 걸 수도 있고.
그런데 이번에 밀리에 많이 들어온다고 하니 여기에다 점차 늘릴 생각인 것 같다.

이런 결정에 매우 감사하며 믿음사님 사랑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