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생에서 책을 사본 기억이 근 10년 전입니다. 학원에서 문제집을 사오라고하면 '엄마! 만원만!' 을 외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날,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짤방으로 '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들' 을 보았는데, 첫 문장은 알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무것도 모르는 책들뿐이라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독서를 시작한 이유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20세기 프랑스 좌익 작가이다. 이외의 배경지식은 전무합니다.
개인적인 기억이지만 2월 둘째주에 피부과를 가면서 교보문고에 들렀으니 이 책을 다 읽는데 2주가량 걸렸군요. 천천히 읽기는 했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안좋은 일에 연루되는 주인공이 재판을 받는 스토리 정도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책입니다. 그 다음 문장을 읽자마자 첫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습니다. 일류작가의 도입부는 이런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1부 주인공이 저라는 인간과 닮은 점이 많아서 피식피식 웃으며 보았습니다. 글을 쓰며 생각하는 방식도 괜히 닮아있는것 같았습니다.(저의 자의식 과잉으로 인한 착각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기를 중학생쯤부터 자발적으로 썼습니다만,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이라기보다 그 날 하루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오전10시경 일어나서 밥을 먹고 산책을 했다. 이후에 3시쯤에 친구를 만났다.
같은 느낌으로 서술하다가 특별한 감정이나 추억을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일기를 쓰는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너는 일기가 아니라 실록을 쓰는구나' 라고 해서 저는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저의 일기를 프랑스 사람이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피식피식 거렸습니다. 물론 2부 부터는 느낌이 확 달라지더군요.
이방인 이라는 제목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어머니라는 뿌리가 없어진 이방인이고, 서로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웃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고, 아랍인은 기독교인들에게 이방인이고, 재판관과 주인공은 이방인이고,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방인입니다. 그닥 반기지는 않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이방인입니다.
주인공은 감정을 표현하는게 서투른 것인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인지 모를 느낌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사이코패스같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고, 가식없고 솔직하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와 교류하기보다 나만의 벽을 쌓아놓는 타입이라 괜히 제 자신을 보는것같아 피식거리며 책을 봤던게 아닌가 싶네요.
타인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는 주인공은 바깥 풍경 묘사는 자주 합니다만,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는 자세히 하지 않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때 머릿속으로 주인공의 시점을 상상하며 읽습니다.
이방인을 읽으며 기차를 타고 시골길을 간다거나, 감옥에서 하늘을 멍하니 바라다보는 상상은 했습니다만 정작 주변 지인들의 얼굴은 마리를 제외해보면 상상을 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겠죠? 하하^^;;
작중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마리라는 여자를 만나고 이것이 재판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어디까지가 사회적 규범이고 어디까지가 개인적인 약속(사회의 규범에 대응하는 적당한 단어를 모르겠네요) 에 해당하는건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모친상을 치르고 4주정도 지났으면 괜찮았을까요? 이방인의 스토리는 아니고 현실로 대입하자면, 환승한 전여친은 썅년일까요? 남녀사이에 바람핀것도 아니고 그게 나쁜건가? 어디까지가 선이 그어져있는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감정이 메말라있는 주인공은 무엇이 나쁜건지 이해를 못하고 안좋은 결과에 다가갑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되었습니다. 저라는 인간과 닮아있어서요.
전반적으로 드는 감정은 '어쩌다 인생이 좆됐지' 라는 느낌입니다. 지금 제 인생이 좆이라 더 공감이 갔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그냥 우연히 태양빛 때문에 5발을 쐈을 뿐입니다. 인생이라는것이 대부분 우연의 연속이라 그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재판을 받게 됩니다.
2부에서 주인공은 재판을 받게 됩니다. 기독교신자인 재판관들이 와서 참회해라고도 해보고 변호사도 도와주려합니다만 결국 그는 '반기독자 양반' 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중세로 치면 파문인거겠죠. 다시 한 번 감옥에서도 이방인이 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채 상고를 해야하나 생각하다가 그는 면회를 온 신부의 멱살을 잡으며 수많은 말을 내뱉습니다. 그가 신부를 향해 내뱉은 말중 틀린 말은 없습니다만, 가짜로 참회를 한 채로 남은 인생을 살아도 그는 이방인으로 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쯤에 주인공은 갑자기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생각이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95퍼센트쯤 진행된 게임이 갑자기 리셋되는 기분이네요.
저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왜 지금에서야? 저는 이방인의 주인공이 아니고 책을 읽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이해를 하기 힘듭니다.
어쩌면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는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니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솔직하게 대답하고 솔직하게 재판을 받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라는 인삿말과는 거리가 정말로 먼 사람입니다.
'그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지금 인생이 좆됐어도 '그건 나와는 관계없는 일' 이기때문에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거고, 지금 인생이 잘나가도 '그건 나와는 관계없는 일' 이기에 겸손해야겠죠. 저는 지금 인생이 좆이라 겸손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방인 이라는 책 자체가 1인칭과 3인칭을 왔다갔다하며 서술을 하는데 이것이 번역상의 문제인지 제가 잘 이해를 못하는건지 헤맬때가 많았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면 이 또한 이방인 인거겠죠. 해석이 끼워맞추기 식인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바로 검색을 했습니다. 지엽적, 장광설 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던게 떠오르네요.
- 이방인 1부를 읽고 중간 점검 느낌으로 디시 독서갤러리에 이방인 을 검색했더니 눈에 보인 글이 '뉴비한테 이방인이랑 데미안 추천하지마라 병신들아' 였습니다. 저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그 두 개를 교보문고에서 샀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재밌게 이방인을 읽었습니다.
독후감상문을 쓰는 것이 중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처음이라 글이 두서가 안맞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과 제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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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있을때 처음 읽고 뫼르소가 무기력 똘개이같아보였는데 생각해보니 얘는 여친도 있고 해변에서 웃통 까는 자신감도 있고 돈 대충 벌고 살아도 별 생각 안 하는 상남자였음
글 맛깔나게 잘쓴다ㅋㅋㅋ 재밌게 잘봤어
기록하는 경험이 있는 사람의 글은 운동장 흙바닥처럼 바닥 위에 있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보이게 만들어주네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