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서점의 BM에 대해 분석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독붕이들은 책에나 관심있지 이런 건 막연하게 알고 있을 것 같으니 그냥 써봄.


이 비즈니스의 근간은 B2C고 사양산업인 책을 다룬다는 것인데,

책으로 특별함을 입히기에는 큐레이션이 그 가치를 온전히 입증받기가 어렵고

책의 내용을 바꿀 수도 없으며 책은 누가 공급하던 동일한 가치의 물건이라는 특징이 있음.


게다가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만족 못하는 불완전한 도서정가제를 빼놓을 수도 없음.


그렇다고 선 채로 죽을 순 없으니 온몸비틀기를 해야하는데.




- 독립출판물은 함정 피하기다


일단 독립출판 시장의 기이함에 대해 이야기해야함.

출판 난이도가 쉬워져서, 디자이너들이 출판하기가 정말 쉬워짐.

책 디자인만 다룰 줄 알면 사실 나머지는 돈만 맞추면 됨. 적당한 원고와.


그래서 그냥 디자인 프리랜서하는 김에 1인 출판사 차리고 글 대충 써서 후려침.


이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검증하고, 퇴고했던 기성 출판사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독립출판물의 탈을 쓴 누군가의 사상이나 일기가 내 손에 쥐어지게 된다.

막말로, 옆집 개똥이의 일상을 크라우드펀딩해서 <설아, 잘 지내야해> 라는 제목으로

그럴싸한 표지 디자인으로 출판하면 책의 물성으로 인해 소비가 일어남. 내용은 알빠노?


이 감성이 돈이 돈다.

책의 물성이 갖는 신뢰도에 올라탄 괴물이 탄생함.


그래서 독립출판물을 싫어하냐? 그건 아님.

다만 입고할때 까다롭고 높은 기준으로 선택해야함.

그래서 귀찮음.. 네가 고른 독립출판물은 사실 어떤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일기가 재밌을 확률과 동일함.


게다가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도 외주에 맡기게 되면?

네가 아는 독립출판물이 완성된다.




- 북카페?


솔직히 내 시선에서는 카페도 아닌 것이 서점도 아님.

책보는 사람들에게 음료 한 잔씩 팔아보겠다고 음식점으로 등록한 마음가짐에서 차별성이 있나?


음료를 하고 싶으면 카페를 하면 됨. 근데 카페는 널림. 카페에 책 두는 곳도 널림.

애초에 서점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 할 말이 없음.




- 공간대여


요즘 늘어나는 구조인데, 이용하는 시간도 정해져있고 인건비가 거의 안들어가니까 꽤 나쁘지는 않다.

결국 대관이 늘어난다는 건 책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증거이기도 함..


이쪽은 사용시간만큼 버니까 고점이 정해져있어서, 서점이랑 병행한다면 부수입 정도로 생각이 듦.

무엇보다 금토일에 몰릴텐데, 그 때는 워크인 고객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모순이 있음.


그래서 평일은 공간대여, 주말은 워크인 손님 받는 구조로 운영하는 곳도 있음.




- 모임 비즈니스 케파


온몸비틀기 두번째는 각종 소모임을 주관하는 건데, BM은 이해가 감.

딱 들인 노력만큼 보이는 대로 가져가기 쉬움. 대여섯명 모아서 2만원 정도 받아 2시간 진행한다고 보면

책은 그것의 3배만큼 팔아야함. 2시간동안 20여권 파는 곳이면 애초에 이런 모임을 안하겠지.


이것도 시장 크기를 보면, 트레바리가 일단 선두주자긴 한데, 그마저도 매출 20억 규모에 적자임.

3대 대형서점 매출 합이 1조대인거에 비하면 독서모임이라는 시장이 성장하나? 나는 부정적임.


이게 사실 독서모임의 탈을 쓴 네트워킹인데,

모임 컨트롤을 호스트가 주도하고 수익 쉐어를 하는 모델이라면..

사실상 다단계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듦.


아마 이런 모임은 기존 멤버의 평판을 키워서 커리어로 삼고 계속 무언가를 해보려는 것 같은데,

한계점에 다다르면 모임에서 어떤 물건을 팔거나 후원 명목으로 광고가 붙는 식으로 전개될 것 같다.



모임의 횟수나 크기, 금액을 키운다고 다음 단계 투자자를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워보임.



선두주자인 트레바리가 이 모양이면 이거 따라가는 작은 독립서점은 모임으로 성장 모델은 아예 안나온다고 보는게 맞음.

그냥 동네 소모임, 동호회의 변질인거고 결국 인적 리스크를 꾸준히 갖는 것 밖에 안됨.



무엇보다 매출 적다는 핑계로 사업자는 제대로 신고하고 영업하나 모르겠음.

어떤 서점은 모임에 술도 들이던데 이런거 문제삼으면 밑도 끝도 없어서 괜히 불똥 튀면 진짜 빡칠듯..




- 일일 책방지기


일종의 하루 책 판매직 체험판인데 나름 또 수요가 있음.

이게 진짜 창조경제인게, 고용을 돈받고 함.

근데 해봐야 일주일에 한두건이고, 수익모델로 접근하기보다는 돈받고 쉬기가 가능하다 정도?


감성 파는 날먹이긴한데 

누군가의 낭만을 고작 그 가격에 판다고 생각하면 수요랑 공급 다 이해가 감


근데 이것도 온몸비틀기일뿐 생존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음.








- 그럼 서점은 뭐해야함?


이건 늘 고민하는 부분인데,


책에 대한 시장은 존재함. 다만 소비 방식이 서점에서 북페어나 도서전으로 많이 바뀜.

이런 행사 참여하면 책 쓴 작가도 직접 볼 수 있고 규모도 커서 볼 것도 많은데

1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한 사람이라면 작은 규모 서점 갈바에 행사 참여하는 게 더 합리적인 것 같음.


결국 일본의 츠타야처럼 어떤 멀티플랫폼으로 전개하면서 브랜드로 나아가는 것 밖에 답이 안보임.

아니면 나랏돈에 붙는 경우의 수인데 이쪽은 작은 영세사업자한테 파이 내줄 정도로 대충 돌아가진 않아서.


근데 모든 서점이 이렇게 살아남기가 쉽지 않음.

다만 지금처럼 감성으로 유지되는 독립서점들은 꾸준히 생겨나면서 사라질 것임.


그들 중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다른 일을 겸업하거나,

아니면 서점을 하는 것이 인생에 아무런 방해가 안되는 사람이나 가능한 일임.


어차피 자본주의에서 소비자가 찾지 않는 비즈니스는 사양되는 것이 맞음.

이제 오프라인 소매업 중 살아남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쿠팡도 진입하고, 민음사 세문전도 밀리로 진입하는 마당에 감성을 이유로 서점을 살리는 게 될까.



옛날 다방들이 감성있다고 지금 찾기 어려운 것과 동일하고,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서점을 제외하면 끝내 멸종될 것임.



근데 이게 다른 분야에도 똑같은 이야기라는거.



그럼에도 왜 하고 있냐면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여전히 믿음.

언젠가 내 서점도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온몸비틀기라도 해서 한 달이라도 더 버티려 해보는 거지.



사실 이런 얘기 안해도 되지만 그래도 관련해서 궁금한거 있으면 답해드림.

아님 괜찮은 BM있으면 시도해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