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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맞이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지난달에는 처참한 독서량에 나 자신도 놀랐었다. 그래도 이번 달에는 지난달에 마저 읽지 못했던 책들을 모조리 끝낸 덕에, 2월이 다른 달이랑 비교하면 제법 짧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다음 달에는 이 기세를 몰아서 더 많이 읽어볼 것을 다짐하며 지난 한 달 동안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1. 7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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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진실,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못 본 체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라는 영장류의 천성일지도 몰랐다.”

- 7년의 밤 中 -

한국의 소설가인 정유정(1966 - )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장편소설 7년의 밤을 읽어봤다. 이전부터 정유정이라는 작가에 호기심이 생겼었고, 독서 모임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어서 이번 기회에 읽어봤다. 본작은 한때 프로야구 선수였지만 현재는 보안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최현수가 자신의 새로운 임지인 세령호 댐에서 무면허 음주 운전을 하다가 12살 소녀를 엉겁결에 차로 치어 숨지게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장면은 불의의 살인 행각을 저질러 버린 최현수가 자신의 치부를 숨기면서 점차 정신적으로 붕괴하는 과정이다. 현수의 심상은 흔히 사람들이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선 으레 하는 자기합리화부터 그의 끔찍한 과거사와 얽혀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 섬망과 악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된다. 작가는 차가우면서도 현란한 문체로 현수가 겪는 죄책감과 악몽을 치밀하게 묘사하는데, 이게 독자들을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고, 어찌 보면 이해하기 힘들 악한으로 보이는 현수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게도 한다. 더불어, 이야기는 현수의 시점에서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시점을 옮겨가면서 전개된다. 어처구니없이 딸을 잃어 현수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사실은 그녀에게 학대를 일삼고 자기 삶의 부품 정도로 여겼던 치과의사 오영제, 어쩌다 보니 현수의 살인행각을 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된 부하직원 안승환, 그리고 현수의 아내인 강은주와 그의 아들 최서원의 시점에서도 사건이 재구성된다. 여러 인물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조망하게 되다 보니 이야기가 한층 더 풍성해진다. 다만 이렇게 탁월한 점이 있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습니다. 본작이 군상극의 성격을 띰으로써 이야기 자체가 조각조각 나뉘어 있는데 각 인물의 서사에 굉장히 공들인 티가 나지만 막상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깔끔하게 이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오르기까지는 똑같은 이야기만 천천히 반복하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지치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자극적인 전개만을 남발하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고 각 인물들의 사연을 천천히 담금질하면서 우직하게 스토리를 전개해 가는 작품이어서 본작은 어느 정도 탄탄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너무 가볍지 않고 적당히 무게감 있는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본작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2. 한밤의 아이들 (Midnight’s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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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무엇인가? 내 대답은: 나는 나보다 앞서 일어났던 모든 일, 내가 겪고 보고 행한 모든 일, 그리고 내가 당한 모든 일의 총합이다. 나는 이-세상에-존재함으로써 나에게 영향을 주거나 나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이고 사건이다.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되풀이한다: 나를 이해하려면 세계를 통째로 삼켜야 한다. (Who what am I? My answer: I am the sum total of everything that went before me, of all I have been seen done, of everything done to me. I am everyone everything whose being-in-the-world affected was affected by mine. (…) I repeat for the last time: to understand me, you’ll have to swallow a world.)”

- 한밤의 아이들 中 -

인도계 영국인 작가인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 1947 - )의 장편소설이자 그에게 부커상을 안겨준 대표작인 한밤의 아이들을 영어 원서로 읽어봤다. 이전부터 현대 영문학과 마술적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혀왔던 루슈디의 명성을 익히 들었던 터라 재작년에 이 책을 샀다. 그러나 1년 정도를 책장에 묵혀두다가 작년 연말에서야 2024년 마지막을 장식할 책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일로 진도가 잘 안 나가서 해를 넘겨서야 다 읽었다. 이 책은 인도가 독립하던 1947년 8월 15일 자정에 정확히 맞춰서 태어난 무슬림 인도인 살림 시나이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살림은 어마어마하게 큰 코를 가진 나머지 만성적인 축농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대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1947년 8월 15일에 태어난 1,001명의 아이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이들과 머릿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능력이 있었다. 본작의 서사는 살림의 조부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그가 어떤 집안 내력을 지니고 있고, 또 어떻게 그가 자신이 지닌 능력을 깨닫게 되고, 이런 능력을 사용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라가고 있다. 그가 인도라는 한 나라와 같은 날짜와 태어난 사나이인 만큼 그의 행적은 범상치 않은데, 그와 그의 일가의 발자취는 식민지 시절 영국 식민 당국이 벌인 암리차르 대학살, 인도와 파키스탄의 독립, 카슈미르 영토 분쟁, 파키스탄 군부 쿠데타, 인도-파키스탄 전쟁,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의 비상사태 선포와 같이 근현대 남아시아를 뒤흔든 대사건과 맞물려 있다. 이들이 겪는 사건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너무 우연에만 기댄 황당한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작가는 황당한 우연의 연속을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여 실제 역사에 교묘히 꿰어 넣은 다음에 이를 하나의 필연으로 엮어낸다. 루슈디는 담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설 속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한 시대와 한 세계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듯한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중 꽤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문장과 다소 생소한 인도식 영단어와 고유명사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지만, 복잡한 문장 속에서도 녹아있는 작가의 위트와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총체성과 웅장함 덕에 읽는 내내 감탄에 젖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내 인생에서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회자하고 앞으로도 회자할 명작이니만큼, 원서든 국역본이든 꼭 한 번 이 책을 구해서 읽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3.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Getting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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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협상법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리고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대처 방법을 말한다.”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中 -

전직 저널리스트, 변호사이자 현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에서 협상학을 강의하고 있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Stuart Diamond, 1948 - )의 저서인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읽어봤다. 독서 모임에서 저번 7년의 밤 독서가 끝나고 이 책이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어서 이번 기회에 밀리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기존에 협상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서두를 장식한다. 협상이라고 한다면 온갖 전문적인 상식과 통계를 동원하여 합리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과정이라고 여겨지지만, 작가는 전문 지식과 합리적인 논리가 협상의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건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통념과 다르게 대부분의 협상은 전문 지식이 아닌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감정적인 호응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협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상대의 감정적인 태도에는 소위 말하는 '감정적 지불'을 통해 호응해 주면서도 자신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점진적으로 상대의 표준을 이용해 집요하게 교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든 페이지 내내 역설한다. 그의 지론은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와 맞닿아 있고 항상 일관된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에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명료한 편이고 협상하는 방법도 저자가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라 독자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실천이 가능할 만큼 내용은 꽤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 다만 이론서로써 이 책의 아쉬운 점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해 볼 것을 대단히 역설하는 편인데 그렇다 보니 사실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자신의 가르침을 토대로 협상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너무 핵심 강령과 사례 소개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저자의 가르침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원리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하다. 저자의 관점은 어느 정도 존중을 하지만, 그래도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한 분야를 가르쳤다는 사람이 집필한 저서치고는 이론적인 깊이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적잖게 아쉬웠다. 그래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활용성이 뛰어나고 명료한 만큼 한 번 정도는 읽어보시는 걸 추천한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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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中 -

한국의 소설가인 조세희(1942 - 2022)의 연작소설집이자 그의 대표작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어봤다. 이 책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 만큼 나도 작품의 명성은 아주 잘 알고 있어서 거의 1년 전 중고 거래를 통해 이 책을 구해 놓았지만, 꽤 오랫동안 책장에 묵혀두다가 이번 기회에 마음먹고 읽어보았다. 이 책은 여러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중단편들의 모음이지만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117cm의 작은 체구를 지닌 도시 빈민인 김불이와 그의 장남인 영수이다. 경제발전을 국시로 삼으며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왔던 1970년대의 한국은 비숙련 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닌 부품 취급하며 거의 매일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을 시키고, 성년이 채 되지 않은 소년, 소녀공에게도 형편없는 임금과 음식을 제공하면서 영양실조에 시달리게 하는 엄혹한 곳이었다. 이야기 속 두 부자도 냉혹한 현실 속에서 혹독히 일하면서 아버지는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어려운 처지에도 다섯 식구를 부양해 왔고, 아들은 아무리 가난한 노동자들이라도 기쁨, 평화, 공평, 행복에 대한 욕망을 갖고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꿈은 재개발과 부동산 투기로 대표되는 한국식 배금주의와 성장과 효율성에만 목을 매며 노동자들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아 착취하는 은강그룹에 짓밟히고 만다. 작가는 두 등장인물의 역경을 통해 경제성장기 한국에서 빈민들이 겪어왔던 좌절과 절망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런 고통의 기록을 단순 옛날 일로만 치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만, 작품이 출간된 지 40년이 넘은 현재에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산업재해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들의 소식이 뉴스에서 쏟아져 나와 오늘날 독자의 마음에도 쓰디쓰게 와닿는다. 이 작품의 특징을 얘기하자면 본작이 매우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분위기가 비현실적이고 서사도 동화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당장 주인공 격 인물인 김불이부터 비현실적으로 몸집이 작은 데다 달나라와 우주인같이 잿빛투성이의 군내 나는 1970년대 한국과 한참 동떨어져 있는 상징들이 이야기의 핵심 기표로 등장한다. 이런 요소 때문에 출간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들었었지만, 오히려 이렇게 서로 극단적으로 괴리된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치한 덕에 비합리로 가득찼던 당대 한국의 사회상을 더없이 잘 드러났다. 그 덕분에 본작이 단순한 사회 고발 소설에 그치지 않고 한 시대의 아픔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알레고리로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분위기가 너무 암담하고 이야기에 속이 텁텁해지는 답답함이 담겨있어 이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 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담담하게 문학적으로 고발하는 명작이므로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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