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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올바른 분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1.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책이지요. 그 인기 비결은 뭐라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샌델은 대체적으로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정의와 불평등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다고 합니다. 광장에 촛불 들고 200만 명 이상이 나오는 국가니 그럴듯하게 들리는군요.


2. 책의 한글 이름이 《정의란 무엇이다》가 아닌 《정의란 무엇인가》인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정의가 무엇인지를 절대로 딱 잘라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대신 온갖 사례들을 들어 독자를 고민에 빠뜨리게 하지요. 독자로 하여금 기존에 갖고 있던 경계가 모호한 정의관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정의에 대한 원칙을 세우게 만드는 변증법적 기술을 사용합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류의 책들과는 정반대의 서술 방식입니다. 더 피곤하지만 지적 포만감도 더 있습니다.


3. 이 책은 정의를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주의, 평등주의, 공동선 등 다섯 가지의 관점에서 소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사상을 설명하면서 일단 독자에게 그 사상을 납득시킨 후 곧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곤란한 사례를 들어 독자를 모순 상태에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지적 줏대 없음'을 체감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썩 나쁘지는 않은 기분입니다.


4. 결국 샌델이 지지하는 정의는 가장 오래된 정의의 개념인 '공동선을 지향하는 미덕으로서의 정의'입니다. 다원화 시대에 특정 미덕을 정의로 일컫는 것이 다소 촌스럽고 전체주의적으로 느껴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런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동성 결혼 등의 사례를 들어 변호하는 샌델의 변론은 설득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