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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온전히 이해 못 한 채로 반납해서
서평이라 하기엔 많이 부족하고 틀린 내용도 꽤 있을 테니…
그냥 읽은 후의 감상을 무분별하게 걍 끄적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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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가 계속 떠올랐음.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책 자체의 느낌이 많이 비슷해서

따지고 보면 비슷하게 만들어진 책임
『인간을 넘어서』도 그렇고, 『양심의 문제』도 그렇고, 둘다 중편이 되게 인기를 끌자 작가가 살을 더 붙여서 장편으로 낸 케이스임

시어도어 스터전의 경우에는 「아기는 세 살」이 높은 평가를 받자 두 중편 분량의 글을 합쳐서 하나의 장편을 완성했고
제임스 블리시의 경우에는 이 책의 1장이 높은 평가를 받았음. 그리고 2장을 써서 장편을 완성했음.

그래도 스터전은 다른 파트에서 폼이 그리 떨어지지는 않지만
블리시의 경우에는 2장에서 확 폼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이게 휴고상 수상작? 이러면서 굉장히 의아해했음. 이때 경쟁작이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이었는데…

그래도 1장 전체와 2장 엔딩 부분은 진짜 우주명작의 폼을 보여주더라. 읽으면서 되게 많이 감탄했음…

이 책은 SF임에도, 종교를 비유법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대놓고 종교를 드러내고 정면으로 상대함

작품을 읽으면서 든 큰 주제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함
"인간이 원죄를 가지게 된 것은, 뱀의 속삭임 탓도 아니고 선악과 탓도 아니고, 그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기 때문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뱀(파충류) 형태의 라티아 행성 외계인에겐, "악"의 개념이 없음. 마치 모든 라티아인이 칸트마냥 합목적성에 따라 행동함.
소설에 등장하는 신부인 루이스-산체스에게는 "도덕률을 가진 유기체적 컴퓨터"라고 라티아인을 묘사하지. 이를 넘어서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기 전의 인류의 모습"이라 상상함.

게다가 삿된 마음이 없는, 다시 말해 원죄 없는 라티아인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을까? 그것은 라티아 행성의 환경 및 그네들의 출생 문화에서 기인함.

행성의 환경에 몸을 맡기며 유년기를 보내는 것을 보면,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이 떠오르기도 했고. (물론 양심의 문제는 58년, 러브록은 72년에 논문 발표) 소설 속에서도 "행성 전체가 커다란 하나의 자궁"이라는 표현이 있었음.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인간이 원죄를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에덴 동산에서 내쫓게 된 것 때문이지 아닐까?

이러한 라티아인의 존재는, 신에 대한 믿음을 흔들리게 함. 라티아 행성의 모습을 보면, 원죄는 인류의 부덕함이 아닌 신의 추방때문일 테니.

읽으면서 움베르트 에코의 책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음.

그리스도는 육신으로 태어나시되 한 번만 태어나셨을 테지. 그러면 원죄는? 원죄도 한 번만 저질러진 것이냐? 그것도 바로 이 땅에서? 그렇다면 그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리스도와 원죄는 다른 행성에는 없고 우리 땅에만 있는 것이니 이것은 불공평하지 않은가? 다른 행성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가 타락하기 이전의 우리 선조들처럼 완전무결하다니, 그들만 십자가의 무게를 모르고 자연 그대로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니 불공평하지 않은가? (중략) 우주 너머에 전설에 나오는 미지의 땅 같은, 팔이 여섯 개인 사람들이 사는 땅이 있다면, 하느님의 아들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 아니고 별꼴로 만들어진 형틀에 못 박힐 텐데……. 내가 보기에는 그런 희극이 없을 것 같군 그래…….
- 『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中

그렇기에 예수회 신부인 루이스-산체스에게는 신을 부정하는 사탄의 행성으로 여겨짐. 지적이고 현명한 라티아인들이지만 존재 자체가 그릇된 행성...

아무튼 4명의 행성 조사위원은
(짝수로 꾸려진 것도 다수결로 합의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작중에서  언급됨)
라티아 행성에 관한 조사 최종 보고서의 결론을 어떻게 내릴지 토론하는 것이 이 1장 내용임.

나는 주인공인 신부의 입장에서 서술했지만, 다른 3명의 조사위원도 라티아 행성의 환경, 라티아인의 특성 등등을 언급하면서 각각의 주장을 펼침. 그중 한 사람은 지하에 방사능물질이 많으니 라티아인을 몰아내고 핵연구소로 사용하자고 했고.

1장은 읽으면서 <맨 프롬 어스> 영화가 떠오르더라. 1부에서 계속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맨 프롬 어스>보다 2배! 아니 3배! 정도 재밌었음.

<맨 프롬 어스 2>평가가 망했듯이, <양심의 문제> 2장도 많이 아쉬웠음.

라티아에서 떠나게 된 행성 조사위원은 한 라티아인의 알을 받게 되고. 이 알은 지구에서 꺠어나 쑥쑥 자라나게 됨.
이 지구 출신 라티아인은 당연히도 마치 인간과 같은 사고방식을 지니게 됨. 그리고 어린 지구-라티아인은 자신의 인지도로 시민들을 선동해서 혼란을 일으키게 됨.

그렇게 1장의 갈등은 더더욱 첨예화됨.
특히 신부 루이스-산체스에게는 더더욱 그렇고.

에덴동산에서 버려진 인류의 터전. "에덴의 동쪽"에게 라티아인의 존재는 용납되지 않음.

그렇기에 교황은 루이스-산체스에게 명령함.
라티아 행성 전체에 엑소시즘(구마의식)을 하라고.

와 행성에 엑소시즘을 하라니
이렇게 장엄한 스케일을 소설에 전사할 수 있는 것은 SF만의 특권이 아닐까? 정말로 정말로 읽으면서 전율했음.

그래서 엑소시즘을 했냐?
진짜로 함.
실시간 관찰 망원경(앤서블같은 작중 설정)으로 행성을 관찰하던 루이스-산체스는 고민하다가... 장엄구마를 읊음.

그리고 라티아 행성은 신부의 눈앞에서 사라짐.
단순한 기기 고장일 수도 있고.
진짜로 엑소시즘이 성공했을 지도.
아니면 행성에 있는 핵무기연구소가 폭발했을 지도.

그렇게 하면서 끝남. 마치 알 수 없는 어느 악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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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밌냐? 하면 솔직히 섣불리 남에게 권하지 못 하겠음

아까 말했듯이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랑 비슷하다고 했지. 인간을 넘어서는 53년도 책이고, 『양심의 문제』는 58년도 책임. 사변적인 내용으로 적었지만, 과학적인 묘사 또한 버리지 못함. 이 책의 부록에 라티아 행성 보고서를 과학적으로 적은 것을 생각하면 그럼.
완전히 사변적이지도 못하고, 완전히 과학적이지도 못한 어쩡쩡한 위치는 작품을 진부하게 만드는 것 같음.

물론 난 과학적인 하드 SF적 접근법을 좋아하기에 그런 부분은 재미있게 읽었음.

솔직히 2부 폼도 좀 떨어진 것도 많이 아쉽고.

잡설이 길었네. 결론은 굉장히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상상력으로 종교를 다루는 SF소설임. 그런 극단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SF만의 특권이고.

SF 장르 자체를 좋아한다면, 한 번 정도는 꼭 읽어보셈. 일독 후에 아마 실망할지도, 아쉬워할지도 모름. 나도 그랬고.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드는 많은 생각들은 분명히 가치있을 꺼임.

이 책을 읽고 다른 종교적 SF도 읽고 나중에 재독 한 번 해봐야지